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팔레스타인 원조 중단...트럼프 'WTO탈퇴' 압박

니키 헤일리(앞)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돕는 유엔 활동에 예산 지원을 끊습니다. 중동 평화 계획과 관련된 움직임인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강조했고요. 위구르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중국을 제재하라는 미 의회 목소리,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는 유엔 활동에, 미국 정부가 재정 지원을 중단한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원조금을 모두 없애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오늘(31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동시에 보도했습니다. 몇 주 안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올해 초 관련 예산 일부를 삭감한 데 이어, 아예 중단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겁니다.

진행자) 왜 이런 조치를 하는 겁니까?

기자) 두 가지 배경을 매체들이 짚었는데요. 지원금의 혜택을 받는 팔레스타인 당국이, 오히려 미국 정부를 계속 비판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크고요. 주변국가들이 재정 지원에 소극적인데, 미국이 막대한 돈을 부담할 사정이 아니라는 게 또 다른 이유입니다. 최근 미 고위 당국자가 이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 고위 당국자의 불만, 어떤 내용이죠?

기자) “팔레스타인 당국은 끝 없이 난민을 발생시키면서도, (난민을 돕는)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이번 주 초 언론에 말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주변국들은 재정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는 어디로 갔나? 그 나라들이 돈을 더 내서 아이(난민)들을 돌봐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헤일리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불만 외에도, 중동 정세와 관련된 배경도 있다고요?

기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미국이 압박하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해설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에 미온적인 팔레스타인의 재정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라는 건데요. 원조를 받고 싶다면 미국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장으로 나오라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원조를 중단하면, 팔레스타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나요?

기자) 지난 2015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이 받은 각종 국제 원조금이 24억달러 정도인데요. 이 가운데 4억달러를 미국에서 제공한 걸로 추산됩니다. 상당한 비중인데요. 팔레스타인 측은 미국 정부의 지원 중단 움직임에 대해 “값싼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응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스라엘 쪽은 협상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기자) 이스라엘도 최근 대화에 미온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 이런 말을 했는데요. “이제는 이스라엘이,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준 대가를 치러야 할 때다.” 다시 말해, 각종 현안에서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평화 구축 노력에, 당국이 성의를 보일 시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해 12월, 분쟁지역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옮겼는데요. 주변 아랍권 국가들에서 반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유혈사태까지 일어났는데요. 유엔은 총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효력 없다는 결의도 채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군요?

기자) 네. WTO가 미국에 불공정한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어제(30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했는데요. 세계 각국이 모여 WTO를 설립하기로 한 건 “사상 최악의 무역 합의였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 탈퇴 가능성을 밝힌 게 처음은 아닌데요.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이 한층 가열되는 와중이라, 이번 발언은 특별히 주목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WTO, 세계무역기구가 뭡니까?

기자) 세계 무역질서를 관리하는 조직인데요. 주로 하는 일은 회원국 간의 통상 분쟁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WTO에 제소한다’는 말이,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데요. 어떤 나라의 통상 활동에 다른 나라가 불만을 제기하면, 그 내용이 WTO 규약에 부합하는지 심사합니다. 그 판결에 회원국들은 반드시 따를 의무가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조직을 만든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2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와 나라 사이 대규모 무역 거래가 본격화되면서, 규칙을 정비할 필요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가트(GATT),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같은 약속을 맺기도 했는데요. 약속을 어겨도 징벌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강제력을 갖춘 국제조직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1994년 미국 주도로 세계 각국이 합의한 조직이 WTO인데요. 이듬해 1월 공식 출범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탈퇴 가능성에 대한 반응 살펴보죠.

기자) 좋은 반응은 별로 없습니다. 미국이 WTO에서 탈퇴하면, 미-중 통상 마찰보다 훨씬 큰 파급력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는데요. 역대 미국 정부가 세계 무역 질서의 틀을 잡고 강화하는 노력을 주도했는데, 이제 와서 이걸 허물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요 경제 매체들이 논평했습니다.

진행자) 좋은 반응이 없는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WTO에서 탈퇴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불만은, 미국이 WTO 심판에서 너무 많이 패소한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WTO 규약 위반이 확실한 사례를 제소하기 때문에, 원고 승소율이 90%에 달하는데요. 이는 미국에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나라로부터 제소당하면 패하는 비율이 90%에 이릅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미국을 제소하는 사건이 많았는데요. 역시 미국이 승소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이 WTO 탈퇴를 검토하는 주된 배경이 중국과의 통상 마찰 때문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시장경제 국가가 아닌 중국을 2001년 WTO에 받아준 게 실수였다”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비판한 적이 있는데요. “미국은 WTO에 더욱 공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WTO 규정보다 미국법을 우선 집행하겠다는 의사도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도 강화한다고요?

