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대북 제재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부쩍 제재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북 간 상호 신뢰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제재 문제도 처음부터 미-북 협상의 쟁점이 아니었나요?
기자) 여러 쟁점들 가운데 하나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종전 선언에 관심이 집중된데다,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라는 미국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북한 도 이런 기류를 파악하고 일단 종전 선언 문제에 주력하면서 제재 문제를 무게 있게 거론하지 않았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새삼 제재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가요?
기자) 북한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 이 문제를 공론화 한 데 이어, 오늘(4일)은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이 매체는 제재를 `미국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근본 요인’으로 지적하면서, `비핵화 실현의 장애’라고 주장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지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 자체가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서두르게 만드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런 인식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재는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여건”이라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비핵화를 위한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북한이 서두르게 만들 `무기’가 제재라는 것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이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제재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간은 북한이 아닌 미국의 편이라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선 이유는 경제발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제재가 유지되는 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이루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김 위원장이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평양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빨리 끝내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싶다”고 한 건 이에 대한 조급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도 임기 중 북 핵 문제 해결이나 극적인 진전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잡았던 2021년 1월 비핵화 완료 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춘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외교안보 분야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시간적인 압박은 김정은 위원장이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최근 종전 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 무게중심을 제재 문제로 이동하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기자) 그럴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그런 입장을 밝힌 시점을 전후해 제재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 점, 그리고 미국이 종전 선언에 대한 대가를 너무 크게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을 강하게 제기한 점이 주목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설사 종전 선언을 여전히 원한다고 해도 그 대가를 크게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 제재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까요?
기자) 가능성이 있지만 중요하게 논의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진전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수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에서 미-북 간 신뢰를 강조할 뿐 “결코 미국에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문제로 당장 협상에 걸림돌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