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쪽으로 돌아선 뒤 오히려 더 많은 독자적 대북 제재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제재가 늘었는데, 주로 북한의 해상 활동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횟수는 모두 9차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집중됐던 지난해 8차례 단행된 제재 횟수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제재 대상도 개인과 기관 등 117건에 달해, 모두 124건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에도 근접했습니다.
1, 2월에는 각각 1차례와 2차례 제재가 발표된 뒤 남북, 미-북 정상회담으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3월부터 7월 사이에는 한동안 주춤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3개월간 6차례로 횟수가 많이 늘어난 게 눈에 띕니다.
특히 올해는 북한의 해상 활동을 겨냥한 제재가 많았습니다.
실례로 미 정부는 올해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국적 등의 선박 40여 척을 추가 제재했습니다.
더불어 운송회사와 해외 항구에서 항만 서비스를 대행하는 회사 등 30여 곳도 제재 명단에 올려, 해상 활동에 대한 미국의 단속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선박 간 환적 방식을 통해 북한과 석탄과 석유 등을 거래했습니다.
이렇게 미국이 독자제재에 올린 선박들은 이후 유엔 안보리 논의를 거쳐 국제사회 제재 대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온 점도 주목됩니다.
또 해외 기업과 국적자들이 대거 제재에 오른 것도 특징입니다.
지난해 6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며 처음으로 중국을 직접 겨냥했던 미국이 올해는 러시아 은행까지 제재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독자제재가 잇따라 발표됐던 지난 8월에는 3차례 모두 러시아 기관과 개인들이 제재 명단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불법 금융거래를 한 아프리카 라트비아 은행, 파나마 선적, 싱가포르 무역회사 등 국적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올해 북한의 주요 기관들은 미 독자제재를 다소 비껴갔습니다.
지난해에는 인민군과 인민무력성, 국무위원회 등 북한의 헌법 기관이 대거 독자 제재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1월 북한의 원유산업성이 제재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부나 군부에 협력하는 산하 기관들이 제재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북한과 관련해 이뤄진 미국 독자제재는 모두 470여 건,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0여 건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겁니다.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에 대해선 단호합니다.
하지만 유엔 제재와 달리 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독자제재가 그만큼 쉽게 해제될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립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올해 5월 ‘VOA’와의 대담에서,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해제 여건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2016년 발효된 '대북 제재와 정책 강화법’이 발효된 이후 발동된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는 북한이 특정 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해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VOA'에, 한 번 풀면 다시 되살리기 어려운 유엔 안보리 제재와 달리 독자 제재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행동에 무언가 유인책을 제공하려 할 때, 미국의 독자 제재 완화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미국 독자제재의 주요 표적이 되는 중국과 러시아는 외국법에 따라 자국민을 제재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