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박 운항 2년 만에 3분의 1로 줄어…“제재 길어질수록 무역규모 축소”

지난해 11월 북한 라선항에 선적을 앞둔 석탄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북한 선박의 움직임이 2년 만에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선박 운항 등 북한의 무역 관련 활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북한 선박이 해외 항구에서 검사를 받은 횟수는 모두 100여차례에 불과했습니다.

VOA가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선박 안전검사 자료를 살펴본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 사이 중국과 러시아 항구에서 이뤄진 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는 모두 116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8건이나 2016년의 309건, 2015년의 272건과 비교해 적게는 절반, 많게는 3분의 1로 줄어든 수치입니다.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는 전 세계 선박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만큼 모든 선박의 입항 횟수를 다 반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안전검사를 받은 선박이 줄어들었다는 건 해외 항구로 운항을 한 북한 선박의 전체 숫자 역시 줄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북한 선박들이 검사를 받은 항구가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많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올해 북한 선박들은 중국에서 35차례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러시아에선 두 배가 훨씬 넘는 81건을 기록했습니다.

북한 선박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 많이 간 건 올해가 사실상 처음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중국에서 131건의 검사가 이뤄져 러시아의 106건보다 높았고, 2016년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218건과 90건으로 격차가 컸습니다.

아울러 지난해와 2016년에는 각각 1차례씩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검사를 받은 기록을 남겼지만, 올해에는 중국과 러시아만이 검사를 진행한 유일한 나라로 나타난 점도 흥미롭습니다.

올해 81건의 러시아 검사 기록 중에는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이뤄진 검사가 80건으로 월등히 높았고, 나홋카 항이 1건이었습니다.

중국은 전체 35건 중 다이롄이 29건, 옌타이와 롄윈강이 각각 3건과 2건 순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북한 선박의 운항 횟수가 크게 줄어든 건 같은 기간 더욱 강화된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선박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석탄 수출이 2017년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결의 2371호가 채택된 8월부턴 석탄을 포함한 모든 광물의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선박의 운항도 급감한 겁니다.

실제로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대표 석탄 항구에 북한 선박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관측됐지만,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해외에서 이번 자료가 북한의 수출 능력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shipping data just adds...”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은 유엔의 제재 때문이라며, 특별히 지난 1년간 중국이 취한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는 90%를 넘지만, 올해 대북 교역 규모는 전년도 대비 약 57% 이상 줄어든 상황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안보리의 제재가 북한의 수입이 아닌 수출에 상당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따라서 운행 중인 북한 선박들도 절반이 비어 있는 상태, 즉 한 방향으로 갈 때만 물건을 싣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at doesn’t mean that there’s no...”

아울러 무역이 절반이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몇 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연 단위로 시간이 흐르면 북한 입장에선 “괜찮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 시점이 북한에 제재가 강화된 이후 찾아온 두 번째 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한편 올해 북한 선박들은 모두 안전검사에서 ‘결함 판정(with deficiency)’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단 1척만이 결함이 없는 선박으로 기록됐을 뿐, 2016년부터 3년 연속으로 결함 발견률 100%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선박 상당수가 1980년대 건조된 노후 선박으로 안전검사를 쉽게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심각한 안전 문제를 지닌 선박에 내려지는 ‘정선 조치’는 올해 8건으로 지난해 28건이나 2016년의 25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검사 대상 선박의 숫자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으로 추정됩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선박 건조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노후 선박들을 모두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이를 통해서도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