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984개 중국제품 관세 면제...한-일 '레이더 겨냥' 공방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에 '중국해운(CHINA SHIPPING)'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900여 개 품목에 관세를 면제해줬습니다. 한국 해군이 일본 자위대 항공기에 레이더를 겨눴다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일부에 관세를 면제했군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28일자 연방관보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 984개 품목을 7월 이후 발효된 25%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액수로 따지면 340억 달러어치인데요.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을 90일 동안 휴전하기로 합의한 뒤,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후속 조치입니다.

진행자) 관세가 면제된 984개가 어떤 품목들인가요?

기자) 주로 산업 현장에서 쓰는 물건들입니다. 작은 배에 다는 발동기(엔진), 방사선 치료기, 그리고 공장에서 생산품을 자동으로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 같은 것들인데요. 냉· 난방 장비에 부착하는 온도조절장치, 또 야채 탈수기 등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치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온 겁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지식재산권’ 침해 사유로 지난 7월 340억, 8월에 160억, 총 5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매겼는데요. 여기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의 신청이 접수된 품목이 1만2천 개가 넘는데요. 그 중에 984개, 아주 일부가 이번에 승인된 겁니다. 대다수인 1만 개 가까이 아직 심의 중이고요, 1천200개 이상 기각됐습니다.

진행자) 984개 품목에 관세를 면제시켜준 기준은 뭡니까?

기자) 미국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불편을 없애는 데 심의 기준을 뒀다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에 혜택을 줬다기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따진 건데요. 블룸버그통신이 해설한 내용을 보면, 관세 때문에 미국 내 수입업체나 생산 현장에서 원가 부담이 커진 품목들을 우선 면제시켰습니다. 반면, 중국산이 아닌 제품으로 대체 가능하거나, 중국의 산업정책에 연계된 품목, 또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 등은 이의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제품을 써야만 하는 미국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가용 배를 만드는 ‘브런스윅’이라는 회사의 경우, 이번 조치로 추가 비용이 약 43% 줄어든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고요. 이밖에 전자온도조절장치를 만드는 ‘브래번’, 또 유압공구업체 ‘에너팩’ 등도 혜택을 크게 볼 것으로 전했습니다.

진행자) 무역전쟁 ‘휴전’ 이후에, 중국에선 어떤 조치를 했습니까?

기자)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한 25% 추가 관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했습니다. 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 방침에 따라 지난 7월에, 25%였던 수입차 세율을 15%로 내렸지만, 미국산에만 25%를 추가해 40%로 만들었는데요. 이 추가 관세를 미-중 무역협상이 90일 동안 진행되는 내년 3월까지 집행하지 않겠다고 중국 국무원관세세칙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협상 과정에서 일단, 유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음 달 초에 베이징에서 차관급 미-중 무역· 통상협상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 전에 서로에 대해 가시적인 조치를 해서, 일단 대화 분위기는 만들어진 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합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크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가 곧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진행자) 미-중 당국 간에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는데, 기업들의 동향도 살펴보죠.

기자) ‘아이폰’이라는 인기 손전화를 만드는 미국 회사 ‘애플’이, 중국 공장에 맡기던 조립·생산을 상당 분량 인도로 옮길 전망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 여파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폰 위탁제조업체인 타이완 기업 ‘폭스콘’이, 내년부터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있는 공장에서 아이폰 최신기종을 조립할 계획입니다. 이 공장은 원래 저가 기종만 만들던 곳이었습니다.

진행자) 인도에서는 환영할 일이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폭스콘은 공장 확충에 250억 루피(미화 약 3억6천만 달러)를 들이는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타밀나두주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반기면서, 폭스콘 측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주 정부는 아이폰 최신기종 생산 업무가 중국에서 건너오면, 최대 2만5천 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에,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아이폰 생산시설 이전에 관한 로이터통신 보도를 현지 매체들이 비중 있게 소개했는데요. 중국어 인터넷 사회연결망(SNS) ‘웨이보’ 등에는 아이폰을 불매하자는 등 격한 내용을 담은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초계기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군이 일본 자위대 항공기에 레이더를 겨눴다는 문제로 갈등이라고요?

