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추가합니다.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에 관한 건데요. 러시아는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터키 대표단이 미국에 와서, 억류중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 문제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요.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기도를 둘러싼 논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한다고요?
기자) 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를 자국민에 사용했다”고 밝히고, 이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가한다고 어제(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씨와 그 딸이, 지난 3월 영국에서 러시아산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돼 중태에 빠졌던 일에 대한 건데요. 의회 통보 과정을 거쳐 오는 22일 제재를 발효한다고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 몇 가지 제재가 이미 진행 중인데, 하나가 추가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일로, 미국은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러시아를 경제 제재하고 있고요.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러시아 당국이 해킹(불법 전산 침입) 등으로 개입한 사건 때문에 별도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새로운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 어떻습니까?
기자) 즉각 반발하면서,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어제(8일) 미 국무부 발표 직후,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성명을 냈는데요. “제재 사유인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독살 기도 혐의는 전혀 입증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부당한 사유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같은 입장을 언론에 밝혔고요.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보복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잖아도 양국 관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긴장을 더욱 높이려고 미국이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자하로바 대변인은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22일부터 시행되는 대 러시아 제재,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특정 품목의 러시아 수출이 금지됩니다. ‘이중 용도기술(dual use technologies) 품목’이라고 부르는 것들인데요. 센서(감지장치)를 비롯한 전자부품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이지만, 그 기술을 군사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지금까진 이런 물건이나 기술을 수출할 때 미 당국이 사안별로 심사를 했지만, 새로운 제재가 발효되면 러시아 수출이 전면 제한됩니다. 수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미 국무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근거로 이런 제재를 하는 거죠?
기자) 지난 1991년 채택한 ‘생화학무기 통제와 생화학전 제거법’에 따라 결정했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는데요. 이 법은 특정 기술을 생화학 무기 용도로 가공할 수 있는 어떤 나라에도 해당 기술이나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이후에는 어떤 절차가 있나요?
기자)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국무부 관계자가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제재 발효 이후 90일 동안 효과를 지켜보는데요.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를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점을 평가하게 되고요. 기준에 못 미치면 후속 제재가 따릅니다. 다만 “또 다른 제재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모든 건 러시아에 달렸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제재 발표가 러시아 경제에 즉시 영향을 주고 있다고요?
기자) 네. 제재가 가중되는 상황에 금융시장이 먼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는데요. 어제(8일) 루블화는 전날보다 3% 넘게 빠졌습니다. 달러당 환율이 65.60루블이었는데요. 2016년 11월 14일 기록한 65.77루블 선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그러니까, 20개월 만에 루블화 가치가 최저로 떨어진 건데요. 주식시장도 즉시 영향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 주가가 4% 이상 떨어진 가운데, 러시아 증시 RTS지수는 3% 가까이 내려갔습니다. 오늘(9일)도 장중 2%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반발한 반면, 영국에서는 미국의 조치를 반기고 있다고요?
기자) 네. 영국 외무부가 곧바로 성명을 냈는데요. “동맹국 미국의 진전된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지난 3월 스크리팔 사건 직후,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러시아 당국의 해명을 요구했는데요. 러시아 측이 거부하자, 외교인력을 추방하고, 러시아인과 화물에 대해 통관검색을 강화하는 등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들도 러시아 외교인력을 추방하면서, 영국에 보조를 맞춰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영국 땅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건데, 어떤 사건인지 되짚어 보죠.
기자) 지난 3월 초, 런던 근교 솔즈베리에서 아버지와 딸이 독성물질에 노출돼 중태에 빠졌습니다. 아버지 세르게이 스크리팔 씨는 과거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기밀을 넘기던, 러시아군 정보기관 소속 스파이였는데요. 영국 당국의 사건 수사 결과, 1970~1980년대 옛 소련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발견됐습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측 요원이 영국에 잠입, 이들 부녀의 살해를 기도한 것으로 봤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터키 정부 대표단이 워싱턴에 왔군요?
기자) 네. 세다트 오날 터키 외무부 차관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 어제(8일)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났습니다.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장시간 회동한 데 이어, 재무부 관계자들도 만났는데요. 양국 간 첨예한 현안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앞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터키 사이 첨예한 현안, 어떤 거죠?
