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의 반체제 학자가 VOA와 인터뷰 도중 공안에 끌려갔습니다. 이와 함께, 잇따른 중국의 ‘표현의 자유’ 억압 사례들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짐바브웨 대선 결과, 에머슨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됐고요. 러시아가 중동 골란고원에 헌병을 배치한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VOA와 인터뷰하던 중국인 학자가 공안에 끌려갔다고요?
기자) 네. 저명한 중국 반체제 학자, 쑨원광 산둥대학교 은퇴 교수가 엊그제(1일) VOA 중국어 방송과 전화 연결 도중 공안에 연행됐습니다. 생방송 대담 중이었는데요. 당시 상황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쑨원광 교수 인터뷰]
기자) “지금 뭐하는 것이냐, 이렇게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건 불법이다”라고 쑨 교수가 말한 뒤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요. “나에게는 언론 자유가 있다”고 소리친 뒤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이어서, 진행자가 상황을 수습했습니다.
진행자) 생방송 연결 중이던 쑨 교수 집에 공안이 들어가, 갑자기 끌고 간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쑨 교수는 앞서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던 중, “공안이 왔다. 4명, 5명, 6명”이라고 외쳤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진행자가 놀라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어서 쑨 교수는 “내가 틀린 말을 했느냐, 대다수 중국 백성은 아직 매우 가난하다. 아프리카에서 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공안들에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뷰였나 보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를 차례로 방문해서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을 약속했는데요. 이에 대해 쑨 교수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돈을 뿌리는 것은 국가(중국)와 사회에 좋을 게 없다”고 인터뷰에서 지적하던 중이었습니다. 중국에 만연한 빈부 격차 해소 등에 써야 될 예산을, 공산당과 정부가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쏟아붓고 있다는 게 쑨 교수 주장이었습니다.
진행자) 공안에 끌려간 쑨 교수,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요?
기자) 어떤 상태인지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VOA 중국어 방송에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는데요. 쑨 교수의 손전화와 인터넷 사회연결망 ‘위챗’, 어떤 방법에도 답신이 없었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쑨 교수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숙박시설에 머무는 중이라고 알려왔는데요. 쑨 교수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VOA는 중국 외교부와 산둥대 공안처, 현지 파출소에도 문의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습니다.
진행자) 쑨원광 교수,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중국의 1당 독재 체재에 꾸준히 저항해온 인물입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등이 2008년 발표한 공산당 지배 철폐선언, ‘08헌장’ 서명자 303명 중 한 사람인데요. 문화대혁명 때 투옥된 적도 있습니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산둥대 물리학과 교수로 일했고요. 최근에는 시진핑 정부의 역점 대외사업인 ‘일대일로’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언론 기고와 인터뷰, 저술 활동을 통해 중국 당국을 비판했는데요. 이번에 중국 정부의 언론검열에 따른 처벌 방침을 무릅쓰고, VOA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쑨 교수 사건에 앞서, 중국 정부 비판을 억압하는 사례가 이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상하이에서는 시진핑 주석 얼굴이 그려진, ‘중국몽’ 국정 홍보 전단에 먹물을 끼얹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됐는데요. 동영상의 주인공이 정신병원에 수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둥야오충이라는 29세 여성인데요. 아버지 둥젠바오는 수요일(1일) ‘트위터’와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딸이 후난성의 정신병원에 감금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아내는 영문을 모른 채 입원 동의서에 서명했고, 일체 면회가 거절됐다며, 딸이 집에 올 수 있게 해달라고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도와달라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아버지는 지금 안전한 상태인가요?
기자) 아버지 역시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을 올린 직후 정신병원에 찾아가 재차 면회를 요구했는데요. 현장에 출동한 당국은 ‘공공안전 위해’ 혐의를 적용해 체포해 간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유명인도 표현의 자유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타이완 출신 인기 배우 쑹윈화가 얼마 전 곤욕을 치렀습니다. 3년 전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발언을 했던 게 지금 와서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쑹은 ‘어느 나라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타이완”이라고 답했습니다.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위배되는 발언이라고, 일각에서 판단했는데요. 최근 인터뷰 동영상을 발견한 사람이 사법당국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고했습니다. 당과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쪽으로 여론을 호도했다는 사유였습니다.
