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가 이제 곧 시작됩니다. 이번 중간선거는 민주당에는 연방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기회,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간평가의 성격이 있다 보니 그 어느 중간선거 때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데요. 이런 선거의 열기는 미국 내 이민자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워싱턴 한인 노인회가 주최한 투표 독려 캠페인”
[현장음: 워싱턴 한인 통합노인연합회 투표 독려 캠페인 현장]
워싱턴 D.C.에서 멀지 않은 버지니아주의 애난데일. 이곳은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해 일명 ‘코리아타운’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애난데일의 한 한국 식당에서 투표 독려 행사가 열렸는데요. 행사를 주최한 워싱턴통합노인연합회 우태창 회장은 이번 행사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우태창 워싱턴통합노인연합 회장] “우리가 이번에 중간선거에 있어서 한인들에 대한 정치성과 우리의 권익 신장을 찾자, 그래야 한미 동맹의 민간 외교인이 될 수 있는 우리 노인들이 모여서 애난데일에 있는 코리아타운에서 행진도 할 것이고 투표에 꼭 참여해서 우리의 권익 신장을 찾자, 이런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한인회 회장이자 미주 시니어 풀뿌리운동 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우 회장은 지난 수년간 크고 작은 지역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투표 독려 행사를 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아닌 노인들이 이런 행사를 주도하는 이유가 뭘까요?
[녹취: 우태창 워싱턴통합노인연합 회장] “시니어들이 시간이 많기 때문에 투표 참여율이 제일 높습니다. 그리고 각 복지센터에 노인들이 150명 ~250명 정도 있는데 11월 6일에는 그분들을 차량으로 각 지역 투표소에 모시고 가 투표에 참여하면 저희가 안내를 할 겁니다.”
우 회장은 버지니아의 노인 아파트와 복지센터를 중심으로 13개의 지부를 세워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는데요. 총 2천여 명의 노인들이 참여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도 각 지부를 이끄는 지도자들을 포함해 많은 노인이 함께 했는데요. 노인연합회의 김근배 고문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근배 고문] “한국 사람들이 잘 뭉치죠. 이렇게 잘 뭉치니까 미국 국회의원들이 한국타운을 드나들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11월 6일에 많이 투표를 할 거예요. 우리가 왔는데 뭘 한가지 하는 게 있어야 서로 얼굴을 쳐다보죠. 그래서 저도 굉장히 기분 좋게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미국에 오래 산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선거에 참여한다는 마음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인연합회 최희대 전 회장은 그 누구보다 선거에 열심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최희대 노인연합회 전 회장] “매번 선거 때면 노인회가 힘을 합쳐서 서로 모르는 거, 선거하는 거 다 가르쳐주면서 열심히 다녀요. 우리도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집집마다 선거하라고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는데 근자에 와서는 선거에 대한 책임감이 많아져서 시간 되면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한국 식당에서 모인 노인들, 곧 거리로 나섭니다.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들고는 중간선거에서 투표하자는 구호를 힘차게 외칩니다.
[현장음: 투표 독려 캠페인]
젊은 여성으로서 노인연합회와 함께 행사에 나선 ‘버지니아 아시안 민주당 협회’의 이현정 부회장은 이렇게 나이를 불문하고 투표 독려 행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현정 부회장] “이 행사는 매년 있는 행사라고 보시면 되고요. 다른 주와 다르게 버지니아주와 다르게 매년 선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 참여율이 굉장히 중요한데, 바쁘게 사시는 소수민족으로서는 선거 참여에 중요성을 못 느끼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왜 우리가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봉사자분들과 노인들과 함께 행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한인들은 과연 어떤 현안에 가장 관심이 많을까요?
[녹취: 이현정 부회장] “아시안의 투표 참여율을 봤을 때, 2017년 통계를 보면 헬스케어, 교육, 이민정책을 많이 보고 계시죠.”
이현정 씨는 한인 이민자들의 관심사를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노인들의 관심사는 좀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녹취: 우태창 워싱턴통합노인연합 회장] “노인들을 복지제도 제일 신경 씁니다. 시니어들에 대한 베네핏, 과거 그분들이 미국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일을 하면서 많은 세금을 내고 일을 많이 해서 허리도 구부러지고 다리고 아프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아파트에 많아요. 복지제도에 대한 베네핏을 높이기 위해 꼭 투표에 참여하고 개선하자고 건의합니다.”
미국에서 40년 이상 살았다는 노인연합회 우 회장은 소수민족 특히 한인들의 선거 열기가 과거와 달라진 걸 느낀다고 했는데요. 한인 유권자를 비롯한 소수계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캄보디아 이민자들”
이번엔 중간 선거의 열기를 확인하러 미국 서부로 가보죠.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는 캄보디아 이민자들이 많습니다. 캄보디아 이민자들은 다른 이민자 사회와 달리 정치에는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번 중간 선거에선 캄보디아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캄보디아 이민자 센터]
롱비치에 위치한 ‘메이센터(MAYE Center)’. 이곳은 과거 크메르루주 공산 정권이 자행한 대학살에서 살아남아 미국으로 오게 된 캄보디아 난민들을 위한 곳입니다. 메이센터의 설립자인 로라 솜 씨는 자신도 대학살 생존자라고 했습니다. 솜 씨의 아버지 역시 정권에 반대하다가 처형당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로라 솜 '메이센터' 설립자] “저는 평생을, 아픈 과거에서부터 치유되는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결국 제가 찾은 해답은 바로 미국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시민 사회에 동참하자는 것이에요.”
그래서 솜 씨는 메이센터를 열어 캄보디아 난민들에게 요가 같은 취미생활은 물론, 미국 사회와 정치에 대해 가르치는 ‘시민학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캄보디아 이민자들은 연방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선거에도 좀처럼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대학살 생존자인 찰스 송 씨는 그 이유가 바로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찰스 송 씨] “캄보디아 난민들은 대부분 정치적 탄압 속에 살았습니다. 정부에 대해 의견을 냈다가 형제자매를 잃는 경우가 허다했죠.”
롱비치에서 캄보디아 이민자의 비율은 약 4%로 이 중 절반 이상이 ‘캄보디아타운’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캄보디아 타운은 4개의 선거구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4명의 하원의원이 관할하고 있다고 하네요. 따라서 캄보디아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더 잘 관철될 수 있도록 캄보디아타운을 단일 선거구 안에 포함하는 운동을 시작했는데요. 시 당국에 이를 요구하기 위해 이미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변호사 마크 콜먼 씨는 캄보디아 이민자들의 이런 선거구 재획정 움직임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마크 콜먼 변호사] “중남미계 이민자들 역시 똑같은 요구를 했었습니다. 실제로 관철됐고요. 결국 ‘중남미계 구역’을 형성했습니다.”
시 당국은 오는 2020년 센서스 인구 조사를 통해 지역 주민 분포가 정확하게 나오기 전까지는 선거구 재획정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송 씨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녹취: 찰스 송 씨] “우리는 훨씬 더 나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대학살의 생존자들이라는 점은 이번 싸움에서 좋은 무기가 될 겁니다.”
캄보디아 이민자들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권익은 찾는 건 물론 고통스러운 과거에서부터 평화를 찾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