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에 가면 몽(Hmong)족 농부들이 많다고 합니다. 몽족은 원래 중국에 살던 소수민족으로 18세기에 베트남과 라오스로 건너갔고,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엔 미국으로 많이 건너왔다는데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들 몽족 이민자들은 미네소타주 농촌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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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미네소타주의 몽(Hmong)족 농부들”
[현장음: 미네소타 다코타 카운티 꽃 농장]
금요일 낮,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농부 미 항 씨가 열심히 꽃을 꺾고 있습니다. 주말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 즉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 내다 팔 꽃을 준비하고 있는 건데요. 인근 채소밭에선 마오 모와 씨가 채소 수확에 또 한창입니다.
[녹취: 마오 모와]
옥수수와 고구마, 체리, 콩, 방울토마토 등을 재배한다는 모와 씨. 너른 밭엔 채소들이 싱싱하게 익어갑니다.
항 씨와 모와 씨는 모두 몽족 출신으로 19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미네소타에 자리 잡았는데요.
[녹취: 마오 모와]
농사가 즐겁다는 모와 씨는 지난 2011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 ‘몽족농부협회(Hmong American Farmers Association)’에 가입했습니다. 영어 약자를 따 HAFA(하파)로 불리는 이 단체는 미네소타주의 수도 세인트폴의 교외 지역, 155에이커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데요. 회원으로 가입한 농부들에게 20~40에이커 씩의 땅을 장기 대여해 화훼나 채소 농사를 짓도록 하고 있습니다.
[녹취: 파코 항] “늘 불안한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몽족 농부들을 돕기 위해 HAFA(하파)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이민자인 농부들은 언제든 땅을 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더라도, 토지 주인이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다년생 식물이나 유기농 인증을 받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게 쉽지 않죠. 사실 이윤이 많이 남는 농사는 바로 이런 것들인데 말이예요.”
HAFA의 공동 설립자인 파코 황 씨도 몽족 난민 출신인데요. 지난 1976년 부모님과 함께 태국의 난민촌을 거쳐 미국으로 오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파코 항] “베트남 전쟁 당시 저희 아버지는 미 중앙정보국, CIA가 라오스 북부에서 운영한 몽족 ‘비밀부대(Secret Army)’ 소속 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군을 도왔던 비밀부대원들은 보복 공격의 대상이 됐죠. 라오스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었고 결국 미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항 씨 가족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미네소타주였는데요. 현재 미네소타에 거주하는 몽족은 6만 명 이상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몽족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미네소타주의 몽족 이민자들은 현재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다는데요. ‘미네소타 파머스 마켓 협회’의 데이브 코트소나스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데이브 코트소나스] “세인트폴 지역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의 약 절반을 몽족 출신 농부들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몽족 농부들은 지역 농산물 장터들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어요.”
HAFA의 코우 양 운영담당자는 하지만 몽족 농부들이 직거래 장터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푸드 허브(Food Hub)’라는 농산물 배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코우 양] “ ‘푸드 허브’는 HAFA(하파) 회원 농부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모아 분배하고, 판매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기업, 식당 등 공급처는 무척 다양합니다. 또 지역 농산물을 매주 받아먹는 회원제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수백 명에 지역 주민들에게도 하파의 신선한 채소를 배달합니다.”
파코 항 씨는 HAFA에서 영세사업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농부들이 트랙터와 같은 농사 기구를 살 수 있도록 소규모 대출받는 법 등을 가르쳐준다고 하는데요. 항 씨는 하지만 이런 노력이 몽족 농부들만을 위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파코 항] “우리는 그저 몽족이 대를 이어 잘 사는 걸 돕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 관심 있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두 번째 이야기, 볼티모어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무료 악기 교실”
미국에선 학생들이 ‘애프터 스쿨’이라고 부르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통해 운동이나 음악 등을 배우는데요. 미 동부의 대도시 볼티모어시에 가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가르쳐주는 ‘오키즈(Orchkids)’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1천300명 이 넘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악기를 배웠다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음악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의 삶과 또 지역 사회에 변화를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현장음: 니마 로빈슨 연주]
볼티모어시의 ‘시드(Seed) 고등학교’. 15살 니마 로빈슨 양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실내악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니마 양은 ‘오키즈’프로그램을 통해 4년간 바이올린 교습을 무료로 받아 오고 있습니다.
[녹취: 니마 로빈슨]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여러 다른 스타일로 연주할 수 있거든요.”
니마 양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한국계 미국인인 아름 킴 씨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볼티모어의 유명 음악 대학인 ‘피바디’ 음대를 졸업한 킴 선생님은 니마의 끈기와 노력이 니마 양을 최고의 학생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아름 킴] “우리 ‘오키즈’ 프로그램은 니마와 같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됩니다.”
니마 양이 이렇게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건 어머니 수잔 존슨 씨 덕분입니다. 니마 양과 어머니 존슨 씨는 몇 년 전 볼티모에서 열린 ‘오키즈’ 학생들의 연주회를 보게 됐다고 하네요.
[녹취: 수잔 존슨]
그 공연을 보면서 수잔 씨는 딸 니마 양에게 “네가 해야 하는 게 바로 이거인 거 같아”라고 말했다는데요. 사실 니마 양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모두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고, 따라서 수잔 씨가 후견인이자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거라고 하네요.
[녹취: 니마 로빈슨] “엄마가 많이 도와주세요. 제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죠. 바이올린 연습을 열심히 하라고 얼마나 성화를 하시는지 몰라요. 엄마가 안 계셨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바이올린 연주를 잘하지 못했을 거예요.”
오키즈 프로그램은 악기를 통해 많은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로 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키즈 소속 학생들은 대부분 흑인이고 가정 형편이나 생활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오키즈에서 만큼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녹취: 아름 킴] “아이들 중에는 연습하러 들어올 때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난이나 가정 폭력 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죠."
오키즈에 소속에 학생들은 악기 연주를 통해 서로 끈끈한 정도 느끼고 용기도 얻는다는데요. 오키즈의 무료 바이올린 교습 덕에 니마 양의 실력은 빠르게 늘었고, 공립예술고등학교인 ‘볼티모어 예술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니마 양은 앞으로 음악 대학을 졸업해 학위를 딴 후, 자신과 같은 흑인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 주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니마 로빈슨] “악기를 연주하는 데 있어 인종은 중요하지 않아요.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그 누구나 연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