[인터뷰: 방북 로우코크 OCHA 국장] “북한 인도주의 상황 7년전 비교해 향상…현장 접근 개선”

마크 로우코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국장.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이 지난 2011년에 비해 향상됐지만 여전히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마크 로우코크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국장이 밝혔습니다. 또 분배감시를 위한 현장 접근이 용이해졌고 자료 수집도 수월해 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원 자금이 크게 부족하다며 대북 제재 속에서도 생명을 살리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9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로우코크 국장을 김현진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은 처음 방문하신 건가요?

로우코크 국장) 네. 처음입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입니다.

기자) 이번 방북 기간에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요?

로우코크 국장) 지난 월요일 (9일) 도착했는데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하고 (장준상) 보건상, 외무성 고위 관리들을 만나 면담했습니다. 또 하루 동안 황해남도를 방문해 보육원과 유치원, 협동농장, 병원 등을 둘러봤습니다. 현지에서 북한 인도주의 상황의 현실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크 로우코크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국장이 9일 북한을 방문했다.

기자) 방북의 목적, 그리고 현지 보육원과 유치원 등을 둘러보시면서 목격한 인도주의 상황은 어떤가요?

로우코크 국장) 무엇보다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직접 제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확실히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에는 수백만여 명이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고, 농촌 지역 어린이의 절반 가량은 깨끗한 물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병원에는 기초 의약품이 매우 부족합니다. 어제 (10일) 북한 남서쪽에 있는 병원을 방문했는데요, 결핵 환자는 140명이나 됐지만, 치료약은 40명분 뿐이었습니다. 또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나 세계식량계획 WFP같은 유엔 기구들이 북한 주민들의 필요를 얼마나 잘 충족시켜주고 있는 지도 확인했습니다. 또 분배 감시를 위한 현장 접근이 향상됐고 이전보다 관련 자료를 얻는 것도 훨씬 용이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유엔기구의 지원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고,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더 수월해졌습니다.

기자) 2011년과 현재 인도주의 상황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한데요.

로우코크 국장) 일부 향상된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과 2012년 당시 영양실조로 인한 아동 발육부진 비율은 28%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20%로 감소했습니다. 의미있는 진전입니다만 20%는 여전히 높은 비율입니다. 예방 접종률도 최근 많이 향상됐습니다. 북한 인도주의 상황에 큰 문제였던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감소하기 위한 사업도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습니다만 여전히 해결돼야 할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습니다.

기자) 아동 발육부진 비율이 20%로 감소했다는 통계는 어떻게 집계하셨습니까? 또 유엔은 북한 주민의 40%인 1천 만 명이 인도주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이런 수치를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북한 통계 자료를 그대로 발표한 건 아닌지요?

로우코크 국장) 말씀 드렸듯이 북한에서 현장 접근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최근 북한 통계청과 함께 북한 전역에서 표본이 되는 8천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영양상태와 다른 주요 건강 지표들을 발표했습니다.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한 여러 중요 분야에서 개선이 있었지만, 동시에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도 식량 분배 센터와 유치원 등 이 기구가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1천800여 곳을 방문해 분배 감시 활동을 벌였습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더 많은 조사들이 행해지길 바라고 있는데요. 세계식량계획은 올해 식량 안보와 관련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국가보고서에서 “(영양 조사 등을 위한) 자료 수집이 여전히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식량 안보 관련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로우코크 국장)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당국과 논의 중인데요. 조사를 벌일 수 있길 희망합니다.

기자) 유엔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는데요,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로우코크 국장) 말씀드렸듯이, 개선된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진전을 이뤄야 하죠. 어떤 나라든 영양 실조나 의약품 부족, 식수 위생 등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경제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개발은 신속히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 같은 개발이 이뤄지는 동안 유엔 기구들은 계속해서 주민들의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유엔은 올해 대북 지원을 위해 1억1천1백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내년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이 바뀔 것으로 보십니까?

로우코크 국장) 자금이 충족된다면 확실히 상황은 개선될 것입니다. 지난해 유엔 기구들은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어린이 4만 명을 치료했습니다. 또 아동에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35만여 아동에 예방접종을 실시했고 주민 35만여 명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올해 필요한 자금이 모두 충족된다면 지난해 우리가 이룬 결과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과 에너지 지원 등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도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로우코크 국장) 유엔은 북한에 주로 의약품이나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용 식품, 비타민, 미네랄 강화제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주민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일을 하고 있고, 이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엔의 대북 제재는 인도주의 지원을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나 생명을 살리는 일은 논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도주의 지원은 바람직하고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이죠.

기자) 북한 당국자들은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이 발육 부진을 겪을 정도의 식량 부족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로우코크 국장) 북한 당국자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 개발과 자력갱생 정책에 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에게 현재 경제 개발을 주요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북한의 인도주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주고 있는 유엔의 인도주의 지원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은 지난 2007년 이후 북한에 매년 긴급구호기금을 지원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자금을 배정하지 못했습니다.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이용해 오던 은행 송금 경로가 차단된 것이 이유였는데요, 이로 인해 북한 내 유엔 기구들의 활동에 큰 차질이 있을 것 같은데요.

로우코크 국장) 유엔의 대북 사업은 심각한 자금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필요한 자금의 10% 밖에 모금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중앙긴급구호기금 CERF 자금, 특히 인도주의 활동 예산이 심각하게 부족한 나라에 지원하는 자금부족지원금은 북한 내 유엔기구들의 활동에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습니다. 저는 이번 주 뉴욕에 돌아가서 자금부족지원금 창구를 통해 긴급구호기금을 새롭게 배정할 계획입니다. 어떤 결과가 될 지 두고 봐야 할 일인데요, 확실히 중앙긴급구호기금은 북한을 포함해 인도주의 활동 예산이 부족한 나라에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마크 로우코크 국장으로부터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과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현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