기자) 네. 앞서 예고한 2천억 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를, 이르면 다음 주 단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계획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는데요. 현재 이에 대한 공청회를 치르고 의견 수렴 과정인데, 절차가 끝나는 즉시 관세를 발효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중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이 압력이 중국에는 효과 없을 것이고, 궁극적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오늘(31일) 정례 브리핑에서 말했습니다.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을 직시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올바른 선택’을 하라는 건 어떤 주장인가요?

기자) 2천억 달러 관세 부과는 두 나라 모두에 악영향을 끼칠,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겁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90%가 넘는 미국 기업이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고 가오 대변인은 강조했는데요.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면 원가 상승으로 미국 산업 발전에도 역효과가 나고, 물건 값이 올라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말입니다. 중국 외교부도 비슷한 논평을 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강하게 압박하고, 중국은 강한 반발로 맞섰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나요?

기자) 미국이 예정대로 다음 주에 2천억 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여기에 맞서 600억 달러 규모 보복 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인데요. 이렇게 되면, 미국은 올 여름 이후 총 2천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신규 관세를 매기는 것이고요, 중국은 1천100억달러 규모로 응수하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이 그 동안 똑 같은 규모로 보복관세를 매겼는데, 이번엔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초, 미국이 340억 달러 어치 중국산 기술제품에 관세를 매김과 동시에, 중국도 340억 달러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요. 지난 주 미국이 160억 달러에 관세를 추가하자, 동일한 160억 달러 규모 보복 관세로 응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똑 같은 2천억 달러로 맞서지 못하는 건데요. 중국이 연간 수입하는 미국산 제품 총액이 1천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럼, 중국으로서는 수입하는 모든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게 되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으로서는 대응할 수단을 모두 사용한 셈인데요. 앞으로는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은 3천억 달러 규모 후속 관세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3월 중국 신장 이드 카 모스크 앞 광장을 공안들이 순찰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연방 의원들이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 탄압을 초당적으로 비판하며 제재를 촉구하고 나섰군요.

기자) 네, 미국 연방 의회 의원들이 29일 중국 고위 관리들과 기업들에 대한 자산동결과 비자 발급 금지 등의 제재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정부에 보냈습니다. 서한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앞으로 보냈는데요. 공화당의 중진 의원들인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의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 등,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초당적으로 17명의 의원들이 뜻을 같이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제재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이들 의원은 현재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위구르족과 또 다른 이슬람 소수민족들이 정식 재판이나 기소 절차 없이 임의로 체포되고, 고문을 당하거나, 종교적으로 심각한 제약을 받는 등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이 심각하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원들은 또 많게는 100만 명이 넘는 위구르족과 다른 이슬람 소수민족들이 정치 교화소나 수용소에서 감금돼 있다면서, 강력한 국제적 대응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요즘 자주 뉴스에 나오는 곳인데요. 어떤 곳인지 잠깐 짚어주시죠.

기자) 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의 제일 서북쪽 끝에 있는 곳인데요. 위구르족과 카자흐족 등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들이 주로 살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족들과는 뿌리도 다르고, 문화도 이질적이라 분리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고요. 특히 지난 2009년에 큰 무장 폭동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무장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중국 당국은 사회 안정과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역 주민들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의원들이 서한에서 특정 인물도 제재 대상으로 거론했다고요.

기자) 네, 의원들은 신장위구르 지역 최고 책임자인 천취안거 당서기를 주민들의 인권 탄압과 정치 교화소 제도를 도입한 책임자로 지목했습니다. 교화소에 수용됐다 풀려난 여러 사람들은 현재 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교화소에서 이슬람교를 부정하도록 강요받고, 사상교육 등을 강제로 받았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구타와 고문 등을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미국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에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들은 인권 재판관을 자처하며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고, 자신들의 일에나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 정부는 정치 교화소나 수용소의 존재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달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보고서와 함께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됐는데요. 당시 중국 측 대표는 중국에 그런 시설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며 부인했습니다. 또 중국 어디에도 비밀수용소나 강제 구금은 결코 없으며 위구르족을 포함한 신장 주민 모두, 동일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다만, 경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직업 훈련소로 보내서 사회 적응 훈련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또다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군요.

기자) 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30일,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최대 100만 명의 위구르 주민이 갇혀 있다며, 중국 정부에 위구르 주민들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따르면 신장 지역에서는 현재 단순한 문안 인사같이, 위협적이지 않은 이슬람식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이 구금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공식적인 입증 자료가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