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25일은 미국을 포함한 서양에서 가장 큰 명절인 성탄절인데요. 물욕에 빠지지 말고, 단순한 삶 속에 남을 돕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냈습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 등으로 중동 정세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할 전망이고요. 이란 정부가 미국의 제재 압박 속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25일, 서구 최대 명절인 성탄절이군요.
기자) 네. 지금으로부터 2018년 전에, 팔레스타인 지역의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이 12월 25일인데요. 크리스마스(Christmas), 성탄절이라고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흩어져 사는 아들· 딸들이 부모를 방문하거나, 군 장병들이 집에 돌아와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요. 24일, 전 세계 가톨릭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을 기념하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진행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을 맞아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사람들이 너무 소유에서 의미를 찾는다고 바티칸 성탄전야 미사에서 지적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프란시스코 교황]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이 인류 역사 내내 존재했고,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라고 교황은 말했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성탄절을 기념한다고) 화려한 식사를 즐기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빵이 없어 생존에 매달리는 모순이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너무 상업화된 성탄절 풍경을 비판한 것이라고 AP통신은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예수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변질됐다고 지적한 거군요?
기자) 네. 그런 뜻도 있고요. 이른바 ‘물질만능주의’, 돈을 많이 벌고, 많이 소유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현대인들의 세태를 비판한 겁니다. 교황은 “여러분에게 한번 물어보겠다”면서, “지금 당신이 소유한 모든 물질적인 것들이 정말 필요하냐”고 질문했습니다. “그런 불필요한 것들 없이, 진정 단순한 삶을 살 순 없겠느냐”고 강조했는데요. 예수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면서, “탐욕이나 물질을 모으는 게 아니라, 나누고 서로 돕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새겨둘 만한 이야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먹을 것이 충분히 없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세계 곳곳의 난민과 기아 사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건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당일인 25일에도, 예멘과 시리아 등 내전 지역에서 총성이 그쳐 더 이상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는 성탄절 공식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제 사회가 대화로 분쟁을 끝낼 해법을 모색한다면, 난민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회담 재개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성탄절이 서구 최대 명절인데, 아시아에선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에서도 성탄절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서로 선물을 주고 받거나 집안에 알록달록한 장식을 단 성탄절 나무를 가져다 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하루 휴가를 내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고향 양산에 있는 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또한, 이례적인 움직임이 북한에서 나왔는데요. ‘조선종교인협의회’가 한국의 가톨릭-개신교 공동단체에 성탄 축하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국 통일부가 24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어떤가요?
기자) 일본에는 기독교 인구가 많지 않지만, 선물을 주고 받는 성탄절 풍습이 상업적으로 유행하는데요. 중국에서만은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지하 교회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데 이어, 주요 도시에 ‘성탄절 기념 금지령’을 내렸다고 AP 통신이 최근 전했는데요. 성탄절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전통이기 때문에 배척해야 한다는 논리로, 관련 장식품을 세우거나 판촉하는 일을 금지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 성탄절 기념을 금지하고 있나요?
기자) 주요 기관과 대학에 성탄절 관련 활동에 참가하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보도됐고요. 어떤 지방정부는 23일부터 25일까지, 성탄절에 걸친 기간에 휴가를 금지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또한, 성탄절 기념 할인 행사가 진행중이던 대형 상가 앞에서 군복 입은 시위대가 집회를 열어 영업을 방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기관이나 대학 같은 곳 외에,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도 못하게 한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에서는 성탄 전야에 선물과 함께 사과를 주고받는 독특한 풍습이 있는데요. 1990년대 개혁· 개방이 본격화된 이후 서양 문물이 들어가면서 이런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면, 평안이나 복을 비는 글씨를 새겨 넣은 선물용 사과인 '평안과'를 가게와 노점상에 쌓아두고 파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평안과 판매는 물론이고, 노점상에서 성탄절 양말이나 ‘산타클로스’ 인형 등을 파는 행위도 금지됐다고 현지인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는 성탄 전날 밤에 집집마다 다니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가공의 인물입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성탄절 기념행위 단속’에 대해 뭐라고 설명합니까?
