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캄보디아 민주주의 후퇴"...지진·태풍·산불 이어져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9일 캄보디아 칸달주 다카마오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캄보디아 총선에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전체 의석을 모두 차지했다고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 정부가 캄보디아에 제재를 예고하면서, 선거 정당성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지진, 일본 태풍, 미국 서부 산불 등 재해가 잇따랐고요. 중국에서 불량 백신 때문에, 부모들이 국외로 나가려 하고 있다는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캄보디아에서 총선을 실시했군요?

기자) 네. 어제(29일) 캄보디아 전역에서 진행한 총선에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전체 의석 125석을 모두 차지했다고 인민당 측이 오늘 밝혔습니다. 속 이산 인민당 대변인은 “유효투표의 77.5%를 얻어 전국의 모든 의석을 가지게 됐다”면서, “다른 정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고 언론에 설명했는데요.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5일 공식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한 정당이 모든 의석을 차지했다. 흔치 않은 선거 결과네요?

기자) 정상적인 선거는 아닌 걸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습니다. AFP통신은 ‘결함있는(flawed) 선거’였다고 기사 제목을 달았고요. CNN 방송은 “자유선거도 아니고, 공정선거도 아니었다”는 비판을 전했습니다. 지역 언론 ‘채널뉴스 아시아’도 “민주주의의 죽음”이라는, 야권 망명 인사들의 반응을 중점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자유선거도 아니고, 공정선거도 아니었다. 어디서 나온 비판입니까?

기자) 백악관 반응입니다. “미국은 29일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밝혔는데요. “캄보디아 시민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선거 전반을 평가했습니다. “결함 투성이인 이번 선거는 캄보디아 헌정 사상 최대 민주주의 후퇴 사례"라고 이어서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캄보디아 인사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한 미국 정부는, 이 조치를 확대하는 등 추가 제재 방침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대 민주주의 후퇴 사례다, 어째서 이런 비판을 받는 거죠?

기자) 우선 야당이 없었습니다. 캄보디아 법원은 지난해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PR)’을 전격 해산시키고, 소속 의원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했는데요. 구국당 측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음모한다는 당국의 소추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선거에 집권 인민당 외에 19개 정당이 참가하긴 했지만, 대부분 급조되거나 정치적 기반이 약한 군소정당들이었는데요. 선거운동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외신에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인민당에 맞설 야당이 사실상 없었고, 또 다른 문제점은 뭡니까?

기자) 집권 인민당을 비판하는 언론이 없었습니다. 정부는 앞서, ‘캄보디아데일리’와 ‘프놈펜포스트’ 같은 신문들에 막대한 세금을 매겨 폐간시키거나, 매각을 유도했는데요.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토요일(28일)에는 17개 독립 온라인 언론 등에 접속도 차단시켰습니다.

진행자) 투표 당일에도 문제가 많았다고요?

기자) 네. 일부 지역에서 야권 지지자의 투표 참여를 막는 한편, 알려진 투표율보다 실제 현장에 나온 사람이 적은 것으로 외신에 보도됐는데요. 특정 투표소에서 무더기 무효표가 나온 사례도 알려졌습니다. 국제 선거감시단 구성에도 논란이 있었는데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호주는 선거 전부터 문제가 많다고 보고, 감시단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떤 나라 사람들이 국제 선거감시단에 참가했나요?

기자) 중국과 이란, 러시아를 중심으로,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 개인 참가자 539명을 캄보디아 당국이 모았는데요. 감시단은 무효표 사태나 투표 방해, 독립 언론 접속 차단 등 논란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은 채, 선거 과정이 정당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야권에서는 인민당이 공표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1야당 구국당 지도자였던 삼 랭시 전 대표는 현재 프랑스에 망명 중인데요. “결과가 정해진 채 치른 무의미한 선거였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말고, 평화로운 저항운동에 나서라고 캄보디아 국민들에 호소했습니다. 해산 당시 구국당을 이끌던 켐 소카 대표는 현재 구속 수감중인데요. 그래서 소추아 무 부대표가 오늘(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총선이 진행된) 2018년 7월 29일은 캄보디아 민주주의의 죽음, 그리고 역사의 어두운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정부와 집권 인민당을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반응을 앞서 전해드렸는데, 다른 나라들은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나요?

기자) 호주 정부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캄보디아 국민과 국제사회에 촉구했습니다. 줄리 비숍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를 ‘엉터리(sham)’로 규정하고,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는데요. 훈센 총리와 캄보디아 집권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도 예고했습니다. 비숍 장관은 훈센 총리를 ‘독재자’로 부르면서, “독재자와 함께 (승리의) 샴페인을 마시지 말라”고 호소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오늘(30일) 성명을 통해 “신뢰성이 결여된 선거”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캄보디아 집권당이 밝힌 선거 결과에 따라, 훈센 총리가 계속 정부를 이끌게 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 1985년 취임 이래 33년 동안 재임한, 세계 최장기 집권자인데요. 이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5년 더, 오는 2023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캄보디아 집권당이 압승한 것으로 선거 결과를 공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뭔가요?

