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북 미사일 활동' 위반 아냐…핵 물질 생산 중단 약속해야"

지난 3월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북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 위성사진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북한이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운용하고 있다는 미 연구소의 보고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과거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미 전직 고위 관리들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며, 합의 위반도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신고와 검증’이 빠진 모호한 ‘싱가포르 합의’의 문제점이 다시 부각된 것이라며,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핵 물질 생산 중단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SIS)의 보고서 내용은 새로운 게 아니라며, 미 행정부는 해당 미사일 기지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t’s not new, and I am absolutely sure the US government is well aware of them. I don’t think there’s anything really new here, what would be new is they have provided a declaration and then they omitted all these sites. But they haven’t provided anything.”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에 관련 미사일 기지가 누락됐다면 새로운 일이겠지만, 북한은 ‘핵 신고서’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북한이 미국을 기만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t’s hard to say it’s deception. I mean North Korea continues to develop its nuclear and missile forces, which of course we all expected. I mean there’s nothing in the Singapore communique that commits them not to do that. So, North Korea’s doing what they have always done.”

‘싱가포르 성명’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북한이 늘 해오던 대로 핵과 미사일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모두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면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기지에 주목한 CSIS의 보고서를 세부적 내용이 기술된 흥미로운 것이었다고 평가한 뒤, 여기에 놀라운 반응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북한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뿐 아니라 중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 여러 곳이 이미 파악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전직 관리들은 이번 CSIS의 보고서로 ‘싱가포르 성명’의 문제점이 다시금 부각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만 담긴 만큼 북한이 핵 관련 활동을 계속해도 하나도 놀랍지 않다면서, 이는 미-북 간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I assume they are producing fissile material, I assume they’re manufacturing nuclear weapons, or whatever they would normally do. There is no agrement to violate. There's nos agreements per se.”

이어 북한이 핵 물질을 생산하고, 핵 무기를 제조하는 등 평소에 하던 모든 것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사실상 미-북 간에는 북한의 위반 사항을 지적할 만한 합의 조차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도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 기지를 건설한다 해도 합의를 위반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y need to get a list, they need to get a willingness to decommission elements on the list. I would start with where the plutonium being made and I would also insist on seeing what they showed to Sieg Hecker a few years ago.”

힐 전 차관보는 신고서를 토대로 관련 시설에 대한 북한의 해체 의지를 얻어내야 한다며, 이 작업은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핵심 시설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몇 년 전 북한이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공개한 시설에 대한 점검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한 해커 박사에게 처음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습니다.

한편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번 CSIS의 보고서가 미-북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핵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미사일은 그 자체만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핵 물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핵 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은 재래식 탄두나 심지어 화학무기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과도 위험 수준이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 The missiles themselves don’t pose a threat if they don’t have nuclear warheads on them, if they’re only armed with conventional warheads or even chemical warheads, they don’t pose the same kind of danger then if they have nuclear warheads. So I would focus on the nuclear materials and nuclear weapons as the primary objective of US policy.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한 주요 목표는 일단 핵 물질과 핵무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힐 전 차관보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것은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조치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갈루치 전 특사는 현재 미-북 간 진행하는 협상은 과거와 같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t’s not the same thing. The president of the US is different. The Chairman of NK is different. The status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capability is way different, so I would stay away from propositions that this is just like what happened 25 years ago.”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과거와 다르고, 북한의 핵 무기 역량 역시 완전히 다른 지금의 상황을 25년 전인 ‘제네바 합의’때 등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