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미국 국가긴급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지난 8일 취임 후 첫 백악관 집무실 연설에서 국경 보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 위해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 선포하고 ‘국가긴급권(National Emergency Powers)’을 동원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민주당 반대로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지자 연방 의회를 우회해 국경장벽을 세우겠다는 말입니다. 이를 두고 현재 미국 안에서 논란이 많은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 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국가긴급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가긴급권이란 무엇인가?”

지난 2007년 미국 ‘의회조사국(CRS)’는 국가긴급권을 “위기나 긴급사태, 혹은 비상상황으로 나라가 위협받을 때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정의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는 전쟁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나 경제 위기가 가져오는 상황도 해당합니다.

미 의회조사국은 미국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발동해 재산이나 자원 압류, 군대 해외 파병, 계엄법 발효, 생산수단, 통신, 그리고 자원 통제, 사기업 활동과 여행, 미국인들의 생활 제약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 국가긴급권의 법적 근거”

미국 연방헌법은 국가긴급권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헌법은 비상시 인신보호영장 규정을 정지시키고, 대통령이 연방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 대통령들은 남북전쟁이나 2번에 걸친 세계대전, 그리고 대공황이라는 위급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국가긴급권을 활용해 대응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상 근거로 세 가지를 듭니다. 첫째, 집행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 둘째, 대통령이 군 최고 지휘관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미국 대통령은 법률을 충실하게 집행해야 하고 모든 시책을 행할 의무와 권한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연방헌법 외에도 일반 법 조항 다수가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대학 법률전문대학원 산하 '브레넌사법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는 해당 권한을 규정한 법률 항목이 2018년 12월 기준으로 136개가 있는 것으로 집계한 바 있습니다.

“국가긴급권 발동의 역사”

미국 역사에서 국가긴급권이 발동된 사례는 건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792년 여름 펜실베이니아와 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술에 부과하는 세금에 항거한 이른바 위스키 반란이 발생합니다. 그러자 1794년 당시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의회 승인을 받아 포고령을 내고 민병대를 소집해 반란을 진압했습니다.

미국에서 국가긴급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입니다. 1861년 남부연합이 미합중국에서 분리를 선언하자 링컨 대통령은 의회 폐회 기간 중 군을 소집하고 지출안 없이 예산을 집행했으며, 전투지역에서 인신보호영장 발급을 중단시켰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2월,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쟁에 필요한 선박 확보를 위해 미국 선박을 외국에 양도하거나 파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1930년 대공황 시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조처를 연방의회 위임을 받아 적극적으로 실행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또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 후에 반포한 ‘합중국 대통령· 육군과 해군 총지휘관으로서 부여된 권한’에 근거해 미국 서해안에 사는 11만 명에 이르는 일본계 주민들을 강제수용하도록 했습니다.

그 밖에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대통령 등 후대 대통령들도 국가긴급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관련 자료에 근거해 1979년 11월 이래 지금까지 국가긴급권에 근거해 내려진 조처 31건이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민주주의 저해와 인권 침해에 따른 외국인 자산 압류에 관한 건입니다.

“국가긴급권에 대한 제약”

국가긴급권을 근거로 대통령이 취한 조처가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과거 국가긴급권 발동에 따른 조처가 연방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연방의회도 법으로 대통령이 보유한 국가긴급권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기 미국 연방의회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 Acts)’을 만들었습니다.

이 법은 국가긴급법을 발동해 일정 기간 이상 전장에 군대를 투입하려면 사전이나 사후 이를 연방의회와 협의하게 했습니다. 또 연방의회가 요구할 때는 전장에 보낸 군인들을 철수하도록 했습니다.

연방의회는 또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당시 ‘국가긴급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를 만들었습니다.

이 법은 국가긴급권 발동에 대한 관보 고시와 의회 고지 의무, 국가긴급권에 근거한 대통령 조처에 대한 의회 심의 기능을 만들었고, 또 상원과 하원의 일치된 결의가 있는 경우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긴급사태를 끝내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로써 국가긴급권과 관련된 연방의회의 권한은 대폭 강화됐습니다.

“국가긴급권 발동을 통한 국경장벽 건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장벽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발동해 국경장벽을 만들려면 두 가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육군부 장관으로 하여금 기존에 육군이 진행하던 공사를 중단하고 여기에 투입된 자원을 장벽 건설에 투입하는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국방부 장관으로 하여금 군 공사 예산을 이용해 국경장벽 건설을 시작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를 막기 위해 소송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이 문제는 결국 연방대법원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지,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동원하면 이것이 과연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뉴스 속 인물: 루스 베이저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입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대법원 심리에 불참했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지난해 말 폐암 수술을 받고 집에서 회복 중이라 심리에 불참했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1933년생으로 올해 85세입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1954년 코넬대학을 졸업했고, 하버드대학을 거쳐 콜럼비아대학 법률전문대학원을 나왔습니다. 그는 1963년에 럿거스대 법률전문대학원 정교수가 됐고 1972년에는 컬럼비아대 최초 여성 종신교수가 됐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그 사이 학생들 요청으로 ‘여성과 법’을 주제로 한 강의를 개설했는가 하면, 1972년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여성권익증진단(Women’s Rights Project, WRP)’을 공동 창립하는 등 꾸준히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지난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 지명으로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취임했고 1993년 빌 클린턴 정권 때 연방대법관에 임명됐습니다. 그는 교수 시절부터 임금차별, 부당한 처우, 이중 잣대, 임신중절, 그리고 사회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일관되게 진보적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국가긴급권’, 그리고 뉴스 속 인물로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