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역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연탄 수출에 편중된 무역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5일 발표한 ‘북한의 무역, 양적 성장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무역이 2000년대부터 그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양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역 규모가 가장 컸던 시기는 2013년으로 총 80억 1천만 달러로 나타났고, 최근들어 국제사회의 제재 여파로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이 시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성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북한 무역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질적으로는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000년 후반 이후 지속돼 온 중국 일변도, 특히 무연탄 일변도의 수출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규철 연구위원] “ 상대적으로 무연탄이라는 상품이 노동력과 자본의 투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 상품이 아니거든요. 소위 말하는 고위 기술을 이용한 상품이 아니라 그냥 캐면 되는 거잖아요. 사실 말 그대로 1차 생산품인건데...”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북한 무역의 중국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자 북한은 이에 대응해 인적 물적 자본의 투입이 크게 필요치 않은 무연탄의 수출량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2016년의 경우 무연탄의 수출 비중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며, 이런 수출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북한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규철 연구위원] “국제시세가 떨어지면 북한 입장에서는 좋지 않겠죠. 당연히. 단기적으로 볼 때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고 볼 수 있고요.”
아울러, 인적 투자나 물적 투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1차산업인 무연탄 수출에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북한의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이같은 상황을 무역의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까지 이룩한 베트남과 비교했습니다.
베트남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에 양적으로 무역 규모가 성장한 것은 동일하지만, 베트남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급 기술을 수출하면서 질적인 성장도 이뤘다는 겁니다.
[녹취:김규철 연구위원] “그런 상품을 생산하면 당연히 그 안에 있는 베트남 내부의 산업구조 자체가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 양적인 부분 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까지 상승했고, 베트남의 경제상승을 이끌어 올 수 있었다라는 측면을 북한과 대조시킨 겁니다.”
보고서는 베트남은 1996년 이후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북한 경제는 음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가 침체에 빠진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베트남은 국제사회에 개방된 경제로 다양한 나라들과 교역을 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무역 품목 면에서도 베트남은 고급 기술을 이용한 품목들을 수출하는 등 상품의 질이 높아진 반면, 북한은 수출 품목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만 의존하면 중국이라는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무연탄의 국제시세가 하락하면 손해를 보는 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김 연구위원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지속돼 온 북한의 수출 구조는 정상적인 교역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경제 안정성 측면이나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무역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