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NSC 특보 “북 위협 대응 장거리 타격 능력 필요”…미국은 미온적

11일 워싱턴의 스팀슨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구로에 데스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 특보(가운데), 육상자위대 동부방면대 사령관 출신 이소베 고이치 하버드대 아시아 센터 선임연구원(오른쪽), 유키 타츠미 스팀슨 센터 일본국장(왼쪽)이 참석했다.

일본은 유사시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구로에 데쓰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특보가 밝혔습니다. 워싱턴을 방문한 일본의 전·현직 안보 관리들은 북한을 일본의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으로, 한국을 미국 외에 안보 협력이 가장 필요한 나라로 꼽았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일본 방위성 차관을 지낸 구로에 데쓰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특보가 일본의 장거리 타격 능력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구로에 특보는 11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스팀슨 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적의 공격 징후가 확인될 경우 선제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구로에 특보]

핵무기도 없고 선제타격능력도 없는 일본은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에 적어도 장거리 타격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을 미국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지난 12월 일본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일본 내 많은 정치적 반대 여론과 미국의 부정적인 입장 때문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11일 VOA에 일본은 한국의 선제타격능력인 킬체인과 같은 능력을 보유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Japan wants to have ability to strike targets just as South Korea does with their ‘Kill Chain’ concept to be able to strike North Korean missile sites……”

기존의 패트리엇 등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에서 더 나아가 북한의 공격 조짐이 확실할 때 선제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일본은 현재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며 적 기지 선제 타격은 미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공격 능력을 개발할 경우 한반도 공격 능력을 우려하는 한국의 반발 등으로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을 미국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think the United States probably would like convince Japan not to develop that because it would…”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은 한국과 미국이 할 수 있으니 일본은 미사일 방어와 해양 작전 능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모두에 유익하다는 게 많은 미 국방관리들의 견해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구로에 특보는 그러나 미-일 동맹의 방어력에 책임 있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은 ‘전수방위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도입을 추진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F-15 전투기에 탑재하는 재즘(JASSM)-ER 공대지 미사일, 노르웨이산 콩스버그 JSM 등입니다.

재즘은 특히 최대 사거리가 약 1000km로 일본에서 북한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한편 구로에 특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미국 다음으로 일본의 국가안보를 위해 협력을 가장 강화해야 할 나라는 한국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구로에 특보] “일본어”

북한의 핵·미사일은 현존하는 위협으로 이에 대응한 일본과 한국의 협력은 일본의 국가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구로에 특보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 최근 몇 년 동안 양국 간의 군사 교류가 건실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이런 흐름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로에 특보는 지난해 7월까지 방위성 차관을 지내며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핵심 역할을 했었습니다.

구로에 특보는 한일 모두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전략적 접근에 거의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 사안이 전면에 부각되면 군사 교류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강화로 주요 사안에 중국과 맞서기 힘든 어려움이 있어 일본과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구로에 특보]

하지만 두 나라는 모두 법치와 자유 민주주의, 국제법 등 주요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기 때문에 서로 신뢰와 협력을 강화할 공간이 여전히 많다고 구로에 특보는 강조했습니다.

일본 육상자위대 동부방면대 사령관을 지낸 이소베 고이치 하버드대 아시아 센터 선임연구원도 한국을 미국 다음으로 일본과의 안보 협력이 가장 필요한 국가로 꼽았습니다.

[녹취: 이소베 전 사령관]

한반도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어 일본의 안보에 매우 중요하고 북한의 위협이란 공통적인 안보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일 국방 교류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겁니다.

이소베 전 사령관은 그러나 과거사 문제와 독도, 일본명 다케시마의 영유권 문제, 그리고 국민 여론이 관계 강화에 자주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화나게 만들지 않으면서 지혜롭게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사고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수준에 관해서는 여전히 일본의 국가안보에 심각하고 임박한 지속적 위협이라는 게 구로에 특보와 이소베 전 사령관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구로에 특보는 특히 이런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위협 방어를 위해 미사일 방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구로에 특보]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31일 재무성에 제출한 내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477억 달러로 편성하면서 이 중 미사일 방어력 추가에 21억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