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대북 지원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는 미 국무부의 비판과 관련해, 북한 내 분배 감시 활동을 위한 현장 접근이 향상됐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지원이 취약계층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입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지원 물품의 분배 감시를 위한 유엔 인도주의 기구들의 현장 접근이 용이해졌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 대변인실은 9일 “북한에 대한 식량과 에너지 지원 등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도왔다”는 미 국무부의 지적에 대한 반응을 묻는 ‘VOA’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현장 접근이 용이해져, 더 많은 분배 감시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기구의 대북 지원이 목표로 하고 있는 취약계층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장 접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용이해졌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 국무부는 7일, 마크 로우코크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국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가운데, 미국이 대북 지원을 재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북 지원은 북한 정권에 핵과 미사일에 사용할 자금을 확보해 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미 전임 행정부들이 북한에 수십 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지원과 심지어 현금 지급까지 했었다며, 이 모든 것은 북한의 불법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증진을 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 대변인실은 여전히 북한 주민의 40%인 1천만 여 명이 인도주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가 만연해 있고, 어린이 6명 가운데 1명이 발육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보건과 식수 위생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취약계층 6백만 여명을 지원하기 위해 1억1천10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5일 기준으로 목표액의 11%만이 모금됐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이어 대북 지원 기구들이 최근 자금 부족으로 대북 사업 규모를 축소 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유엔 기구들의 대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자금 부족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이번 로우코크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국장의 주요 방북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로우코크 국장은 앞서 9일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9일 평양을 둘러본 로우코크 국장은 10일 황해 남도 지역을 방문해 북한 내 유엔 사업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식량계획 WFP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심각한 자금부족으로 지난해 2월 식량 지원을 기존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11월 유치원 아동 19만여 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한 재난 위험 감소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추가로 식량 지원을 감축하지 않기 위해서는 2천620만 달러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특히 유엔의 대북 제재로 대북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대북 제재는 인도주의 지원을 예외로 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북한으로 송금하기 위한 은행 송금 경로가 차단돼 현금을 운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또 지나치게 긴 화물 검색 과정과 벌금 등으로 선박 회사들이 북한으로 물품을 운송하는 것을 꺼려 중요한 물품이나 식품 재료 등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제재의 여파를 최소화 하기 위해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소비 지출을 최소화 하고 필요한 식량이나 비식량 물품을 해외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같은 대북 제재로 개별 국가나 회사, 개인이 세계식량계획이나 유엔을 통해 대북 지원을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이처럼 의도되지 않은 결과가 생명을 살리는 인도주의 지원에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한반도 내 지속적인 평화와 발전을 위한 대화 움직임을 환영한다며, 앞으로의 발전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같은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없다면 지난 10년 간 이뤄온 성과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