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시코 합의 '혹평'...미, 사우디연합군 지원 제한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합의에 관해 통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무역과 미국에 있어 중요한 날(big day)"이라며 협상 타결을 축하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멕시코가 잠정 타결한 새 무역협정에 다양한 반응이 모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기대와 달리, 업계 비판이 상당한데요.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이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에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사를 처음 밝혔고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때문에 안보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일본의 새 방위백서 내용, 들여다보겠습니다.

진행자) 월요일(27일) 미국-멕시코가 잠정 타결한 새 무역협정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중이라고요?

기자) 네. 미국 언론과 정치권, 업계 반응을 한마디로 전하면 이렇습니다.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 보다는 낫지만, 좋은 협정은 아니다.”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이렇게 정리했는데요. “아주 큰 거래(big deal)이고 보기 좋다(looking good)”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평한 것과 달리, 대중으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받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어째서 평가가 안 좋은 거죠?

기자) 나프타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나프타를 이름만 바꾸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논평했는데요. “이게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면, (나프타를) 그냥 놔두는 쪽이 수고스럽지도 않고, 미국 경제에 더 좋았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은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이번 합의의 핵심인 ‘자동차 원산지 규정’ 변화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무관세 혜택을 받는 ‘역내산’ 부품 비율 기준을 기존 62.5%에서 75%로 올린 조항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인데요.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 쓰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해당하는 차종이 몇 개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바꾸나 마나 한 조항이라는 비판이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입증할 자료가 있습니까?

기자) 네. 미 도로교통안전청(NHTSA) 자료를 보면, 현재 멕시코에서 조립해 미국에 판매하는 차종이 39개입니다. 이 중에 역내산 부품 비중이 62.5%가 안돼서 관세를 무는 차종은 22개인데요. 바뀐 원산지 규정으로 새로 관세를 물게 될 차종은 3개뿐입니다.

진행자) 나머지는 모두 역내산 부품 비중이 75%가 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머지 14개 차종은 75% 기준을 넘기 때문에, 지금도 관세를 안 물고, 앞으로도 변화가 없는 건데요. 62.5%에서 75% 사이에 있어서, 새 규정에 영향 받는 차종은 닛산 ‘버사’, 아우디 ‘SQ5’, 피아트 ‘500’, 이렇게 3개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차들은 미국 시장에서 그렇게 많이 팔리는 종류가 아닙니다. ‘버사’만 지난 한 해 1만대 정도 팔렸는데요. 같은 기간 팔린 신차는 총 1천720만대였습니다.

진행자) 역내산 부품 비중을 높이자는 조항이 실효성 없다, 그 밖에 어떤 지적이 나오나요?

기자) 자동차 원산지 규정에서 두 번째 큰 변화가, ‘시간당 16달러 이상을 받는 근로자가 제품의 40~45%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멕시코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미국 기업들을 위한 조치인데요. 이것도 실효성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역외’ 부품을 대부분 독일과 일본, 한국에서 들여오는데, 이들 나라의 자동차업종 근로자 임금은 이미 시간당 16달러를 훨씬 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새 협정이 ‘나프타’에서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이야기 짚어봤는데, 다른 비판도 있나요?

기자) 네. 협정에 유효기간을 두기로 한 ‘일몰조항’도 비판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 벤 세스 상원의원이 이런 지적에 앞장 섰는데요. “유효 기간을 둔 것이 이번 합의의 원천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이번 합의는 오히려 나프타보다 후퇴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자동차 관련 품목에, 시장의 결정보다 정부 관료들의 힘을 키운 것도 우려할 일”이라고 세스 의원은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미국 정부가 유효 기간을 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990년대부터 북미 세 나라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은 ‘나프타’가, 처음부터 잘못된 합의였고, 오랫동안 문제가 쌓이며 미국 주요 산업과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새 협정은 효력에 시한을 두자고 요구한 건데요. 멕시코 측은 일몰조항 신설에 반대했습니다. 이에 양측 입장을 절충해, 16년 효력을 두고 6년마다 협정 내용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비판을 주로 살펴봤는데요, 새 협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은 없나요?

기자) 보수 성향으로, 대체로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나프타의 틀을 완전 폐기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잠정 타결 이후 최종 합의까지 개선할 시간이 있다고 적었는데요. 그다지 잘된 협상이 아니라는 증거들을 참고해 앞으로 멕시코와 교섭에 전념하고, 더 잘 만든 최종안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멕시코는 새 무역협정의 틀에 합의했는데, 또다른 나프타 구성원인 캐나다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어제(28일) 워싱턴에서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측과,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무장관이 이끄는 캐나다 대표단이 만났는데요.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요인이 딱히 없다”면서, 이번 주 중 타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대 처럼 안 될 경우, 멕시코와의 양자 협정을 최종 합의로 진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멕시코와는 자동차가 현안이었는데, 캐나다와는 어떤 분야를 주로 협상하나요?