기자) 중국의 지지가 큽니다. 오늘(30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캄보디아 정부와 집권당을 지지하는 사평을 냈는데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번 선거를 비판하는 것은, 캄보디아 정부가 자기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잘된 선거라고 중국은 보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립을 이루고, 경제를 성장시킨 훈센 총리에 대한 캄보디아 국민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환구시보가 이번 선거를 평가했는데요. 미국과 서방측이 지적하는, 캄보디아 정부의 야당· 언론 탄압은 “법에 따라 정당히 조치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중국-캄보디아 관계를 서방측이 질투하고 시기한다고도 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캄보디아 관계가 최근 크게 가까워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캄보디아 당국이 야당탄압과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과 서방을 멀리하면서, 중국 쪽에 대외 정책 중심을 두고 있는데요.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캄보디아에 경제 지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캄보디아에 무상증여에 가까운 ‘양허성 차관’ 7억5천만 달러를 지원했고요. 길을 닦고 다리를 놓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또 군사협력도 강화되는 중인데요. 지난 19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군 현대화 사업에 1억 달러 제공을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캄보디아가 중국에서 받는 게 있으니까, 주는 것도 있겠죠?

기자) 네.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지역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중국의 입장을 거들고 있는데요. 속 이산 캄보디아인민당 대변인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는 원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붙어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29일 지진이 발생한 인도네시아 롬복섬 셈발룬 마을에서 현지주민과 외국인 등산객들이 여진을 피해 대피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큰 지진이 있었군요?

기자) 네. 인도네시아 유명 휴양지 롬복 섬에서 어제(29일) 규모 6.4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최소한 14명이 숨지고, 160명 이상 부상당했는데요. 무너진 집이 1천 채가 넘습니다.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까지 120여 차례 여진 가운데, 첫 지진 못잖게 큰, 규모 5.7도 있었다고 현지 기상당국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명 휴양지라고 하셨는데, 외국인 인명 피해는 없나요?

기자) 외국인 인명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지진 현장에 고립된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꽤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화산 트래킹(산행)으로 인기 높은 린자니산에 지금 관광객 560여 명이 발이 묶였는데요. 미국인도 있고,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과 태국 국적자들도 포함됐다고 구조당국이 언론에 밝혔습니다. 당국은 헬기 등을 투입해 구조 노력 중입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일본에는 태풍이 강타했죠?

기자) 네.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어제(29일) 일본 중부 미에현 남쪽으로 상륙해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아이치와 기후현에서는 15만여 세대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고요. 해안가 주택이 무너지고, 주차된 차량들이 파손되는 재산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지바현과 가나가와현 등지에서 20여 명이 다치고, 200개 가까운 항공편이 운행을 멈췄는데요. 무더위로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서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당국은 재난 재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종다리’는 제주도 서귀포 동쪽으로 향했는데요.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열도를 빠져나온 뒤 열대저압부로 세력이 약화돼, 사실상 소멸했기 때문인데요. 올해 발생한 태풍 12개 중에 하나도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 피해가 커지는 중이죠?

기자) 네. 캘리포니아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는 대형 산불이 일주일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인근 레딩에서 발생한 산불로 10만 명 이상 대피했는데요. 최소 6명이 숨진 가운데, 실종 신고도 잇따르는 중입니다. 당국은 소방차 300여 대, 헬기 17대를 동원했지만, 진화율은 17%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요. 화씨 100도, 섭씨로 약 38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건조한 대기를 타고 불이 번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안후이성 황산의 질병관리센터에서 ‘창성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만든 인체용 광견병 백신.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듣겠습니다. 이른바 불량 백신 사태로 지금 중국의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요. 백신 접종을 위해 해외 원정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네, 중국에서 수십만 명의 영유아가 접종한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이 불량 백신인 사실이 드러나 지금 중국이 큰 충격에 빠져있는데요. 분노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백신을 맞히기 위해 해외 원정을 고민하는 실정이라고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가 최근 전했습니다. 푸젠성의 한 주민은 홍콩의 한 진료소에 전화를 걸어 백신 접종 가능성을 물어봤지만, 홍콩주민이 아닌 외부인에게 할당된 백신 양이 한정돼 있어 싱가포르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불량 백신 파동, 어떻게 된 사건인지 좀 더 설명해주시죠.

기자) 중국의 대형 제약회사인 '창춘창성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DPT 백신이 기준치 미달로 판명돼 지난해 생산이 금지됐는데요. 하지만 이미 지난해 산둥성 지역에 25만여개의 백신이 팔린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자신들의 자녀가 불량 백신을 맞은 게 아닌가 하는 부모들의 불안과 분노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또다른 제약회사가 만든 불량 백신도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우한생물제품회사'가 생산하는 DPT 백신 역시, 불량제품인데요. 지난해 충칭시와 허베이 등에서 팔린 것만도 40만 개가 넘습니다. '창성 바이오'사의 경우, 앞서 엉터리 광견병 예방백신도 만든 거로 드러났는데요. 이 회사 영업사원들이 지방 정부 공무원 20여 명에게 뇌물 청탁까지 한 것까지 밝혀지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책임자 처벌을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현재 중국 당국은 제약회사 대표와 핵심 관련자 15명을 구속하고, 전방위 수사를 펴고 있는데요. 중국 당국은 백신이 효과도 없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SNS에는 피해사례와 함께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중국 부모들 사이에서는 수입 백신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요.

기자) 네, 허베이성의 한 주민은 당국이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줘서 지금까지는 늘 중국산 백신을 맞춰왔지만,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면서 다음엔 무조건 수입 백신을 맞힐 거라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다음에는 수입 백신이 더 많은 개인 병원을 찾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많은 네티즌들은 안전 규제가 엄격한 일본산 백신을 구입하는 방법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글로벌타임스는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수입 백신을 팔다 적발될 경우, 4년에서 7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에서는 전에도 가짜 분유 파동이 벌어져 큰 충격을 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08년 분유 생산업체가 단백질 함량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멜라닌을 분유에 넣은 사실이 적발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죠. 당시 불량 분유를 먹은 영아 6명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입원하면서 중국산 식품 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