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 대화가 비핵화 진전 속도에 비해 이례적으로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견을 좁혀야겠지만, 대북제재 주도권과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사실상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남북 대화가 비핵화 진전 속도에 비해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m sure that they are looking at things differently. But, I think the US puts a lot of values in trying to make sure those differences do not become too large or that any open problems emerge. I think it’s very true that you cannot expect the similar or the same pace between the two processes, but at the same time, I’ve never seen the inter-Korean dialogue moves so fast at a time when denuclearization is moving so slowly…”
힐 전 차관보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한 간 접근법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며 미국은 한국과의 이견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남북대화와 비핵화가 일정 속도에 맞춰 진전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이례적으로 남북 대화가 비핵화에 비해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비핵화 대화에는 많은 진전이 없다며, 남북 대화와 비핵화 과정이 현재로선 서로 매이지 않았고 밀접히 연결돼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Certainly, it has the look that the two processes, inter-Korean dialogue and denuclearization, seems to be a little untethered at this point. It’s not tied closely together…”
아울러 미-한 공조에 균열이 있거나 목표에 차이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북한과도 대화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다며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It’s hard to say. I think they are trying to work with ROK. I wish there were more efforts to talk to the North Koreans together because I think there is a situation developing where the North Koreans say different things to ROK than they say to the Americans...”
그러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미국과 한국 간 조율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대북 접근법에 미국과 한국 사이 이견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새로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리스 전 실장 ] “Yes, I think there is a gap. This isn’t new. Often, we had differences in our approach to North Korea in the past. The real issue is whether we can either overcome those gaps or reach some consensus to go forward so that we make sure that North Korea doesn’t divide Washington from Seoul …”
다만, 미국과 한국이 이런 이견을 극복하고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사이를 갈라놓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아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미-한 간 소통의 결여나 전략적 목표 차이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기 보다, 북한과의 진전을 어떻게 이뤄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술을 둘러싸고 미-한 간 근본적인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리스 전 기획실장 ]“I assume that it’s not a question of lack of communications. I think it’s a fundamental disagreement over tactics in trying to move the process with North Korea forward…”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이나 제재 완화 등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기 앞서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들이 먼저 이뤄지길 원하는 반면, 한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기에 앞서 관계를 개선하는 움직임을 취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이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쪽은 미국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리스 전 기획실장]“The United States has a strong hand to play here not only because of our alliance relationship with South Korea but also because the sanctions are really controlled by Washington. It would be extremely harmful to the South Korean economy if they decide to fly off the sanctions and have a unilateral approach to the North…”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 관계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상 대북제재에 관한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에 일방적인 접근법을 취하기로 결정할 경우, 한국 경제에 극히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미-한 간 이견은 미묘한 수준을 넘어선다며, 두 나라의 관심사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베넷 선임 연구원] “I think that the difference is a bit more than subtle. The questions is, is there a difference in the US and South Korean interest? The answer is yes. For President Moon, his key interest is a peaceful coexistence. He literally feels that’s the right answer…”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는 북 핵과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며, 문 대통령은 말 그대로 이런 방법이 올바른 해답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주요 계획들을 추진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계획들은 북 핵과 평화적 공존이라는 관심사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대부분 비핵화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핵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베넷 선임 연구원] “For President Trump, it’s generally perceived that North Korea does not yet have ICBMs that could hit the United States. So, for President Trump, the problem is, can we get the North Koreans to denuclearize to the point where the US doesn’t face the threats. Those are different perspectives…”
그러나 이런 문제가 미-한 동맹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북 핵과 평화적 공존을 위해 국방 예산을 대폭 축소할 경우 미-한 동맹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겠지만, 다행히도 한국은 국방 예산을 오히려 늘렸고 안보 관련 미-한 간 조율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심각히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 상의 없이 북한과 군사합의를 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베넷 선임 연구원] “South Korea has to stop making military agreements with the North without first consulting the US. Eventually, when South Korea has an operational control, maybe they don’t need to consult the U.S. But, for them to make agreements where it is a US Commander who’s responsible for the military arrangement in Korea, and not inform that commander, that’s a major violation of the alliance trust…”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게 될 경우 미국과 상의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처럼 미군 사령관이 한국 내 군사 배치에 책임을 지는 상황에서 미군 사령관에 알리지 않고 북한과 군사 합의를 하는 것은 동맹의 신뢰에 상당히 위배된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베넷 선임 연구원] “I think from the President Trump’s perspectives, he’s got to be a little clear about what he is really hoping to get. He is pretty clear on the nuclear issue that he wants NK to go to zero but there are lots of other issues involved here. For example, the April 27 agreement includes conventional arms control. So, what the US perspectives on the conventional arms control. How should it proceed?...”
베넷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 문제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예를 들어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담긴 재래식 무기 감축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