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가 살해됐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확인했습니다. 터키 대통령은 23일, 의회에서 자세한 조사 내용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할 뜻을 밝혔습니다. 최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중남미 국가들에게 중국의 경제약탈을 경계하라고 경고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반발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보겠습니다. 최근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우디 언론인 피살 사건, 이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 주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요, 먼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난 19일, 자말 카쇼기 씨 사망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카쇼기 씨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온 뒤 조사관들과 몸싸움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목이 졸려 숨졌다는 겁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부 고위 관리 5명을 해임하고 18명을 체포해 조사중입니다.
진행자) 몸싸움 과정에서 목이 졸려 숨졌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일이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거군요?
기자) 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살해’ 사건으로 규정했는데요. 하지만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부의 지시 없이 아랫사람들이 벌인 일이란 겁니다.
[녹취: 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 “This was an operation when individuals…”
기자)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권한 밖의 일을 했다는 건데요, 영사관에서 실수로 카쇼기 씨를 죽인 뒤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바이르 장관은 말했습니다. 주바이르 장관이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끔찍한 비극”이라며 카쇼기 씨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나타냈는데요.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왕과 빈살만 왕세자가 카쇼기 씨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카쇼기 씨 행방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카쇼기 씨가 볼일을 본 뒤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올해 59살인 카쇼기 씨는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온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기고가로 활동해왔는데요, 지난 2일, 재혼을 위해 이혼 확인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습니다.
진행자) 이런 사우디 측 발표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카쇼기 씨가 기고문을 썼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진실을 숨기려는 공작이라고 비판했고요, 인권단체들 역시 독자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21일 카쇼기 씨 살해 사건을 규탄하고, 사실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고요, 특히 독일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사우디 왕과 왕세자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며, 사우디 측 주장을 믿는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죠?
기자) 네, 하지만 19일, 사우디 정부의 설명이 바뀌자, “확실히 기만과 거짓말이 있었다,” 이렇게 말했는데요, 아직은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Somebody know, but nobody of the various investigation group…”
기자) 누군가는 알겠지만, 아직은 조사를 진행중인 여러 그룹의 그 누구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정부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제재할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사우디를 제재한다면, 어떤 종류가 될까요?
기자) 원조 삭감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이번 사건에 연계하는 데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팔지 않으면, 사우디가 러시아나 중국에서 무기를 구입할 것이고 그러면 미국에만 손해라는 겁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1천100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연방 의원들 사이에서는 좀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네,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이나 기타 다른 지원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카쇼기 씨 죽음에 관한 사우디 정부의 발표 내용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상부의 지시 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가 처음부터 카쇼기 씨 살해 의혹을 제기했고, 영사관과 영사관저 등을 수색하지 않았습니까? 터키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 의회 연설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1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의를 찾고 있다”며, “적나라한 진실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적나라한 진실이라, 어떤 걸까요?
기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표를 들어봐야 확실한 걸 알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외메르 첼리크 대변인은 카쇼기 씨가 “극악무도하게 계획된(monstrously planned)” 살해 사건의 희생자이고,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친정부 성향의 터키 언론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에서 온 암살단이 총영사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카쇼기 씨를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핵 협정에서 탈퇴할 방침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할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 20일, 서부 네바다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말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y’ve been violating for many years…”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어겨왔다고 말했는데요, 왜 전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협상하거나 조약에서 탈퇴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는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 합의를 위반하고 무기를 만들게 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할 수 있다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뭡니까?
기자) INF는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입니다.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하자는 취지로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천500㎞인 중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이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유럽을 향해 핵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는 이 같은 의혹은 줄곧 부인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20일) 구체적인 러시아의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어겨왔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와 중국이 무기 개발 중단에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도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러시아는 어떤 반응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1일, 미국의 일방적인 조약 탈퇴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군사적, 기술적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랴브코프 차관은 그러면서 INF는 국제 안보와 핵 안보 그리고 전략적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협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마침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현재 러시아를 방문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볼튼 보좌관이 22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담했습니다. 파트루셰프 서기와의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는데요. 당초 볼튼 보좌관은 러시아 측과 시리아 내전, 이란 핵 문제 등 국제현안과 미국과 러시아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INF 탈퇴 발언이 나오면서 랴브코프 차관은 볼튼 백악관 보좌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볼튼 보좌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동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볼튼 보좌관과 만나 INF 탈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INF 탈퇴 경고에 대한 국제 사회 반응을 좀 살펴보죠. 우선 유럽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은 절대적으로 미국과 함께한다며 미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안보와 전략적 안정에 있어 이 조약이 중요하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했다고 AFP 통신에 밝혔습니다.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은 미국의 조약 폐기 방침은 유럽에 어려운 질문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러시아가 조약 위반 행위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도 반응을 보였다고요?
기자) 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방적인 조약의 폐기는 여러 방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 사안을 좀 더 신중하게 다루고 행동을 하기에 앞서 충분히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바로 이 협약을 체결시킨 장본인인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도 입을 열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이 21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INF를 끝낸다면 이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은 조약 탈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해하지 못하느냐면서, 조약 탈퇴는 냉전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양국이 가했던 노력을 약화하는 조처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이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는데, 무슨 얘기인지 알아볼까요?
기자) 네, 폼페오 장관이 지난주 멕시코와 파나마를 방문했는데요, 여기서 중남미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의 투자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건데요, 중국 관영 매체는 폼페오 장관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무지하고 악의적인” 발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왜 중국의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 건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폼페오 장관은 지난 18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중국이 와서 손짓할 때 이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투명하고 법치에 따른 합법적인 투자는 ‘경쟁’이고, 미국도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제안을 들고 온다면,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제안,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겁니까?
기자) 폼페오 장관은 중국 국영기업들의 투자 제안을 들었는데요, 중국 기업이 투명하지도 않고 시장주도형도 아닌 제안들을 하는데, 이는 중남미 국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를 위한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또 파나마에서 중국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각국이 눈을 크게 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최근 중남미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기간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멀리 중남미 국가로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육로와 해상으로 연결하려는 사업을 말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서 최근 비판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중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대일로 사업을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2년 동안 엘살바도르와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이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끊고, 새로 중국과 외교 관계를 체결했는데요, 타이완은 중국이 막대한 원조를 미끼로 작은 나라들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원조를 받은 나라들의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중국이 철도와 교량 건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막대한 돈을 빌려주고 있는데요, 지난해 스리랑카의 경우, 빌린 돈을 감당하지 못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항구를 중국에 99년 동안 장기 임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서 최근 일부 국가에서 일대일로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일례로 파키스탄은 이달 초 일대일로 철도사업 규모를 82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 공식 반응도 나왔군요?
기자) 네,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중국의 유전자가 아니고, 다른 나라와의 협력에 정치적 조건을 다는 것은 중국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요, 미국이 중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