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북한 관련법 분석] 1. ‘대북제재 정책’ 담은 아시아안심법

미 의회 '아시아안심법'을 발의한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해 7월 외교위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가 북한과 관련해 두 건의 법, 아시아안심법과 국방수권법을 제정해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데요.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아시아안심법에 담긴 북한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조은 기자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아시아안심법에 ‘북한 전략’이라는 별도의 장이 있네요?

기자) 210조항인데요. 대북제재에 관한 미국의 정책을 명시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위반되는 행동을 포함해,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명시된 불법 활동에 북한이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계속해서 부과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못 박은 겁니다. 대북 정책에 관한 기존법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북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협상”에 관한 미국의 정책도 담았는데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 핵, 미사일 폐기가 협상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행정명령에 명시된 ‘불법활동’이라면 핵, 미사일 활동 뿐 아니라 인권 유린이나 사이버 범죄도 포함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행위 일체를 중단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계속 부과할 것을 법제화한 겁니다. 북한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불법 개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국 주민 그리고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 시민들에 대해서도 인권 유린 행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 별도로 첨부돼 있는데요. 이런 배경을 근거로 법을 발효시켰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불법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계속 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의회에서 줄곧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만, 특히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이 그런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아시아안심법을 주도적으로 작성한 의원이기도 하고요.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가드너 의원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전부터 북한의 진정성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인 지난해 9월, 후속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자 VOA에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남은 옵션은 최대 압박을 계속하는 것이지만, 외교적 발판은 크게 축소된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Well, continuation of the maximum pressure, but the diplomatic runway has significantly lessened.”

이어 11월 말에는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마냥 기다려선 안 된다며, 미국의 인내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미국은 대북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No, we need the denuclearization now or we are going to continue our pressure until they do so. So being patient means we are going to keep the pressure until they do it. That’s what we are going to.”

진행자) 대북제재를 해제할 때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주목을 많이 받았죠?

기자) 행정부와 의회의 조율 필요성을 강조한 건데요. 정확하게는 북한 정부의 불법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인권 유린 행위에 관한 제재 해제 이후 30일 이내, 국무장관은 재무장관과의 협의 하에 해당 대북제재 해제의 당위성을 기술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또 이런 제재 해제가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 활동 중단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진행자) 쉽게 얘기해 대통령 혼자 제재 해제 판단을 내리지 말라는 의회의 요구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2016년 발효된 대북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대북제재 해제 요건이 매우 자세하게 명시돼 있기는 하지만, 사실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대북제재 해제에 관한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제출 시한까지 설정함으로써 의회의 감독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행정부의 의무가 또 하나 명시돼 있습니다. 법 제정 90일 이내 대북 전략에 관한 보고서도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요. 행정부에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네요.

기자) 미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 조치뿐 아니라 국제 공조 노력에 관한 평가를 포함해 폭 넓고 자세한 정보를 의회에 공개해야 합니다. 먼저 “북한의 위협과 역량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식별하기 위해 미국이 취한 노력”을 요약해 기술해야 하고요. 여기에는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를 달성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제거를 위한 미국의 전략과 정책에 관한 강점과 약점에 관한 평가”도 포함돼야 합니다. 또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와 핵, 탄도미사일 제거에 관한 잠정적 로드맵에 대한 평가”와 “이런 로드맵이 실행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하는 구체적 행동에 관한 평가”도 보고서에 담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공조에 관한 내용도 상당히 자세히 기술하도록 했는데요?

기자) 효율적인 대북제재가 이뤄지려면 여러 나라가 동참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북 핵,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대북제재 이행과 차단을 포함해, 독자적 또는 양자간, 다자간 국제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는 국무장관 또는 국무장관이 지정한 자가 북 핵,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정부와 상의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기술돼야 합니다. 또 이런 해외 정부들이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도 기술하도록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에 비협조적인 해외 정부 목록을 제출하도록 한 것도 주목됩니다.

진행자) 미 정부가 다른 나라에 대북제재 이행을 그저 촉구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 이행 조치를 주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기자)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에 부과된 제재 집행에 필요한 “유엔 회원국들의 수출 제한 체계의 적절성” 관한 평가를 보고서에 기술하도록 한 것은,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회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수출 체계 시행에 필요한 권한을 채택해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보조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의지를 반영한 대목입니다.

진행자) 가드너 의원 말고 또 어떤 의원이 아시아안심법 발의에 참여했나요?

기자)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키 의원은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국제 공조, 특히 중국의 역할을 줄곧 강조해왔는데요. “대북제재 체제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며 특히 중국의 대북 유류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제유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녹취:마키 의원] “I’m still unsatisfied that the sanctions regime is strong enough. I continue to want to look at sanctions on crude oil going into the North Korean economy and tightening of certain banking privileges as well.”

진행자) 아시아안심법의 북한 관련 조항을 살펴봤는데요. 다른 내용도 있습니까?

기자) 구속력은 없지만 의회의 생각을 따로 정리해 놓은 ‘의회의 인식’이라는 항목 내용도 짚어볼 만 합니다. “모든 국제기구의 미국 대표들은 미국의 영향력과 투표권을 활용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약속을 지킬 때까지 북한을 해당 기관에서 배제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돼 있는데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의회의 인식이 이렇다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부가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전날 이 법에 서명했고요. 그러면서 성명을 남겼는데 뭔가 여지를 남긴 건가요?

기자)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때 성명을 남기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소위 ‘서명 성명(signing statement)’이라고 불리는 문서인데요.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남겨두는 문서입니다. 서명 성명에서 밝힌 대로 해당 법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될 경우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것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법적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보호 장치입니다. 아시아안심법 관련 서명 성명의 경우 북한 전략에 관한 210조 등 일부 법조항을 언급하며 “국가안보와 대외 관계, 또는 대통령의 헌법 의무 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 공개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 헌법상 권한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겼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