기자) 네. 한국 해군이 바다 위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레이더로 겨냥한 증거가 있다며, 일본 방위성이 28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을 가까이 내려다보면서, 관측 내용을 본부에 보고하는 교신 음성이 들어가 있는데요. 들어보시겠습니다.

기자) 일본 방위성은 이 동영상에 대해, 한국군이 ‘화기 관제 레이더’로 여러 차례 자위대 ‘P-1’ 초계기를 조사(겨냥해 비춤)한 사정이 담겼고, P-1 조종사가 한국 측에, 레이더 조사 의도를 확인하려는 내용도 녹음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찍은 동영상인가요?

기자) 동해(일본해)상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선을 한국 해군이 구조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지난 20일 발생한 일인데요. 북한 어민들이 작은 배를 타고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해 몇 주 동안 표류한 상황이었습니다. 구조요청을 접수한 한국 해군이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을 대화퇴어장 인근으로 파견했는데요. 구조과정에서 화기 관제 레이더를 작동했고, 이 레이더가 P-1 초계기를 겨냥한 적대행위를 했다고 일본이 주장하는 겁니다.

진행자) 한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된 다음 날(21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항의했는데요. 한국 국방부는 정상적인 임무 수행중이었고, 일본 자위대 해상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일본 측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선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데, 왜 일본 정부는 동영상까지 공개하는 거죠?

기자) 일본은 한국군이 분명하게 적대 행위를 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방위성이 22일에도 성명을 냈는데요. P-1 초계기의 활동이 신경 쓰였다면, 미사일 목표물을 조준하는데 사용되는 화기 관제 레이더가 아닌 수색 레이더를 쓰는 것이 적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28일 동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한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 국방부가 곧장 항의했습니다. 동영상에서는 적대적 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일본이 거듭 같은 주장을 하는데 깊은 유감이라는 ‘국방부 입장’을 발표했는데요. 최현수 대변인은 “우리(한국) 군이 일본 초계기에 대해 추적 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오히려, 북한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던 우리 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일본과 한국의 주장이 계속 맞서고 있는 건데, 당시 현장에서 구조된 북한 어민들은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선원 3명을 구조하고 사체 1구를 수습했다고 한국 통일부가 22일 밝혔습니다. 해당 선원들과 시신은 같은 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베트남인들이 스마트 자동판매기를 사용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베트남인들은 전통적으로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런데 요즘은 좀 바뀌는 추세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전자 결제 방식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데요. 베트남도 예외는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베트남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현금 결제를 더 선호하는데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베트남 정부가 현금 유통을 줄이고 전자 결제 방식을 적극 홍보하면서 점차 변하는 추세입니다. 요즘 베트남 식당이나 소형 매장에는 카드 결제를 위한 단말기를 설치한 곳이 많은데요. 하지만 여전히 신용카드보다는 직불카드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뭐가 다른가요?

기자) 아주 쉽게 설명하면, 신용카드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개인의 신용 정도를 보고, 사용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해 돈을 빌려주는 거고요. 직불카드는 다른 말로 현금카드라고도 하는데요. 내가 은행에 맡겨놓은 돈 액수에 한해 쓸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직불카드는 현금 결제와 같은 건데, 다만 사용하기 쉽게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 신용카드는 결국은 빚인 셈입니다.

진행자) 현재 베트남의 전자 결제율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네, 신용카드회사인 '비자(VISA)' 가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에서 2018년 6월까지 베트남의 전자결제율은 45%나 뛰었습니다. 이 수치는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이용률을 구분한 건 아닌데요. 하지만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베트남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이제 베트남도 조금씩 신용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베트남인들은 전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건 물론이고 집을 살 때도 현금으로 사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는데요. 이제는 은행에서 적정한 이자를 내고 융자를 얻어 물건을 구입하고, 이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또 요즘은 휴대전화나 세탁기 같은 걸 구입할 때, 회사에서 직접 제공하는 소형 융자를 얻어 할부금 형태의 지불 방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결제 방식이 갖는 장단점이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금 거래를 하면 돈세탁 같은 불법 활동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세원이 누수되는 건데요. 전자 결제 방식은 자금 추적이 쉽기 때문에 투명한 경제 활동 환경이 조성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너무 많이 이용하게 되면 나중에는 빚이 너무 늘어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신용카드 사회로 전환기를 맞음에 따라 정부가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과 카드 회사들에 대한 규제 정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