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파키스탄에서 중국 외교공관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이후를 규정한 '미래관계 선언문' 초안에 합의했고요. 인도 오지 부족에 전도하려다 살해당한 미국인 가족이, 해당 부족민들을 용서한 이야기, 함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에 있는 중국 공관에서 테러가 있었군요?
기자) 네. 현지시간으로 23일 아침,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괴한 3명이 총을 쏘며 난입하려다 모두 사살됐습니다. 이들은 폭탄을 실은 차량을 탔고요. 일부는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던 게 확인됐는데요. 괴한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불에 타고 현지인 경찰관 등 4명이 숨진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됐습니다.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괴한들의 정체는 확인됐습니까?
기자) 현지 무장단체인 ‘발로치스탄 해방군’(BLA)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라며 나섰습니다. BLA는 파키스탄 남쪽 발로치스탄주의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 반군인데요. “희생자들이 중국 외교공관을 공격했다”고 인터넷 ‘트위터’에 적고, 신원미상의 남자 3명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진행자) 공격한 이유는 뭐라고 말합니까?
기자) “공격의 목적은 분명하다. 우리는 발로치스탄 영역에서 중국의 어떠한 군사적 확장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트위터 성명에서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압제자이며, 우리의 재원을 착취하고 있다”고도 했는데요. BLA가 이 같은 성명을 게시한 직후, 트위터 본사 측은 계정을 차단시켰습니다.
진행자) 발로치스탄 해방군, BLA라는 단체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봐야겠군요.
기자) 발로치스탄주는 파키스탄 남쪽과 아프가니스탄, 이란이 접한 곳인데요.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파키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데요. 그래서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활동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 파키스탄의 경제협력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현지에 중국인 진출이 늘어났고요. BLA를 비롯한 반군단체들이 이를 경계해왔습니다. BLA는 지난 8월에도 중국인을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중국에서 온 기술자들을 태운 버스를 무장세력이 공격해, 부상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번에도 중국인들을 겨냥해 공격했다고 성명에서 주장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과 62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사회간접자본)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중국 자본과 기술을 들여 길을 닦고, 다리를 놓고, 철도도 만드는 겁니다. 특히, 이 가운데 460억 달러가 들어가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에 두 나라 정부가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이 ‘경제회랑’을 진행하는 핵심 지역 중 하나가 카라치를 포함한 발로치스탄주입니다.
진행자) 중국 자본과 기술이 현지에 들어가는 걸, 반군 측은 왜 ‘착취’라고 한 거죠?
기자) 자본과 기술이 조건 없이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언젠가 중국에 갚아야 되는 빚인데요. 파키스탄은 경제회랑을 진행하면서,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자금을 중국에 의존하는 바람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에 진 빚을 갚을 방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활용해, 현지 원유와 천연가스를 현저히 낮은 가격에 끌어가길 원한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사건 직후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의 우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파키스탄 당국이 신속하게 사건 수습에 나서 준 것은 "양국의 굳은 우의와 상호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영사관 직원들이 안전한 데 대해 파키스탄 당국에 감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까요?
기자) 변함없이 진행될 전망입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2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외교기관에 대한 어떠한 폭력 행위도 반대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사건과 상관없이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영국와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 초안에 합의했다고요?
기자) 네. 영국이 내년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한 뒤, 영국과 EU의 관계를 규정할 26쪽짜리 선언문을 양측이 22일 공개했습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관련 담화를 이날 총리관저 앞에서 발표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메이 영국 총리 담화] “This is a decisive step, which enables us to move on and finalize the deal in the days ahead. These decisions will not be taken likely. But I believe it is a decision that is firmly in the national interest.”
기자) 미래관계 초안은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결정적인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철저히 영국의 국익에 따라 브렉시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메이 총리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영국과 EU가 합의한 미래관계 선언문 초안,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기자) 얼마 전 양측이 잠정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에 들어 있지는 않지만, 서로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들을 어떻게 다룰지 정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뒤 브렉시트 전환기간에 양측이 벌일 다양한 교섭에서 지침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영국은 EU의 가치를 존중한다’, ‘양측은 포괄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유럽사법재판소의 역할을 지속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진행자) ‘브렉시트 합의문’을 보완하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기자) 합의문에서 가장 비판이 컸던 게, 이른바 ‘백스톱(backstop)’ 조항입니다.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 사이 국경 통제를 전면 집행하지는 않고, 관세동맹으로 느슨한 경제적 연결고리를 남기는 임시 규정인데요. 영국 영토의 완결성을 해치고, EU가 영국에 간섭할 수단을 남겨뒀다는 점에서, 영국 내부에서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백스톱’을 대체할 영구적 협정을 맺는데 최대한 노력하기로 이번 ‘미래관계 선언문’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백스톱’ 규정 때문에 영국 정치권에서 혼란이 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스톱’ 규정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무부처인 ‘브렉시트부’ 장관을 비롯한 영국 내각 구성원 2명이 항의 사퇴하기도 했는데요. 영국 정부와 EU 집행부는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과 이번 ‘미래관계 선언문’ 초안을 각각 의회에서 추인 받은 뒤, 오는 25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공식 서명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의회 추인은 잘 처리 될까요?