기자) 농산물이 쟁점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28일) 농업전문매체 RFD-TV와 인터뷰했는데요. “농민이 (협상의) 최우선 순위”라면서, 미국 농업은 “나프타를 비롯한 장벽들 때문에 오랫동안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이번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캐나다에서도 농업 분야를 중요하게 봅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나프타 개정 협상에서 낙농가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이날(28일)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28일 국방부에서 군산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도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연합군을 무작정 지원하지 않겠다, 미국 정부가 밝혔군요?

기자) 네. “사우디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무조건적(unconditional)인 게 아니다”,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어제(28일)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예멘에서 연합군 지원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원을 멈춘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미국의 지원이 예멘 내전을 진정시키는데 효과를 거뒀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매티스 장관은 설명했는데요. 상황과 조건(condition)에 따라, 일부 축소하거나 제한할 필요성을 언급한 겁니다.

진행자) 상황과 조건이란 뭘 말하는 건가요?

기자) 민간인 피해에 관한 상황을 말합니다. 최근 사우디연합군의 공습 과정에서 표적인 후티반군 외에, 어린 학생과 여성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이달 초에는 통학버스가 공습 받아 50여명이 숨진 가운데, 어린이 40여명이 포함돼 충격을 줬는데요. 이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위원회 조사단은 연합군 측의 '전쟁범죄' 가능성을 어제(28일) 거론했는데요. 그래서 매티스 장관은 이날 회견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이어갈 조건을 사우디 정부에 제시했습니다. 무고한 인명피해를 피하는 최선의 노력을 강구할 것, 유엔이 주도하는 평화 노력에 전념할 것, 이렇게 두 가지 입니다.

진행자) 예멘에선 최근 몇 년째 내전 중이죠?

기자) 네.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2014년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수니파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정부를 수도에서 쫓아냈습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이 반군을 지원했는데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듬해 아랍 연합군을 구성해 내전에 참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사우디 쪽을 지원해온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예멘 사태에 개입해 중동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는데요.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 탈퇴 직후 이란 측에 제시한 12개 요구 사항 중 하나가, '후티 반군 지원 중단'입니다. 이란의 움직임에 맞서 미국은, 중동지역 핵심 동맹인 사우디를 지원한 건데요. 사우디 연합군의 활동에 민간인 인명피해가 커지자, 지난 3월 미 상원이 지원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2016년 도쿄 후지 산 인근에서 일본 육상자위대가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일본이 2018 방위백서를 발표했군요.

기자) 네, 일본 정부가 28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각료회의를 열고 '2018년 방위백서'를 채택했습니다. 방위백서는 일본 정부가 매년 일본과 주변의 안보 환경을 판단하고, 지난 1년간의 방위 활동을 정리해 펴내는 건데요. 올해 총 564쪽에 관련 내용을 실었습니다.

진행자) 올해 방위백서의 주요 내용을 좀 짚어볼까요?

기자) 네, 일본 정부는 올해 백서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으로 인해 일본의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서면으로 약속한 것은 매우 '중대한(significant) 일'이라고 평가했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일본의 심각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는 최근 온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일본과 중국은 동중국해 상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6월,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최근 우호적인 기류가 흐른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하지만 방위백서는 중국군의 급속한 현대화와 운용 능력 향상, 일본 주변에서의 활동 증가가 일본은 물론, 지역, 국제사회의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는 중국의 군사력이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강화했다고 평가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올해 백서에서, 중국이 최근 몇 년간 국방비를 늘리고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특히 전자전, 사이버 분야 등 새로운 형태로 실전적인 운용 능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백서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를 거론하면서, 앞으로 중국군의 현대화 작업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와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홋카이도 북부 섬들, 즉 '북방영토(러시아 명 쿠릴열도)'에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하고, 민간 공항을 군용으로 허용하는 등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일본은 육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System)' 도입 문제로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데요. 일본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방어 등을 위해 이지스 어쇼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자국을 감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백서에서도 다른 나라들과의 영유권 분쟁 문제가 언급됐습니까?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러시아와의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 외에도, 한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다케시마(한국명 독도),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 올해도 역시 거론됐습니다. 백서는 일본의 고유한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 센카쿠 열도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해당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즉각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일본 방위 백서의 주장을 항의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백서의 내용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고요.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 매체 '신화망'도 일본이 35쪽이나 할애해 중국에 대해 무책임한 언급을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신화망은 또, 일본 정부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에서 펼치는 중국의 정당하고 통상적인 활동을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도 반발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일본의 2018 방위백서에 대해 "일본은 세계적인 추세인 평화의 기후를 악화시키려고 발악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