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카쇼기, 계획적 살해"...미 군함, 타이완해협 통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여당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 의회에서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군함 2척이 타이완 해협을 통과하면서 남중국해 일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5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찾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보겠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터키 의회에서 이례적인 연설을 했군요.

기자) 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의원 총회에서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카쇼기 씨는 사전 계획에 의해 매우 잔인무도하게 살해됐으며, 이를 입증할 매우 강력한 증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밝하지 않았습니다. 에드로안 대통령은 또 범인들이 카쇼기 씨를 살해하기 전날 영사관 외곽을 사전 답사까지 했다고 밝혀 우발적 사망이라는 터키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카쇼기 씨 살인범들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가짜 인물도 내세웠다고요.

기자) 네, 에르도안 대통령은 범인들이 카쇼기 씨와 비슷한 대역을 내세워 영사관 밖으로 나오는 장면도 CCTV에 잡혔다고 말했습니다. 또, 카쇼기 씨가 영사관에 도착하기 전에 영사관 내 보안 카메라도 끊겨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얻은 정보와 증거들은 카쇼기 씨가 잔인하게 살해된 것을 보여준다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카쇼기 씨의 시신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여러 터키 언론들은 범인들이 카쇼기 씨의 시신을 훼손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도 연설에서 카쇼기 씨의 사체가 왜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우디 정부는 그들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카쇼기 씨 살해를 계획한 사람들을 다 밝혀내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며 독립적인 수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요. 살인범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 사면권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범죄자들을 다 터키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사우디의 사실상 통치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에 관한 언급도 했습니까?

기자) 에드로안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살만 사우디 국왕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렇게 일국의 대통령이 의회에서 다른 나라 사람의 사망 사건에 대해 발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기자) 네, 그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고, 수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는 건데요. 자말 카쇼기 씨는 사우디 왕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오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 실종됐는데요. 터키 당국이 초동 수사 결과, 카쇼기 씨가 사우디 정부가 파견한 암살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하면서, 큰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우디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사우디 당국은 사건 초기에는 카쇼기 씨는 사우디 영사관을 나간 후 실종됐다며 전혀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정해왔는데요. 하지만 터키 당국의 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자, 급기야 지난주 카쇼기 씨가 영사관 안에서 용의자들과 주먹다짐을 하다가 숨졌다며, 처음으로 사망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용의자 18명을 체포했고, 고위직 5명을 전격 경질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계속 관심을 나타내왔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보였는데요. 사건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유죄 취급을 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사우디 정부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진행자) 진실규명을 위해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을 사우디로 급파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즈음, 카쇼기 씨 살해 정황을 보여주는 음성, 영상 증거가 있다는 터키 언론의 보도가 나와 충격을 던져줬는데요.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카쇼기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사우디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우리가 해답을 찾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죠.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군요.

기자) 네, 쿠슈너 선임고문은 빈살만 왕세자와 친분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함께 불거지고 있는데요. 쿠슈너 선임고문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빈살만 왕세자에게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투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지나 헤스펠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이 터키로 급파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가 시작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는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국제 행사로 해마다 세계 주요 미디어와 투자 회사들이 리야드에 모이고 있는데요. 올해도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23일 행사가 개막했습니다. 하지만 카쇼기 씨 피살 사건이 불거지면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투자회사인 JP 모건과 온라인 업체 AOL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참석을 취소하면서 다소 빛이 바래졌습니다.

진행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죠?

기자) 네, 므누신 장관은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에 참석을 하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22일, 리야드에서 빈살만 왕세자와 비공개 면담을 했습니다. 사우디 외교부는 트위터에 므누신 장관과 빈살만 왕세자의 회동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사우디 외교 당국자들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도 두 사람의 회동을 확인하면서, 두 사람이 테러 대응 방안과 대이란 제재, 카쇼기 씨 사망 수사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 항공모함 칼빈슨 호(왼쪽) 위로 미 해군 F/A-18 호넷, 슈퍼호넷 전투기들이 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의 군함 2척이 타이완 해협을 통과했군요.

기자) 네, ‘커티스 윌버’함과 ‘앤티텀’함이 22일 타이완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는 국제법에 따른 통상적인 항해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중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 해협이 어떤 곳이죠?

기자) 타이완 해협은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있는 180km 폭의 해협인데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기도 합니다. 미국의 구축함이 타이완 해협을 항해하는 것은 지난 7월에 이어 석 달 만인데요. 국방부는 미국 함정들의 타이완 해협 통과는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개방을 위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 해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면 어디든 비행하고 항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는 미국의 군함과 중국 군함이 위험거리까지 근접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괜찮았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양국의 구축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인근 해역에서 40여m까지 접근하며 충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죠. 미 국방부 관리들은 미국의 군함이 타이완 해협을 통과할 때 중국의 군함 여러 척이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 붙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 이번에도 반발하고 나섰습니까?

기자) 네, 국무원 산하 타이완판공실 측은 미국이 타이완 카드를 이용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면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타이완을 돕기 위해 타이완 해협 통과 작전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남중국해 상에서는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합동 해상훈련이 진행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군은 22일 오후부터 아세안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해상연합훈련 2018'에 돌입했는데요. 이번 훈련에 중국은 미사일 구축함인 광저우 함을 비롯한 전략 자산들을 투입했고요.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도 함정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에 대해 중국이 세를 과시하며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2일 동방경제포럼이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군요.

기자) 네, 오는 25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찾습니다. 양국 간의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인데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적은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2012년 두 번째로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일본의 재계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 500명이 넘는 기업인들로 꾸려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최근 무역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제3자 시장협력 포럼을 개최하고, 첨단기술과 재정, 금융 등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중국이 일본에 더 다가서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흘간의 이번 방문으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과거사 등 양국 간의 해묵은 갈등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웃나라면서도 비교적 소원한 관계였던 양국 관계에서 이번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은 우호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라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베 총리는 그간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많이 들여왔죠?

기자) 맞습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제일 처음 미국을 방문해 승리를 축하했던 외국 지도자입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 쌓기에 특히 공을 들이면서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돈독히 해왔는데요.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 중국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외교적 이해관계를 인식시켜줄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이번 중국 방문 동안 여러 건의 각서도 체결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양국은 이번에 투자 협력 등 약 50건의 각서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고요. 또 태국 등 제3국에 대한 협력 사업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중국과 일본은 경쟁적으로 제3국에 대한 투자를 추진해왔는데요. 하지만 양국이 힘을 합쳐 서로 상생하는 보다 나은 방안이 있는지 모색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양국 간의 협력 사업 규모도 상당하겠군요.

기자) 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정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만큼의 규모는 안 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당시 미국과 중국은 2천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투자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은 일본과도 무역 갈등을 빚고 있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무역 관행에 대해서도 비판해왔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농업 분야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는데요. 중국과 일본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무역 정책과 관세에 대해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맞서 일본과 굳건한 동맹 관계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전략적 동맹 관계 같지 않을 거라는 지적인데요. 과연 양측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올지는 아베 총리의 방중이 끝나는 주말 경이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