기자) 터키에 억류중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는 문제가 가장 큽니다. 그리고 통상 갈등,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입장, 또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부활, 크게 봐서 네 가지 쟁점이 있는데요.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기 전까지는 어떤 합의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미국의 방침”이라고 익명의 미 당국자가 로이터 통신에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터키가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지 않는 게, 양국 현안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매기면서 터키가 보복관세로 맞서, 통상 갈등이 고조됐고요. 터키 측은 대이란 제재 위반으로 미국에서 징역 32개월형을 받은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 '할크방크' 부행장의 석방과 송환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는 또, 미국에 체류중인 이슬람학자 펫흘라흐 귈렌을 2016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고, 터키로 보내라고 요청해왔는데요. 이런 사안들을 협상하려면,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는 일이 먼저라는 게 미국 정부 입장입니다.
진행자) 브런슨 목사 억류 사태, 어떻게 된 인지 짚어보죠.
기자) 앤드루 브런슨 목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으로, 지난 1993년 터키에 들어가 선교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지난 2016년 쿠데타 배후 조직을 돕고,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브런슨 목사의 죄가 없다며 꾸준히 석방을 요구했는데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브런슨 목사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터키 측은 거부했습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브런슨 목사 구속에 책임이 있는 터키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의 역내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단행했고요. 앞으로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대대적인 제재를 예고하면서, 터키 경제가 영향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치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오늘(9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리라 환율은 5.44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달러 대비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돈 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30% 넘게 떨어졌고요, 이달에만 1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란에 제재를 부활시킨 데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고 하셨죠?
기자) 네.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미국이, 이달 7일 자로 이란에 대한 핵 관련 제재를 재개시켰는데요. 오는 11월 4일부터는 2단계 제재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출을 제한할 예정입니다. 이때까지 모든 나라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0’으로 만들라, 즉 에너지 거래를 전면 중단하라고 미 국무부가 요구했는데요. 터키 정부는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가 거부한 이유는 뭐죠?
기자) 파티흐 된메즈 터키 에너지장관이 엊그제(7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했는데요.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부활은 일방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에너지 주권상 합법적으로 이란과 교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과 2026년까지 천연가스 수입 장기 계약을 맺은 상태이고, “시민들을 어둠 속에 버려둘 수 없는 만큼 거래를 지속할 것”이라고 된메즈 장관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요즘 베네수엘라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얼마 전에 베네수엘라에서 소형 무인기, 드론을 이용해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발생했는데요. 공격 배후를 놓고 정부와 야당 간의 공방이 뜨겁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를 계기로 야당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무인기, 드론을 이용한 암살 시도 추정 공격이라고 하셨는데요. 당시 상황을 잠깐 되짚어주시죠.
기자) 네, 지난 4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르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는데요. 마두로 대통령 연설 도중, 공중에서 두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급히 자리를 피했는데요. 몇 시간 후 TV에 나와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 2대가 자신을 노리고 암살 공격을 시도했다며, 국내 극우 세력과 콜롬비아 정부가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에 대한 용서는 없다며 엄벌을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마두로 대통령이 국내 세력과 함께 이웃 콜롬비아 정부를 지목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정권인 베네수엘라는 친미 성향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대통령이 이끈 콜롬비아 정부와 오랜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에 즉각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고요. 존 볼튼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의 개입설을 일축했습니다. 참고로 콜롬비아에서는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7일로 퇴임하고 신임 이반 두케 대통령이 취임했는데요. 미국 유학파인 이반 두케 대통령 역시 실용주의 중도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마두로 대통령은 사건 후 TV에 나와 "그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며, "강력히 처벌할 것이며 용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지금까지 적어도 6명이 사건과 연루돼 체포됐고요. 8일, 야당인 '정의제일당(Primero Justicia)의 후안 레케센스 의원도 전격 체포됐습니다. 레케센스 의원은 올해 29살의 젊은 정치인으로, 그간 마두로 정부에 대해 신랄히 비판해온 인물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체포된 과정이 예사롭지는 않다고요.
기자) 네, 정의제일당이 레케센스 의원이 체포되는 순간이 잡힌 CCTV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는데요. 영상 속의 레케센스 의원은 여동생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아파트에서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잠시 후, 복면을 쓰고 무장한 사람들이 이들을 구석으로 과격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후 여동생은 풀려났는데요. 레케센스 의원의 소재는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레케센스 의원의 가족들은 레케센스 의원이 체포영장도 없이 강제 납치됐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야당은 정부의 암살 배후설에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웃기는 이야기라며 일축하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독재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 콜롬비아에 체류 중인 정의제일당의 훌리오 보르헤스 의원도 공격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보르헤스 의원은 트위터에, 이런 우스꽝스러운 연극이 벌어졌을 때 베네수엘라나 국제 사회 그 누구도 이걸 믿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의장은 이들 두 의원의 면책 특권 박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