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과거 김동식 목사 소송에도 무대응…‘판결문 반송’ 확인

지난 2004년 12월 서울에서 북한에 납치된 김동식 목사의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오토 웜비어 측 변호인이 과거 북한에 납북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판례를 참고했다고 밝히면서 당시 소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 목사의 가족이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을 반송시키는 등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 법원 기록에 의해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동식 목사는 지난 2000년 1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인물로,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목사의 아들인 김한 씨 등 유족들은 2009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 패소와 항소심의 재심을 거쳐 2015년 북한이 약 3억3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VOA가 당시 법원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 씨 측의 최종 승소 내용이 담긴 판결문은 북한에서 되돌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 씨 측 변호인은 2016년 초 법원 측에 최종 판결문을 북한 평양 소재 외무성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우편물은 외무성의 연락처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송됐습니다.

얼마 후 법원 측은 변호인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같은 판결문을 외무성과 더불어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와 영국 런던과 중국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에 보냈지만, 우편물이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또 다시 통보했습니다.

앞서 김 씨 측은 북한에 최초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북한의 무대응을 근거로 재판부에 ‘궐석 판결’을 요구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궐석 판결을 인정받아 승소까지 했지만, 이런 내용이 담긴 판결문은 결과적으로 북한 측에 전달되지 못한 겁니다.

당초 김 씨 측의 소송에는 북한의 납치 혐의와 더불어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입증할 만한 다양한 증거들이 제출됐었습니다.

특히 김 목사의 납치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005년 한국 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은 중국 동포 류영화 씨의 판결문도 주요 증거자료로 제출됐습니다.

당시 판결문에는 류 씨가 북한 공작원들과 김 목사 납치관련 협의를 위해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김 목사의 동향을 파악한 뒤, 한 식당 앞에서 김 목사를 납치한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공작원들은 김 목사가 탑승한 택시 뒷좌석에 갑작스레 승차해, 택시를 인근 주유소로 이동시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차량에 김 목사를 옮겨 실었습니다. 이후 함경북도 회령시 강안동 지역 두만강변을 도보로 건너는 방식으로 김 목사를 북한으로 끌고 갔다는 내용이 당시 판결문에 소개돼 있습니다.

김 씨 측이 제출한 증거 중에는 북한 인권 전문가인 데이비드 호크 미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의 진술도 포함됐습니다.

19일 열린 웜비어 소송의 ‘증거청문 심리’에도 출석했던 호크 위원은 당시에도 북한의 불법 구금과 고문 등 인권 실태를 고발하면서 김 목사 가족들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또 당시 소송은 테러지원국을 소송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FSIA)’의 조항을 근거로 했다며, 북한 정권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재판부에 전달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 정부는 소송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FSIA'는 소송 당사자 혹은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납북 사건 당시 김동식 목사는 물론 아들인 김 씨도 미국 영주권자였지만, 김 씨가 2003년 미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증거를 제출됐음에도 김 씨의 소송을 맡은 판사는 2012년 8월 ‘고문’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증거 제출을 요구합니다. 이미 제출된 자료만으론 김 목사가 북한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판단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6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립니다.

김 씨 측은 이후 항소법원을 통해 “북한 정권이 김 목사를 고문해 사망케 했다는 논리적 결론에 이른다”는 판결을 받고 최종 승소했지만, 최초 1심 법원에서만큼은 김 목사와 북한의 고문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받지 못했었습니다.

김 씨 관련 소송은 전체적인 진행 과정과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자료 등이 현재 같은 법원에 계류 중인 ‘웜비어 사건’ 소송과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웜비어의 소송도 재판부로부터 북한의 고문 행위를 얼마나 인정받는지가 핵심 쟁점 사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웜비어의 소송은 지난 4월 처음으로 소장이 제출된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족과 주치의 등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약 8개월 만에 증인들이 판사 앞에 서게 되는 등 전체적으로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 씨 측 소송과 다른 점입니다.

아울러 웜비어의 소송에는 북한의 고문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의학적 소견이 담긴 주치의 3명의 진술서가 첨부된 사실도 주요 차이점입니다.

웜비어 측 변호인은 북한이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포함해 약 10억9천603만 달러를 물어내도록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하면서, 과거 김 씨 등에게 내려진 배상액수를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