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화력까지 동원한 군사 충돌을 벌이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2년 5개월여간의 줄다리기 끝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25일, 브렉시트(BREXIT)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타이완 집권당이 지방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민심 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보겠습니다. 지금 흑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네요.
기자) 네, 러시아가 현지 시각으로 25일, 크림반도 인근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들을 나포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양국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와 관련해 26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소집됐습니다.
진행자)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다고 하던데요. 당시 상황을 좀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이 이날, 흑해 오데사항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 동부 아조프해 마루우폴항으로 갈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 유조선이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해협에서 우크라이나 함정들을 가로막고 진입을 저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함정들이 진입을 계속 시도하자, 러시아 경비함정들이 우크라이나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에 발포한 후 선박들을 나포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적어도 우크라이나 군 6명이 다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 함정들의 진입을 막은 건가요?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함정들이 유엔해양법협약을 위반하고 자국의 해역을 불법으로 침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체결된 양국의 조약은 케르치해협과 아조프해를 양국의 공동영해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러시아는 지난 2015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케르치해협 통행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주장하며, 통과할 때는 사전 통보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러시아 일각에서는 또 우크라이나 정부가 대선 정국을 노리고 사전에 계획한 도발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이날 자국의 항해 계획을 러시아에 미리 통보했을 뿐만 아니라, 케르치해협에서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26일 새벽, '국가안보국방회의' 긴급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행동은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할 계획이라고요.
기자) 네, 당초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긴급회의에서 6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할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야당의 반대를 수용해 30일간 계엄령을 선포하기로 했다고 AP 통신이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다음달 대선 일정을 발표하고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인데요. 만일 계엄령이 발효되면 대선과 총선 등 모든 선거가 금지되고 정당의 활동이 금지될 수 있어 대선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지금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죠?
기자) 네, 양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이 발생해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또다른 위반 행위라고 비판했는데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포로셴코 대통령과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고 총리실이 밝혔습니다.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정부도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는데요.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러시아의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유럽은 함께 연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엔안보리 긴급회의도 소집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이번 사태와 관련해 26일 유엔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는데요. 유엔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7개국이 반대하고 4개국 찬성, 4개국 기권으로 러시아가 상정한 의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안보리는 현재 미국의 제안으로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우크라이나 의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드디어 브렉시트(BREXIT) 협상을 마무리했군요.
기자) 네, 브렉시트는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하는데요, 영국이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지 2년 5개월여 만에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EU 27개 회원국은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상임의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조건을 다룬 합의문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에 대한 윤곽을 정한 정치선언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아직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죠?
기자) 네,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 이를 발효하게 하는 비준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영국은 내년 3월 29일까지 EU를 탈퇴할 예정인데요. 이때까지 EU와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합의문을 비준해야 합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합의문이 비준되지 않으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떠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상황을 맞게 되는데요. 영국 의회는 다음 달 11일이나 12일경 투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브렉시트 합의문,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영국은 EU 탈퇴를 위한 이른바 이혼금으로 약 390억 파운드 (미화 약 50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고요. 내년 3월 29일 EU를 탈퇴한 후에도, 2020년 말까지 21개월간을 전환기로 설정해, 지금처럼 EU의 제도와 규칙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브렉시트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인데요. 하지만 EU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국은 참여하지 못합니다.
진행자) 당초 EU 회원국의 하나인 스페인이 합의에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찬성했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렉시트 합의의 또 하나 큰 쟁점의 하나가 영국령 지브롤터 문제였는데요. 스페인은 영국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할 것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합의문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EU와 영국이 스페인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스페인이 합의문에 찬성했다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밝혔습니다.
진행자)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번 브렉시트 합의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메이 총리는 이날, 합의문 비준을 위해 온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 노력하겠다면서, 이는 영국과 영국민에게 이로운 것이자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또 지브롤터의 주권과 관련해 영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EU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과 같은 나라가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보는 것은 기쁘거나 축하할 일이 아니라 슬픈 순간이고 비극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융커 위원장은 하지만, 영국 의회가 비준하지 않을 경우, 이보다 더 나은 합의를 얻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영국 내에서는 비준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 안에서도 메이 총리가 밀고 있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가 아니라, EU체제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주장하는 강경세력이 적지 않습니다. 일부는 총리 불신임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불신임 투표를 하려면 보수당 소속 의원 중 15%가 요구하면 되는데요. 만약 이 불신임 투표에서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메이 총리는 물러나야 합니다.
진행자) 그런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아직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합의문이 부결되면 조기 총선부터, 노딜 브렉시트까지 여러 혼란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대다수 보수당 내 중도파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들 중 일부가 혼란을 감수하고 합의문을 거부하면, 메이 총리가 공들여왔던 브렉시트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주 타이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했는데 지금 민심의 향방을 읽기에 분주하다고요.
기자) 네, 지난 24일 치러진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이 야당인 국민당에 참패를 당하면서 큰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타이완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보다는 안정과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는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2년여 만에 치러진 선거였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과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중간 선거 성격이 컸는데요. 하지만 22개 현과 시장 자리를 놓고 치른 이번 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은 6개의 자리를 얻는 데 그쳤고요. 국민당은 전체 3분의 2에 달하는 15곳을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민진당과 국민당은 대중국 정책부터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국민당은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양안 간의 평화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민진당은 중국과 거리를 두길 원하고 있는데요. 특히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2016년 집권한 후 양안 관계는 급속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2년간 집권당이 추진해왔던 타이완 독립 움직임이 실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민당 정권 시절, 타이완과 중국은 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 집권하던 당시, 타이완과 중국은 약 20개의 무역 협정을 맺는 등 투자와 교류가 활발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타이완 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잉주 총통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졌고요.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이 민진당에 패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상황이 역전된 건데,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의 책임감이 꽤 무겁겠군요.
기자) 네, 차이잉원 총통은 선거 윤곽이 드러난 24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총통직은 2020년 선거 때까지 유지하게 됩니다. 라이칭더 행정원장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진행자) 민진당 참패의 원인으로 또 어떤 것들이 꼽히고 있습니까?
기자) 경제적 요인도 크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차이잉원 총통 재임 기간, 타이완의 경제지표들은 개선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타이완의 실업률은 약 3.8%까지 떨어졌고요. 올해 타이완 경제는 2.7%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또 이번 선거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도 다뤄졌죠?
기자) 네,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회에 출전할 팀 이름을 현행 '차이니스 타이페이(Chinese Taipei)'가 아니라 '타이완(Taiwan)'으로 하자는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는데요. 부결됐습니다. 또 동성 간 결혼 허용 안건도 역시 부결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차이잉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도 무산됐는데요. 이로써 앞으로 차이잉원 총통의 정국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타이완의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마샤오광 중국 타이완 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5일, 이번 선거 결과는 양안의 평화와 발전에 따른 혜택을 공유하길 바라는 타이완 주민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타이완 주민들과 견고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