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문가 루이스 “북 핵 단기간 내 폐기 요구 비현실적”

북한은 지난 5월 외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미국이 북한에 단기간 내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협상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핵∙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스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이 주장했습니다. 루이스 국장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이 미-북 협상의 목표를 바꾸지 않을 경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이스 국장을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협상이 실패한다는 가정 아래, 2020년 북한이 미국을 핵 공격한다는 가상 주제를 토대로 소설을 쓰셨는데요. 그 동안 북한의 핵, 미사일 연구에 주력하시다가 이런 소설을 쓰시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

루이스 국장)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갖게 된 궁금증 중 하나는 과연 미국과 북한이 핵 전쟁을 하게 될 것인가 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북은 서로를 위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미-북 협상에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저의 생각을 소설을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루이스 국장) 북한은 핵 무장을 해제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제안은 포부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저는 외교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단기간 내 비핵화하는 것을 고집할까 매우 우려됩니다. 이런 요구를 계속 밀고 나갈 경우 이 모든 과정은 무너지게 될 테니까요.

기자) 이번 소설을 통해 어떤 교훈을 주고 싶으셨나요?

루이스 국장) 세 가지가 있는데요, 핵무기는 극도로 위험하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전쟁을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싶었고요. 또 북한이 왜 핵무기를 개발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무자비하지만 미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핵무기 개발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상태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해법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이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그리고 핵무기, 이 세 가지가 혼합된 상황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기자) 소설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루이스 국장)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오고 있다고 김정은이 얼마나 쉽게 잘못 믿을 수 있는지, 이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지역 통신 보안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이용해 소통합니다. 한 번에 많은 전화가 몰려 휴대전화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김정은은 사이버 공격이 오고 있다고 잘못 믿을 수 있는 것이죠.

기자) 단기간 내 비핵화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에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루이스 국장) 해법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주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핵 무장 해제와 비핵화와 같은 것은 그 이후에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이죠. 저는 이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밀고 있는 방식과는 다르죠.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접근법이 북한이 당장 비핵화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충돌하게 될 때의 상황이 저는 매우 우려됩니다. 북한이 당장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분명해질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방향을 바꿀지 아니면 책임을 물을 누군가를 찾을 것인지 우려됩니다.

기자)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란 말씀이십니까?

루이스 국장) 목표나 포부로 두는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통령이라면 북한의 단기 내 비핵화 요구를 고집하진 않을 겁니다.

기자) 현실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들리는데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를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루이스 국장) 최종 목표는 북한이 주민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하고 이웃 나라들과 조화롭게 지내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지,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닙니다. 어느 시점에선 비핵화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북한의 핵 보유 여부를 미국이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될 수도 있고요.

기자)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일본의 자위적 핵 무장 우려는 없습니까?

루이스 국장)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일본을 핵 무장하도록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본의 핵 무장은 일본인들에게도 위험합니다. 프랑스의 핵무기 보유가 독일의 핵 무장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양국은 정치적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죠. 근본적인 문제는 양국 간 나쁜 관계이기 때문에 관계 개선이 우선돼야 합니다. 핵 문제는 그 이후에 다룰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핵 보유가 장기화 되면 핵 확산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데요.

루이스 국장) 맞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번 협상의 목표 중 하나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프리 루이스 국장으로부터 미-북 비핵화 협상의 전망과 우려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