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태영호 전 공사 북한인권상 수상...“남북관계 진전 위해 북한 주민 인권 희생 안 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인권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켜 북한인권법이 시행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을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2년 전 북한을 탈출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4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수여하는 제1회 북한인권상을 수상했습니다.

[녹취: 현장음] “북한인권상 태영호.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귀하의 노고를 기리고, 헌신의 기록을 역사에 길이 남기기 위해서 이 상을 드립니다.”

한변은 북한인권법 시행 2주년과 한변 창립 5주년을 맞아 북한인권상을 제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태 전 공사를 제1회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태 전 공사의 탈북 자체가 북한의 반인권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해 북한 당국에 경종을 울렸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북한인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태 전 공사가 탈북 이후에도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행사와 강연, 저술 활동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한 공적이 많다고 평가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자신이 제 1회 북한인권상을 받은 것은 그 동안의 활동이 평가를 받아서라기 보다는 앞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 달라는 기대와 당부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 주민들은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올해도 북한인권 결의안은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될 것입니다. 북한과 친선관계에 있는 공산국가들인 중국이나 베트남, 쿠바도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 전 공사는 그만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체제와 이념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보편적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만은 인권 개선 문제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고, 태 전 공사는 주장했습니다.

북한인권 개선에서 핵심기구인 인권재단이 아직 출범조차 못하고 있으며,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2주년이 넘었지만 사실상 이름만 남아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인권재단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내년도 북한인권 관련 예산이 급격하게 줄어 들었으며, 북한인권 단체들은 재정난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태 전 공사는 현 정부와 정치권에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켜 북한인권법이 시행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태영호 전 공사] “북한인권재단을 빨리 출범시켜야 국제사회에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국가적 품격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인권 문제가 정치적 이념의 포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 남북관계의 진전이나 특수성에 종속되고 민족통일을 위해 희생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은 인류의 양심에 반하는 것입니다.”

태 전 공사는 남북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북한 주민들을 한국 주민들처럼 대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을 다르게 대한다면 통일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고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한변의 김태훈 상임대표는 이날 시상식 축사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태훈 상임대표] “그러나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하지 않는 등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극히 유감된 일입니다”

이날 한변과 함께 시상식을 공동으로 주최한 국회인권포럼의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도 북한인권법 시행 2주년을 맞았지만 오히려 북한인권법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홍일표 의원]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이 지연되고 있고, 북한인권법에 규정된 인권대화는 엄두도 못내고 있고, 북한인권대사의 지명은 1년 동안 지연되고 있습니다.”

홍 의원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과 북한 민주주의의 실현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북한인권 운동은 이제 앞으로의 방향과 진로에 대해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