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통해 시료 채취 등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디까지 사찰을 허용할지 등을 놓고 북한과 또 다른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북한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e United States would...”
올브라이트 소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풍계리에서 어떤 종류의 핵실험이 이뤄졌는지를 시험하고,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핵실험 당시 플루토늄이나 무기급 우라늄 혹은 두 종류 모두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이번 사찰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검증을 허용한다는 건 북 핵 문제에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만약 북한이 플루토늄만으로 실험을 했다면 현재 북한에 남아 있는 핵무기는 12기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무기급 우라늄 역시 핵실험에서 사용 여부만을 파악해도 미국의 입장에선 중대한 발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f they tested weapons-grade uranium...”
그러면서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는 현재 그 숫자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을 사용하거나 보유했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말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현 상태를 확인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So if those explosives went off and those tunnel complexes...”
북한은 현황판을 통해 터널 깊숙한 곳에서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주장했으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실제로 터널은 완전히 무너졌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입구 쪽에서만 폭발물을 작동시킨 것이라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여전히 재사용 가능한 상태일 것인데, 이런 사실을 이번 사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e goal from their point of view..."
따라서 올브라이트 소장은 사찰단의 첫 번째 목표는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터널의 실제 붕괴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것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보기 어렵다면서, 이미 핵실험이 끝난 장소에서 얻어낼 게 많지 않다는 등의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핵 전문가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날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핵실험에 사용한 핵 폭발의 유형과 핵 물질의 양, 특히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얼마만큼 사용됐는지를 이해하는 건 (비핵화 과정에서)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유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시료 채취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런 검증이 북한의 협조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무기의 설계는 물론 시험 과정과 관련 장비, 평가 도구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동시에 검증단은 각종 수치 측정과 샘플 채취와 함께 터널과 장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핵무기와 관련된 분야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장비들도 확실히 폐기되거나, 장시간 감시될 수 있는 곳에 보관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말했습니다.
이어 핵실험 이후에도 플루토늄과 우라늄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면서, 사찰단은 이들의 사용 가능 여부를 탐지하고,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비핵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것이고, IAEA의 안전협정도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이 때 북한이 모든 핵 물질을 신고했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IAEA가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양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회의적인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 씨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폐기된 상황에선 얻을 게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Because the tunnels all have been closed...”
북한의 폐기로 인해 모든 터널 입구가 막혔고, 이로 인해 채취할 시료가 사실상 많지 않다는 겁니다.
로퍼 씨는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 대기에서 조차 핵 시료가 채취되지 않도록 했으며,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어떤 물질이 이용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플루토늄과 우라늄 중 어떤 물질이 핵실험에 이용됐는지를 확인하려면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고 시료를 채취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를 허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로퍼 씨는 전망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It’s kind of a big deal...”
로퍼 씨는 시료 채취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드릴은 원유 등을 팔 때 사용하는 대형 장비라며, 수 백 피트 깊이의 돌을 파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로퍼 씨는 사찰단의 역할에 대한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If there were negotiations about how inspectors...”
어떤 방식으로 사찰단을 허용할지 협상을 해야 하며, 여기에는 많은 사안들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 만큼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로퍼 씨는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놓고 벌이는 협상은 이후 다른 장소에서의 사찰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