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내년 1월이 되면 모타운(Motown) 레코드사가 탄생 60주년을 맞습니다. 모타운은 1960년대를 풍미한 흑인음악의 산실로, 마이클 잭슨이나 다이애나 로스 같은, 전설로 내려오는 흑인 팝 가수들을 배출한 음반회사죠. 1959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문을 연 모타운은 10여 년 후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로 옮겼고 1994년엔 매각됐지만, 여전히 미국 음악의 한 상징으로 남아 있는데요. 모타운의 탄생지 미시간은 지금 모타운 60주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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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흑인 음악의 상징, 모타운 레코드의 부활”
[현장음: 디트로이트 도서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 디트로이트의 화려한 과거엔 흑인 음악이 있습니다. 술집이나 공연장마다 영감과 열정이 넘치는 음악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경기침체로 디트로이트시는 지난 2013년 파산하게 되고 유령도시로 불리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디트로이트는 도시 재생 사업으로 부활하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음악입니다.
[녹취: 압둘 듀크 파키르] “모타운의 전설과 음악이 살아 숨 쉬게 할 방법이 있을 겁니다. 디트로이트에선 자동차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196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흑인 4인조 ‘The Four Tops’의 단원 압둘 듀크 파키르 씨의 설명인데요. 디트로이트 도서관은 지역 가수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며 과거 모타운의 부흥기를 다시 한번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타운 음악은 흑인음악인 ‘소울’과 미국의 ‘팝’이 혼합된 음악인데요. 모타운 소속 유명 트럼펫 연주자인 마커스 벨그레이브의 미망인 존 벨그레이브 씨도 이런 모타운 음악의 부흥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녹취: 존 벨그레이브] “모타운 음악을 재현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이곳, 디트로이트밖에 없습니다.”
디트로이트에는 ‘모타운 박물관’도 있습니다. 이곳엔 모타운의 황금기를 보낸 가수들의 사진과 음반들이 전시돼 있는데요. 내년 60주년을 앞두고 더 확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모타운 출신의 전설적인 가수 마이클 잭슨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도 있고, 모타운 음악을 재현할 나이트클럽 즉 술집산업을 되살리는 노력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모타운이 배출한 최고의 가수 가운데 한 명으로 워싱턴 D.C. 출신인 마빈 게이를 꼽을 수 있는데요. 팬들은 40년 전 마빈 게이의 노래가 지금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합니다.
[녹취: 안투완 게이] “마빈 게이의 노래를 듣다 보면 몇십 년 전에 만든 노래인데도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노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마빈 게이가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의미가 있어요. 시대를 앞서갔던 가수였던 거죠.”
이런 대단한 가수들을 발굴한 사람은 바로 1959년 모타운 음반을 창업한 베리 고디 씨입니다. 고디 씨는 처음 모타운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유명인사가 될지 몰랐다고 합니다. 고디 씨의 자서전 ‘모타운 더 뮤지컬(Motown the Musical)’은 실제로 뮤지컬 악극으로 만들어져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고 2년 뒤엔 영국에도 진출했습니다.
[녹취: 베리 고디] “저는 자서전을 통해 모타운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모타운이 어떤 성공과 실패를 겪었고, 어떤 성취와 재앙에 맞닥뜨렸었는지, 그리고 그 당시 저의 심정을 말해주려고 했습니다.”
고디 씨는 흑인들만이 아닌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모타운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디트로이트시는 이런 모타운 음악의 탄생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모타운 6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알래스카의 이누피아트 원주민"
미국의 최북단 알래스카주에서도 가장 북쪽 지역에는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배로우’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에 사는 에스키모 원주민들은 ‘이누피아트’ 족으로 혹한의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부족인데요. 이들은 특히 작은 배 하나에 몸을 싣고 고래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죠. 이들에겐 고래가 그들의 상징이자, 문화이자, 식량이자 정신이라고 합니다.
[현장음: 배로우 마을]
사방천지 눈과 얼음밖에 보이지 않은 땅. 이곳은 이누피아트 족이 1천500년 전 정착한 배로우 시로 현지인들은 이곳을 ‘웃키아빅’으로 부릅니다. 이 마을은 모든 것이 북극고래와 연관이 있는데요. 언뜻 나무처럼 보이는 조형물도 고래수염으로 만든 것이고, 아이들도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고래사냥이라고 합니다.
[녹취: 마이클 도너번] “우린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고래 사냥에 데려갑니다. 고래 사냥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오랜 기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어릴 때 고래사냥부터 배웠고 우리 자녀들도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죠. 우리 부족의 고래 사냥 전통은 앞으로도 수천 년간 더 이어갈 거로 확신합니다.”
고래잡이배 선장인 마이클 도너번 씨는 특히 지금이 ‘나루카탁’ 축제 기간이라고 했습니다. 성공적인 고래 사냥 시즌을 축하하는 행사라고 하네요.
엄숙한 기도로 시작된 축제. 사람들은 거위로 만든 수프와 고래고기를 먹으며 한 해의 고래잡이에 감사합니다.
[녹취: 이누피아트족]
축제에 참석한 주민들은 다들 축제 때 가장 기다리는 것이 따뜻한 수프와 맛있는 고래 고기라며, 지난 오랜 세월, 이누피아트 족은 추운 겨울을 이렇게 견뎌왔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든든히 배를 채운 후 일종의 놀이를 하는데요. 고래잡이 어부들을 담요에 태우곤 하늘로 날리는 겁니다. 언뜻 보기엔 직물로 만든 담요 같지만 사실은 바다표범 가죽인데요. 고래 사냥꾼들은 이렇게 가죽 위를 뛰어오르며 주위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던져줍니다.
[현장음: 이누피아트 족 축제]
그리고 밤 10시가 지나면 에스키모 전통춤 공연이 진행되는데요. 밤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 이 북극 마을에선 어른은 물론 노인과 아이들까지 한밤의 태양을 즐기며 축제를 즐깁니다.
고래잡이 어선 선장인 크로퍼드 팟코탁 씨는 지금은 사람들이 이렇게 즐겁게 축제를 즐기고 있지만, 고래 사냥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녹취: 크로퍼드 팟코탁] “고래 사냥을 1년 내내 준비합니다. 우리 부족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예요. 우리는 그 누구도 굶주리지 않도록 돌보는 한편, 고래 사냥에 가능한 모든 사람이 동참하도록 격려합니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려면 이런 노력이 필요해요.”
도너번 선장은 고래 사냥은 무척 위험하고 또 고된 일이라고 덧붙입니다.
[녹취: 마이클 도너번] “고래 사냥은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6m 정도 되는 배에 몸을 싣고 9m~18m에 달하는 큰 고래를 잡는 일이니까요. 바다에 나가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와 위험이 늘 도사립니다. 얼음 위에서 잠을 자다 보면 원하지 않는 곳으로 떠내려갈 수도 있고요. 바람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불 수도 있고 배가 부서지기도 하죠. 얼음 바다 위에선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고래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미국 정부는 1970년대 고래 사냥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이누피아트 족의 생계가 위협을 받았다는데요. 결국 정부는 원주민 부족에 한해 고래 사냥을 허락했고 대신, 한 해에 잡을 수 있는 고래의 수에 제한을 두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누피아트족은 고대부터 이어온 고래사냥의 전통을 이렇게 이어가며 다음 세대에 전수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