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샴포 전 미8군 사령관은 남북군사합의서에 북한의 장사정포를 후방 배치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인구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이 공격에 취약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이 남북 간 군사적 합의와 결정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6월부터 3년 가까이 한국에서 근무한 샴포 전 사령관을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남북군사합의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샴포 전 사령사령관) 미-한 대북 태세와 양국의 동맹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합니다. 북한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할 만한 근거를 찾을 때까지 말입니다.
기자) 북한의 장사정포 제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샴포 전 사령관) 그 부분이 ‘남북군사합의서’와 관련한 모든 문제의 핵심입니다. 한국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서울 수도권 일대에 집중 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장사정포는 이렇게 인구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배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은 유감입니다.
기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 데에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미국의 대북 정찰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요?
삼포 전 사령관) '비행금지구역'으로 인해 이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비행기를 운용할 때는 서로 상대 측에 사전 통보를 해야 합니다. 미군 헬기를 띄울 때 북한 측에 미리 알려야 한다는 거죠. 우려되는 부분은 비상 사태가 발생하거나 갑자기 VIP가 해당 지역을 비행해야 하는 경우인데, 과연 이때 통보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느냐 입니다. 하지만 만약 유엔군 역시 군사 작전과 군의 준비태세를 약화하지 않는 선에서 ‘비행금지구역’에 동의했다면 크게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기자) 하지만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 데 대해 미국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충분한 미-한 공조가 이뤄졌는지, 양국 협력에 지장이 없다고 봐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샴포 전 사령관) 네, 일단 이 점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미한연합군사령부 사령관과 한국군 4성 장군인 부사령관의 사무실은 말 그대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군, 해군, 해병 등 전체 연합사령부 본부가 이런 형태입니다. 또한 하루에 몇 차례씩 정보를 교환하도록 돼 있고요. 주한 미8군사령관 재직 당시 경험을 떠올려 보면, 한국 방위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 아주 작은 사안이라도 양국은 언제든 열린 대화를 주고 받고, 조직적인 절차를 거칩니다. 한국이 미국과 상의하지 않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양국 군 당국 간, 분명히 이와 관련한 소통이 이뤄졌다고 확신합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는데요. 종전선언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샴포 전 사령관) 종전선언이 상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두 가지 다른 경우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종전선언을 북한의 비핵화와 안정을 이루기 위한 동력 유지에 활용하려는 것이라면 수용할 만 합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종전선언을 지렛대로 본다면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해 온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평화협정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평화협정에 절대 서명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북 핵 위협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기자) 만약 종전선언이 체결된다면, 한반도에서 유엔군과 미군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샴포 전 사령관) 유엔군 측면에서는 관련 법과 명령 등이 준수되고 있는 지에 대한 점검을 할 겁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뢰 제거 등 다른 활동들을 벌일 텐데, 다국적군으로 구성된 유엔군이 해당 국가에서 철수할 때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유엔군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미한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계속될 것으로 믿고, 이를 계속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최근 유엔총회에서 유엔군을 “괴물”에 비유하면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의도가 담겼다고 보십니까?
샴포 전 사령관) 북한은 유엔군이 왜 해체해야 하는 지, 타당한 이유를 내놔야 합니다. 유엔군의 존속 이유는 그들의 지속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반도의 휴전상황 때문입니다. 유엔군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유엔군이 철수하길 바란다면 비핵화 하면 되는 겁니다.
기자) 지난 해와 비교해 올해는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많이 완화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졌다고까지 표현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샴포 전 사령관) 트럼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어쩌면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당일을 두고 한 말일 수도 있고 말이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등 도발을 멈춘 것만 보면, 한반도 내 긴장이 진정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무기를 폐기하고, 또 이에 대한 신뢰할 만한 검증이 이뤄지기 전까지 북한의 위협은 남아 있는 겁니다.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북한을 위협이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북한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기자) 지난 7월 캐나다 출신의 육군 중장이 유엔군 부사령관에 임명됐습니다. 유엔사 창설 이후 미군이 아닌 제3국 장성이 부임한 건 처음인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샴포 전 사령관) 유엔사가 단순히 미-한 동맹만을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다른 여러 국가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유엔사 내에서의 미국의 책임이 줄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국가들이 임무를 계속해 완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요?
샴포 전 사령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려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노력에는 찬성합니다. 북한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옳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경계를 늦춰서는 안됩니다.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말이 있죠.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전까지 대북 준비태세를 위기에 빠트려서는 안됩니다.
버나드 샴포 전 미 8군 사령관으로부터 남북 군사 합의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