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미-북 간 실무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밝혔습니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번 대화가 2차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합의를 넘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과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과거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7개월 만에 다시 미국을 찾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미국 측이 논의해야 할 사안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 신고서’와 핵·미사일 실험 중단 검증 방안, 이에 따라 미국이 제공할 대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y should talk about a North Korean declaration, they should talk about how it can be verified and how North Korea’s suspension of missile and nuclear test can be clarified and what US would do in return.”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이번 미-북 간 만남에서 싱가포르 회담 이후 모두가 언급해 온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진전을 본다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지난 16일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을 상기시키면서, 미-북 양측 모두 뭔가 해야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am looking for some substances. Mike Pence apparently talked about yesterday. And that’s what each side might do so that could be some substantive progress. I will be looking for something like verified dismantlement of the facilities of Youngbyun as the first step on the North Korean side, and then we will take a step.”
이어 영변 핵 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북한이 해야 할 첫 번째 단계로 들겠다며, 미국은 여기에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으로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 무기 조정관은 김영철 부장의 가장 큰 방미 목적은 2차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합의하는데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김영철의 방미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단초가 되길 바란다면서도, 정상회담 준비에만 목적을 둬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am sure the main issue that Kim Yong Chul wants to nail down the venue and the date for the meeting will be number one. And I think it is important to have this next summit meeting in order to break the stalemate.”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 행정부에서 유연성을 가장 많이 발휘할 상대로 보고 정상회담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만, 구체적 비핵화 합의는 정상회담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으로부터 한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평화 메커니즘, 비핵화와 제재 완화 조치 등을 논의할 실무그룹 절차에 합의해 실질적 진전을 마련할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설명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meeting should produce agreement to establish negotiating process. Working groups on peace mechanism which would include South Korea and China, working groups on denuclearization and sanctions.”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김영철의 방미가 실무 협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정상회담은 북한에게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 쇄신을 제공할 기회를 주는 것 뿐이라며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김 부장과 면담할 위치에 있다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정기적 만남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f I were Trump side, I will be saying “Look, we have appointed a person Steven Biegun and we need for you to meet that person, so we want to start having regular meetings.”
갈루치 전 특사는 김영철의 방미로 미-북 대화가 다시 궤도에 오를 듯 하지만, 실무선 보다 고위급에서 회담이 이뤄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의 시기, 장소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면 2차회담은 열리겠지만, 충분한 실무 협상을 거치지 않으면 세부적인 비핵화 조치가 결여된 채 모호한 약속만 한 ‘싱가포르 회담’ 전례를 답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