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타이완해협 통과...'징용 배상' 한일 갈등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톡데일이 지난 2016년 1월 콜로라도 해군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미 해군은 스톡데일함과 유류보급함 페코스가 지난 28일 타이완 해협을 통과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해군 함정들이 타이완해협을 통과한 데 중국 정부가 반발했습니다. 2차대전 징용 피해자에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 판결이 또 나와서, 양국 관계가 경색되고 있고요. 미국 법무부가 미국 주요 기관들을 사이버 공격하고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이란인 해커 2명을 기소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미 해군 함정들이 타이완해협을 통과했다고요?

기자) 네. 미 해군 함정 2척이 28일 타이완해협을 통과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타이완 국방부와, 중앙통신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미군 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에 따라 우리 함정이 (타이완)해협을 지났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어서, “미 해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항해하고 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이 해역에서 미 해군의 활동이 잦았다고요?

기자) 네. 지난 7월과 10월에도 미 해군 함정이 타이완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매번 중국 정부가 항의 성명을 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도 역시 항의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타이완해협의 일에 대해, 미국에 우려를 전달했다”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히 이행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런궈창 국방부 대변인도 “미 군함들이 타이완해협을 통과한 상황을 인민해방군이 정확히 알고 있고, 미 해군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미국은 미-중 관계와 타이완 해협의 안정을 파괴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국제법이 허용한 미 해군의 활동인데, 중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타이완해협의 지리적 여건 때문입니다. 타이완 섬과 중국 본토 사이의 좁은 바닷길인데요. 가장 폭이 좁은 곳은 130km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중국은 이 곳을 자국의 ‘앞바다’처럼 여기는데요. 중국 해군이 타이완에 대한 무력 시위로, 인근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 해군이 이곳에 진출할 때마다, 주요 매체들은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지지’ 활동으로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활동에 대해 또 다른 해석도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하는데요.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타이완 수단(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은 풀이했습니다.

일제감정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미쓰비시 측의 손해배상을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29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와 가족들이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2차대전 징용자에게 일본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한국에서 또 나왔군요?

기자) 네. 29일 한국 대법원은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 강제징용 피해자 6명이 각각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모두 원고 승소를 확정했습니다. 2차대전 때 강제로 노동한 이들 한국인에게 미쓰비시가 배상하라는 판결인데요. 각각 8천만 원(미화 약 7만1천400 달러)에서 1억5천만 원(13만4천 달러)씩 위자료를 확정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당사자인 미쓰비시는 물론이고, 일본 경제단체들이 판결에 항의하고 있는데요. 미쓰비시는 2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일-한 청구권 협정과, 일본에서 내려진 확정 판결에 반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사실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 배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마침 서울을 방문중인,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경단련)’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은 “일본 측에서 보면 놀랄 내용(판결)”이라며,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양국 관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일본 정부도 입장을 냈습니까?

기자) 일본 정부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이 담화를 냈는데요. “일-한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즉각 국제법 위반 시정을 포함,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요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노 외상은 또한 기자들에게, 이번 일은 “차원이 다른 영향을 (양국 관계에) 미칠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까요?

기자) 이 문제를 국제재판소로 가져갈 수도 있다고,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이 밝혔습니다. 29일 브리핑에서 말한 내용,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한국이 이번 판결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국제재판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감안해 의연하게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스가 관방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측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했는데,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한국 외교부는, 일본이 한국 사법부 판결에 과도한 반응을 하고 있다며 “매우 유감이다. 자제를 촉구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냈습니다. 이렇게 두 나라 정부 입장이 맞서면서, 같은 날 각각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서로 항의했는데요. 한국 측 반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이수훈 주일 한국 대사]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달 받았고, 우리(한국) 정부의 입장도 제가 설명하고, 그랬습니다.”

29일 일본 외무성에 불려갔던 이수훈 주일 한국 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양국 입장이 크게 달랐던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은 배상해야 한다고 하고, 일본은 아니라고 하는, 이렇게 입장이 갈리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지난 1965년 두 나라가 맺은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입니다. 이 협정으로 일본은 한국에 5억 달러를 지급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는데요. 5억 달러는 당시 가치로 따져, 한국 정부 한해 예산 1.6배 정도 되는 큰 돈이었습니다. 일본 측은 이걸로 식민지배 시절에 생긴 모든 문제들을 정리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은 청구권 협정을 어긴 것이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약속에 반하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한국은 청구권 협정이 충분치 않다고 보는 겁니까?

기자) 청구권 협정과 별도로, 강제징용자들이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여전히 살아있다는게 한국 법원의 판단입니다. 징용 피해자 문제 외에, 2차대전 당시 끌려가 일본군을 성적으로 상대한 '위안부' 문제도 양국 갈등 요인인데요. 한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맺은 '위안부 합의'로는 이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며, 합의 이듬해 출범한 '화해· 치유 재단'을 최근 해산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얼마 전에도 징용피해자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와서 논란이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 달 전이었는데요.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2차대전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당시에도 일본 측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는데요. 얼마 되지 않아, 같은 맥락의 결정이 뒤따르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건물.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정부가 공공기관을 사이버 공격한 이란인 해커들을 기소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미국 법무부가 정부 기관과 병원, 대학 등 주요 공공기관을 사이버 공격한 이란인 해커 2명을 28일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악성 바이러스를 이용해 컴퓨터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마비시킨 후,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이른바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을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기소된 사람들이 이란인들이라고 했는데요. 이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기자) 이란에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미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만일 이들이 여행을 하거나 하면 체포될 수 있으며, 미국은 다른 경로를 찾아 이들을 사법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이언 벤치카우스키 법무부 차관보는 이번 사건은 21세기형 디지털 갈취 사건으로, 이란을 거점으로 한 이런 국제적인 랜섬웨어 공격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FBI에 따르면 이들은 '샘샘(SamSam)'이라는 이름의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난 34개월간, 미국 주요 도시의 공공기관을 공격하고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요구했는데요. 검찰이 제출한 기소장에는 애틀랜타시와 뉴어크시, 콜로라도 교통국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병원 등 12개의 피해 명단이 적혀 있습니다. 미 당국은 이들이 230곳 이상을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적어도 3천만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는데요. 해커들은 랜섬웨어 공격으로 약 600만 달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애틀랜타 지역의 피해도 상당히 크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3월, 샘샘이 애틀랜타시 정부 컴퓨터 전산망을 공격해 한순간에 도시 기능을 마비시켰는데요. 이 때문에 당시 애틀랜타 시민은 교통 범칙금이나 수도세도 내지 못하고, 경찰은 일일이 손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무선 인터넷이 작동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애틀랜타는 당시 해커 측이 요구한 5만여 달러의 금품 지급을 거부했었습니다.

진행자) 이들 외에 또 미 당국의 제재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재무부는 또 다른 2명의 이란인에 대해, 이들 해커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제재를 가했는데요. 이들은 해커들이 받은 비트코인을 이란 비트코인 거래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이란 화폐인 리알화로 바꾼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만일 이들이 이용한 비트코인 거래소가 불법 돈세탁에 이용됐다면 미국 내 활동 금지 등 중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디지털 화폐의 특성상, 단순히 다른 거래소를 이용해 당국의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 게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