진행자) 신고 뒤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기자) 중국어권에서 찬반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타이완 쪽에서는 쑹을 옹호하고, 본토에서는 비판이 고조됐는데요. 급기야 쑹이 어제(2일) ‘웨이보’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나는 중국인이다. 타이완은 고향이고, 중국이 조국이다”라고 적었는데요. “여전히 많이 배우는 중"이라면서 "어떤 문제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월요일(30일) 실시된 짐바브웨 대선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에머슨 음난가그와 현 대통령이 야권 지도자 넬슨 차미사 ‘민주변화동맹(MDC)’ 대표를 꺾고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득표율 50.8%, 차미사 대표는 44.3%를 얻었다고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2일) 발표했는데요.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곧바로 재집권을 확인했습니다.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짐바브웨 새 시대의 대통령이 된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야당 쪽 반응이 어떤가요? 발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인가요?
기자) 전혀 아닙니다. 모건 코미치 ‘민주변화동맹’ 대변인은 선관위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대선 결과는 가짜”라고 주장했습니다. 차미사 대표도 오늘(3일)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선관위가 내놓은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면서 법적 절차를 밟을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야당이 대선 결과를 가짜로 주장하는 근거는 뭡니까?
기자) 선거 종반 여론 조사 결과, 음난가그와 대통령과 차미사 대표가 불과 3% 차이 박빙 승부를 벌였습니다. 투표일 직전에는 차미사 대표가 역전시켰다는 보도도 잇따랐는데요. 차미사 대표는 개표 초반, 자신이 현저한 차이로 앞섰다고 언론에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선관위 발표 결과 역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5%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진 겁니다. 또 선관위 측이, 동시 실시된 총선 결과는 앞서 발표했으면서도, 대선 결과 공개는 미뤄왔던 게 ‘조작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진행자) 선관위가 득표율 조작했다는 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50.8%, 그러니까 50%를 살짝 넘는 음난가그와 당선인의 득표율 숫자도 문제가 됐는데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끼리 결선 투표를 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결선 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는데요.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하도록 50% 이상의 수치를 발표했다는 게 야당 측의 주장입니다.
진행자) 야당은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확산될 조짐입니다.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당국이 발포해, 최소한 6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까지 빚었는데요. 이번 선거는, 37년 동안 통치한 세계 최장기 집권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지난해 물러난 뒤 첫 선거로 의미가 컸습니다. 하지만, 과도정부를 이끌어온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논란 속에 재집권하게 되면서, 안정보다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듣겠습니다. 중동의 대표적인 화약고 중 하나죠. 골란고원에 러시아 헌병대 병력이 배치됐다고요.
기자) 네,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있는 골란고원 일대에 러시아 헌병대를 배치한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2일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러시아 헌병대가 2일부터 골란고원 일대에서 정찰 임무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이 일대에 8개의 헌병대 초소를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과 더불어 유엔 평화유지군 병력도 몇 년 만에 이 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진행자) 최근 몇 주 동안 골란 고원 일대의 긴장 상황이 아주 심각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지난 몇 주간, 시리아 서남쪽 골란 고원 일대에서 대대적인 반군 소탕 작전에 나섰는데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의 중무장 병력까지 가세하면서 일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은 이란과,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죠?
기자) 네, 그런데 이란이 시리아 지원을 명분 삼아 이스라엘과의 접경 최전선에 병력을 배치했기 때문에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1일 밤에도 골란고원 시리아 점령 지역에 공습을 가해 7명의 무장분자를 사살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역내 상황과 관련해서, 그동안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나서 줄 것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부터 끔찍한 내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현재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군사 개입 등을 통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이런 관계를 이용해 시리아 정부를 설득해서 이란 병력을 철수하도록 요구해왔습니다.
진행자) 최근 이스라엘 총리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 서남부 접경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정부군의 활동은 문제 삼지 않겠지만, 이란 병력과 헤즈볼라 병력은 골란고원 접경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골란고원, 중동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죠?
기자) 네, 골란고원은 원래 시리아 영토였는데요. 하지만 1967년에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시리아군을 격파하고 장악했습니다. 시리아는 1973년 4차 중동 전쟁에서 이곳을 탈환하기 위한 공격을 펼쳤지만 실패했고요. 현재 이스라엘이 실질 통치하고 있습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맺기 위해서는 골란고원 반환이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그동안 골란고원 일대에 배치돼 있던 이란군은 철수한 상황입니까?
기자) 네,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특사의 말을 인용해 1일, 이란의 중무장 부대가 골란고원으로부터 85km 떨어진 시리아 쪽으로 철수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인데요.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는 장거리에서도 위협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란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헌병이 대신 들어온 셈인데, 러시아군은 그럼 언제까지 주둔하는 건가요?
기자) 러시아 병력 배치는 임시고요. 또 일단 상황이 안정되면, 헌병 초소는 시리아 정부에 넘길 것이라고 러시아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또, 러시아 헌병 배치는 유엔평화유지군의 역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러시아 헌병대의 배치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가 영향력 있는 역할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