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전문가들 “북한 영유아 영양 실태 상당히 개선, 평양-지방 격차 여전”

지난 2016년 11월 북한 남포의 한 유치원 원생들이 두유를 마시고 있다. 📷 John Lehmann/First Steps.

북한 영유아의 영양 상태가 유엔의 긴급 지원 대상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등 상당히 개선됐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평양과 지방의 영양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실태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늘 우려를 나타낼 정도로 매우 열악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유엔 기구들이 올해 발표한 통계와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놀라울 정도로 상황이 개선됐습니다.

서울대학교 윤지현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대북 지원 토론회에서 북한 영유아의 영양 실태가 상당히 개선돼 유엔의 긴급지원 기준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지현 교수] “전 세계적으로 아동들의 영양 상태를 보면 현재 만성영양불량이 20% 미만이면 수용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인데 북한이 이번에 그것을 막 맞췄고, 저체중도 10% 미만이 low prevalence인데 이번에 딱 맞춘 거에요. 그런 모두를 보면 국제 기준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이 영양적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매우 떨어집니다.”

북한 통계성의 지원을 받아 유엔 기구들이 올해 발표한 통계와 여러 지표들을 통합해 분석한 결과 북한 어린이들의 만성영양불량 비율은 지난해 19.1%로 최소한의 유엔기구 우선지원 기준인 2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또 저체중은 9.3%, 급성영양불량은 2.5%로 세 분야의 영양 실태 모두 1998년과 비교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윤지현 교수] “고난의 행군 시대에 북한이 대북 국제사회의 지원이 가장 최초로 이뤄졌던 1998년도에는 3명 중 2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만성영양불량, 나이에 비해 키가 현격히 작았던 어린이들이었던 반면에 거의 2년마다 이뤄진 조사에서 굉장히 현격한 개선을 보여서 올해 6월에 발표한 자료이고 자료가 모아진 것은 작년 시점임을 보면 5명 중 1명으로 만성영양불량 아이들이 줄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급성영양불량이나 저체중의 아이들도 계속 개선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98년에만 해도 북한은 전 세계 긴급지원 1순위를 다툴 정도로 어린이 영양 상태가 열악했지만, 지금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제환 부연구위원도 북한의 5살 미만 영유아의 영양 상태는 비슷한 환경의 개도국들 가운데 비교적 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제환 부연구위원] “2000년경하고 확실히 북한의 상황이 상당히 나아졌다. 2010년의 결과 기준으로 보면 중위권 정도 되고, 작년 조사 결과를 보면 비슷한 나라에서도 비교적 상위권으로 영유아의 영양 상태가 좋은 것으로 조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 영유아 영양 실태의 빠른 개선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이란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내 자료가 많지 않아 영유가 영양 실태가 개선된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위원은 정치와 경제, 문화, 환경적 요인들에 식량 공급 여부, 건강 상태 등이 포괄적으로 영양 상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북한 내 여러 변화가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홍제환 부연구위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경제가 그동안 더 소득수준이 높아졌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영양 상태가 빠르게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다. 원인으로는 식량 증산, 소득 향상, 사회발전과 경험, 시장화라든지 자원 배분의 효율화 이런 것들이 중요했을 것 같구요.”

이밖에 1980년대까지 우수했던 북한의 교육과 보건 수준이 경제가 개선되면서 회복에 탄력을 제공했을 가능성, 열대성 질병들이 만성화된 아프리카와 달리 기후적 요인이 적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평양과 지방의 영양 상태 격차가 여전히 매우 심각해 취약계층에 대한 북한 당국의 관심,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서울대 윤지현 교수입니다.

[녹취: 윤지현 교수] “여기 보이는 것처럼 가장 만성영양률이 높은 지역인 양강도와 가장 낮은 지역인 평양을 비교해 보면 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거죠. 이것은 2012년의 자료와 비교하면 2012년의 만성영양불량률은 28%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균은 10% 정도 떨어졌지만,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생각이 됩니다.”

윤 교수는 ‘VOA’에, 많은 나라에서 수도와 지방에 격차가 있지만, 이렇게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지현 교수] “만성영양불량률만 봐도 평균값은 19% 정도인데 양강도는 30%가 넘고 평양은 10% 거의 2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사실은 같은 나라 안에서 어떤 저개발 국가도 이렇게 차이가 나기가 어려운 겁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한국)같은 경우, 우리는 저개발국은 아니지만, 한국은 만성영양불량률이 비슷하게 계산해 보면 2.5%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이런 2.5% 정도는 전국에 차이를 주려고 해도 줄 수 없을 정도잖아요. 워낙 낮으니까. 그렇지만, 북한 같은 경우 평균이 19%다. 그런데 낮은 지역과 높은 지역의 차이가 20%나 편차가 나는 것은 일반적인 국가 상황에서 어려운 거죠.”

윤 교수는 전반적인 만성영양불량률은 10% 내려갔지만, 평양과 양강도의 격차는 사실상 과거보다 더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양이 경제적으로도 수준이 높지만, 지원도 가장 많이 들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니세프 등 유엔기구들과 다른 지표들을 통해 윤 교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5세 미만 영유아의 영양불량률은 평균 19.1%. 하지만 평양만 10.1%를 보였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20% 안팎, 양강도는 무려 31.8%를 보였습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결의안 등 여러 보고서를 통해 평양과 지방 주민들의 삶의 수준에 격차가 너무 크다며 북한 정부에 자원의 균형배분을 여러 차례 권고해 왔습니다.

홍제환 위원은 북한의 영유아 영양 상태가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한국이나 선진국 수준인 2.5%와 격차가 너무 크다며, 인도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제환 부연구위원]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북한은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많다. 특히 양강도 같은 취약지역, 취약계층 이 쪽에는 여전히 지원의 필요성이 존재하고 있다.”

윤 교수는 통일 준비를 위해서라도 남북한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북 영양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지현 교수] “남북을 비교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가 북한을 볼 때는 라오스, 캄보디아, 말라위가 더 급해라고 말하는 게 맞지만, 우리 남한이 볼 때는 그건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그런 나라와 비교해 그 나라보다 나으니까 괜찮다? 그렇게 보면 영아사망률도 북한의 영아사망률이 당연히 남한보다 높지만, 전 세계 평균보다 굉장히 낮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게 비교하면 안 되고 남한과 비교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윤 교수 등 전문가들은 한국의 일방적 지원보다 협력을 통한 개선, 보건·의료뿐 아니라 농축수산업, 지방과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지원 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