기자) 확실치 않습니다. ‘브렉시트 합의문’과 ‘미래관계 선언문’ 어디에서도 명확히 처리하지 못한, 국제적 쟁점들이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영국령 지브롤터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영토 안에 있는 영국 땅인데요. 스페인은 지브롤터를 반환하라고 영국에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이 문제만큼은 EU가 아닌, 자국이 영국과 1대1 협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스페인이 ‘브렉시트 합의문’과 ‘미래관계 선언문’에 반대할 수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메이 (영국) 총리와 대화를 해왔지만, 우리 입장과 여전히 거리가 있다”며, “변화가 없다면 브렉시트 합의문 서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영국 의회 내에서도 '브렉시트 합의문'과 '미래관계 선언문' 초안에 반대 여론이 여전합니다.
진행자) '브렉시트', 그동안 어떻게 진행돼왔나요?
기자)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뒤 국제적인 현안이 됐습니다. '브렉시트(Brexit)'는 'Britain(영국)'이 유럽연합에서 'Exit(나간다)'는 말인데요.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경제규모 세계 5위인 영국이 이탈하면, EU권역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에 충격이 예상됐습니다. EU국가 시민들의 자유 통행권과 영국 내에서의 시민권 보장, 영국과 EU의 향후 관계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복잡한 문제들도 대두됐는데요. 영국과 EU측이 지리한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아있습니까?
기자) '브렉시트 합의문'과 '미래관계 선언문'의 추인과 서명을 마치면, 내년 3월 29일에 영국은 그대로 EU회원국 지위를 내려놓게 되고요. 영국이나 EU 어느 한쪽에서 비준절차를 마치지 못할 경우, 아무런 대책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를 맞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유럽 일대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인도 오지 부족민에게 미국인이 살해된 일이 있었군요?
기자) 네. 인도의 외딴 섬에 사는 부족민들을 만나려던 미국인이, 부족민이 쏜 화살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희생된 사람은 기독교 선교사 겸 탐험가인, 워싱턴주 출신 26세 존 앨런 차우 씨인데요. 차우 씨의 가족이 23일 이번 사건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가족이 발표한 성명,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차우 씨를 살해한 부족민들을 용서한다는 내용입니다. 성명은 “사랑하는 아들이자 형제인 존이, 센티넬 부족을 만나려던 중 피살됐다는 보도를 접했다”면서,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사건에 책임이 있는 부족민들을 용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희생된 차우 씨를 “모두가 존중하고 이해해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희생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요청한 건 왜죠?
기자) 피살 직전 차우 씨의 행동을 일각에서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차우 씨가 접촉하려던 센티널 부족은 외부 세상과 차단된 채 고립 생활을 하는 사람들인데요. 인도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양 벵골만에 있는 안다만제도 노스센티널 섬 주변 5km를 접근 금지지역으로 설정했습니다. 차우 씨가 이를 어기고, 섬에 상륙한 행동은 잘못이었다는 의견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고조됐습니다.
진행자) 차우 씨가 고립된 부족에게 왜 접근한 건가요?
기자) 기독교를 전파하려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차우 씨는 지난주부터 며칠간 이 섬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지 어부는 `A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차우 씨가 배에 태워 섬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며, “차우 씨는 화살에 맞으면서도 부족에 다가갔고, 부족민들은 차우 씨의 목에 밧줄을 매고 끌고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차우 씨가 신에게 기도하면서 ‘죽고 싶지 않다’고 적은 쪽지가 나중에 발견됐습니다.
진행자) 시신은 수습됐나요?
기자) 아직 시신의 행방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경찰이 항공수색 등을 진행했는데요. 센티널 부족민들과 접촉을 피하며 차우 씨의 시신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센티널 부족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사냥과 채집으로 석기시대 수준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확한 인구는 파악이 안 됐지만, 50명에서 200명 정도가 모여 사는 것으로 ‘NBC’ 방송이 추정했는데요. 전염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6만 년 가까이 외부 세계와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설명했습니다. 지난 2004년 인도양 지진으로 큰 피해가 났을 때 인도 정부가 구호물자를 보냈지만, 부족민들이 화살을 쏘고 창을 던지는 등 저항해 결국 전달에 실패했고요. 지난 2006년에는 배에서 잠을 자다 섬에 다다른 어부 2명이 살해된 일도 있었다고 인도 현지 언론이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