기자) 성탄절 단속을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확인한 바는 없는데요.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일단 “일부 도시에서 성탄절 행사와 판촉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습니다. 허베이성 랑팡이나, 윈난성 쿤밍 등에서 지역 자체적인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성탄절 문화를 단속하는게 아니라, 거리 곳곳에 지저분한 장식품이 난무하고 노점상이 무질서하게 자리 잡는 것을 바로잡자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것 말고는 “중국 어디서나 성탄절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강조했는데요. 중국의 환경 정비 사업을 외부 언론이 ‘종교 탄압’, ‘문화 탄압’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 방문을 초청받았다고요?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새해에 터키를 방문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습니다. 백악관이 24일 밝힌 내용인데요. “아무것도 계획된 게 없지만, (두 정상 간의) 만남에 대해 열려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터키 쪽에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터키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확정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초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했다고 24일 터키 국무회의 직후 이브라힘 칼림 대통령궁 대변인이 밝혔는데요. 다만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미국과 터키 관계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중이라, 정상회담 시점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과 터키 관계가 주목받는 이유는 뭐죠?
기자) 터키와 남쪽으로 국경을 접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철수 결정을 전격 발표했는데요. 현지 극렬테러 단체인 IS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선언하고, "더 이상 우리 군대가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군이 이끈 대테러 작전에 참가해온 동맹국들은 잇따라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영국 국방부는 성명에서 "IS는 아직 살아 있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고요. 프랑스 국방장관도 시리아에 남아 IS 격퇴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미군 철수 결정을 지지한 동맹국이 터키입니다.
진행자) 터키가 미군 철수에 찬성하는 배경은 뭔가요?
기자) 현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반군에 대한 통제권 때문입니다. 미군은 쿠르드 민병대를 훈련시켜 IS 퇴치 작전에 핵심적 역할을 하도록 했는데요.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를 테러조직으로 보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이 시리아 영토와 이라크, 또 터키 접경지역에 걸쳐 끊임없이 분리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군이 떠나고 쿠르드 반군에 대한 통제를 놓게 되면, 터키가 이들을 다루는 데 장애물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터키가 쿠르드 군사조직을 공격할 수도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군이라는 방어막이 없어지면 쿠르드 민병대는 터키군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터키는 이전에도 쿠르드 테러조직 소탕을 명목으로 시리아에 탱크부대와 지상군을 보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을 결정하면서, 미국을 믿고 대테러전에 참가했던 쿠르드족이 당혹감에 빠져있다고 일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자) 미국과 터키 정상 간 전화 통화가 23일 있었습니다. 양국 통상문제와 IS, 시리아 관련 현안 등에 관해 장시간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적었는데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두 정상이 직접 만나게 되면, 어떤 대화를 할지가 중요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터키 방문 성사 이전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에 올 가능성도 일부 언론이 점치고 있는데요. 쿠르드족 민병대를 어떻게 대우할지 문제는, 시리아 미군 철수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 미-터키 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란 정부가 내년도 새 예산안을 내놨군요.
기자) 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5일, 470억 달러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란의 새 회기는 내년 3월 21일부터 시작됩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후 작성한 첫 예산안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등 주요 6개국은 지난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체결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란이 이후에도 줄곧 핵 합의를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5월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이어 8월에 1차로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고요. 11월 5일부터는 이란의 핵심 돈줄인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 등 2차 제재를 재개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이번에 예산안을 작성하는데 미국 제재의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그 점을 인정했는데요.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25일) 전국으로 생중계된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목표는 이란 이슬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지만, 그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이란 국민의 삶과 이란의 성장,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러면서 "미국의 부당한 제재를 고려해 예산안을 짰다"면서 의회가 가결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화폐인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한 것도 예산안 작성에 영향이 있다고요.
기자) 네, 로하니 대통령이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리알화로는 4천700조 리알입니다. 2018년, 올해 예산안은 3천700조 리알이었는데요. 일단 수치상으로만 보면 올해 예산이 내년도 예산 폭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리알화의 가치는 1년 전 달러당 4만2천 리알에서 현재 약 10만 리알로 폭락한 상황이고요. 이 때문에 실제로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올해 예산안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 집행의 방향에 대해서도 말했습니까?
기자) 네, 저소득층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한편, 공무원 봉급과 연금생활자 지원을 20%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식품과 의약품 등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보조금으로 140억 달러를 배정했는데요. 로하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석유 수출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국영기업들의 규제와 은행 등의 부패 개혁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각국에 통보한 상황인데요. 이란 정부는 여전히 석유를 수출해서 예산을 충당할 방침인가요?
기자) 네, 이란 관리들은 내년 예산안은 배럴 당 원유가격을 50달러에서 54달러로 잡고, 하루 최대 10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을 수출하는 것으로 예산을 책정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이란의 민간 기업들이 더욱 활발히 활동한다면 석유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미국의 제재로 인한 영향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