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 대북정책 견제 기류…대통령 독자 결정 ‘제한’에 초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달 25일 외교위원회 청문회 출석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왔던 미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조치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행정부의 결정을 직접적으로 가로 막으려는 민주당 측의 접근법과 달리, 입법을 통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일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는 현 대북 접근법에 대한 우려가 간접 표출돼 있습니다.

최대 대북 압박 정책을 촉구하는 내용이지만 행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한 일부 조치들에 대한 불만이 배어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추가 대북 제재 유예 결정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며, 훈련 재개와 제재 시행을 강력히 요구한 겁니다.

서한은 상원에서 대북 정책을 주도 하고 있는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을 주축으로 린지 그레이엄 의원, 마르코 루비오 의원, 댄 설리반 의원 등 4명의 공화당 중진 의원들이 작성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이 열린 지 약 두 달만으로, 주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입니다.

그 동안 공화당 의원들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해왔습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부실한 협상과 일방적 양보만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해온 민주당 의원들과 대조적인 행보였습니다.

지난달 25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상원 외교위 청문회는
공화당 의원들의 우려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날 청문회 직후 VOA에, 북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북한의 요구가 진지한 것인지 아니면 충분한 제재 완화만 얻으면 멈출 단계적 양보를 하며 시간을 끄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루비오 의원]“But with my insight I would just be limited to say that I remain concerned about whether North Korea is sincere about what they are saying...”

앞서 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무부와 재무부가 발견한 제재 위반 의혹 기관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를 폼페오 장관이 설명하지 못했다고 꼬집은 건 이런 불만을 반영합니다.

지난 1일 의회를 통과한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공화당 의원들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상하원이 최종 합의한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조항이 포함됐는데 이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 군사위가 작성한 내용입니다.

또한 최종 합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법안에 첨부된 설명문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상당한 감축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협상 불가 항목’이라는 상원의 인식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상원을 초당적으로 통과했던 이 조항 역시 설리반 공화당 상원의원이 포함시켰습니다.

NDAA에 포함된 핵무기 사용 관련 조항에서도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을 제한하려는 공화당의 입김이 느껴집니다.

NDAA는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늘리기 위한 옵션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방 지원금을 받는 연구 개발 센터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핵무기 사용에 관한 대통령의 성급한 결정을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그 동안 의회에서는 대통령의 대북 선제타격을 제한하는 유사 법안들이 5건이나 상정됐었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NDAA에 포함된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권한 제한 조항은 공화당인 하원 군사위원장이 최초로 포함시킨 조항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이 외에도 NDAA에는 미-북 합의 도출 60일 이내에 북 핵 폐기에 관한 검증 평가서를 의회에 제출하는 조항이 포함돼 의회 감독에 힘을 실었습니다.

의회의 대북정책 감독 권한을 늘리는 조치는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과 공화당의 가드너 의원이 지난 6월 말 공동 발의한 법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으로 현재 지지 의원수를 늘리며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제하려는 공화당 측 움직임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돼 왔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특히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추가 대북 제재 유예와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습니다.

가드너 의원은 지난 6월 초 VOA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이고 감축 문제 또한 북한과의 합의를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 방안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It’s very important that we maintain our presence in South Korea. It’s not just about North Korea…”

그레이엄 의원도 지난달 20일 VOA에, 주한미군 철수는 ‘내 생전에는 절대 안 된다’며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별개로 추가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도 공화당 측 주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원에서 대북제재 법안을 주도해온 가드너 의원과 은행위원회 소속인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입니다.

가드너 의원은 지난달 VOA에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만큼 새 대북제재 법안 통과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Well, I would support a new North Korean Sanctions bill, particularly given the fact they haven’t made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that they promised they would. I support the legislation, the LEED Act that Senator Markey and I have introduced…”

하원에서도 공화당의 테드 요호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주도로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중국 대형은행들에 대한 추가 제재 부과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