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기념해 집단체조를 재개한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집단적인 인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이 지적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은 해에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으로 인권을 학대하는 행사를 재개하는 것은 개탄스럽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남부에 사는 북한 대학 교원 출신 레베카 씨는 10일 VOA에 북한 정부가 재개한 체제 선전용 대집단체조(빛나는 조국)가 미국 뉴스에 나오자 TV 채널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레베카 씨] “저희는 그거 안 봤습니다. 안쓰럽고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볼 수 없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체제선전용이라고 떠들지만, 사실은 어린이 등 학생들을 혹사시켜 만든 게 집단체조이기 때문에 차마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레베카 씨는 이런 혹사 문제 때문에 돈과 권력이 있는 집안 아이들은 집단체조 행사에 거의 없고 못 사는 집안 자녀들이 대부분 동원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레베카 씨] “당연히 인권 문제입니다. 아마 8~90%가 못 사는 아이들일 겁니다. 왜냐하면 평양시의 돈 많은 아이들은 거기 참가하는 거 원하지 않거든요. 못사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참가하지만, 하다못해 담요 아니면 사발 한 세트라도 받으니까. 못사는 아이들은 그걸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참가합니다.”
대학생들도 반년 이상을 연습에 허비하느라 학교를 5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가 많아 행사 차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집단체조를 재개한 게 아니라 집단적인 인권 침해 행사를 재개했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은 해에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으로 인권 침해 행사를 열었다며 개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각각 70주년이지만, 정반대입니다.) 9·9절 행사 준비를 위해 평양의 학생들과 각 지역에서 차출된 젊은 청년들은 보수도 없이 행사를 위해 강제로 동원되는 겁니다. 어린이와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김씨 일가의 국가 행사를 위해 제대로 된 식사도 휴식도 충분히 못 하면서 그냥 강제로 행사에 동원되는 겁니다. 그게 엄청난 문제죠. 그게 아동권 유린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년 시절 집단극 ‘아리랑’에 동원됐던 평양 출신 탈북민 김형덕 씨 등 여러 탈북민은 과거 언론 기고와 유엔 인권 청문회를 통해 집단체조의 이면에 “피눈물”이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행사 준비에 동원된 아이들은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소변을 잘 보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고, 지도원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신 깡통이나 병으로 소변을 보라고 지시한다는 겁니다.
또 카드 동작을 실수했다고 지도원에게 매를 맞고 뙤약볕 아래서 훈련하다 더위로 쓰러지는 아이들이 많으며 연습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고 탈북민들은 회고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연구원은 이런 탈북민들의 증언을 많이 들었다며 집단체조는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은 채 정권을 기리기 위한 쇼에 동원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노스 연구원] “I heard that the students who have to participate are permitted to go to the bathroom….”
북한 정권이 보이려는 화려한 모습 뒤에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침해되는지 국제사회가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이런 집단체조와 강제적 집단 선동 행사의 문제를 자세히 지적했었습니다.
보고서는 훈련이 거의 1년 내내 진행되고 4~6개월의 학교 수업을 희생하며 종일 연습에 동원된다며, 긴 시간 동안 혹독한 환경에서 엄격한 연습을 반복해 여는 집단체조는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런 어린이에 대한 착취는 휴식, 여가생활을 즐길 권리와 교육 방해, 건강에 해로운 일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아동권리협약(31조와 32조)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북한 주민들이 이런 국제법을 제대로 모르고 인권 유린을 일상처럼 여기며 계속 당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노동착취로 볼 수 있죠. 인질로 잡혀있는 사람이 그런 심각한 인권 침해를 파악할 수도 없겠지만, 아이들을 그렇게 억지로 일을 시키고 연습시키고 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그냥 노예로서 대축전을 준비한다며 착취한다는 게 분명히 사악한 인권 유린입니다. 북한은 유엔 가입국으로서 유엔인권선언을 지켜야 합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이노스 연구원도 북한 주민들이 미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깨닫는 게 아주 중요하다며 집단체조 재개를 계기로 인권 침해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노스 연구원] “I think it’s really important for North Koreans to realize that in the same way Americans should have accessed to basic rights and freedom…”
인권의 권리는 김정은 정권이 부여하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진 고유한 권리란 것을 북한 주민들이 알도록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정부가 외화 수입을 위해 이런 집단체조를 활용하는 것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인권 침해에 무지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북한 교원 출신 레베카 씨는 북한 당국에 돈을 내고 이런 집단체조를 보는 것은 양심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레베카 씨]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그 누구도 저는 (집단체조를) 보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그런 고생을 하죠. 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런 고생이 필요 없거든요. 아이들이 그렇게 고생하는데 왜 보러 가려고 하는가?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도 “집단체조는 북한 외화 수입의 주요 원천”이라며 “많은 관광객은 집단체조 참여를 강요받는 아이들이 겪는 인권 침해에 대해 대부분 무지하다”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아이들을 체제 선전과 관광 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예로 동원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실상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화려하고 완벽한 집단체조의 뒷면에는 몇 달을 고생하고 관리자로부터 욕과 구타까지 당하면서 연습을 거듭한 학생들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사악한 인권 유린 국가에 살기 때문에 아동침해, 인권 침해로 생각하지 못하겠지만, 밖에서 북한을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가 재개한 체제 선전용 대집단체조(빛나는 조국)는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지시로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