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가능성이 중요한 협상 카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준비 실무협상에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 등이 우선 의제로 다뤄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영변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이미 보유 중인 핵을 제거하는데 어떤 한계가 있는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방안은 지난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에 북한의 협상 카드로 제시됐습니다. 미국이 6.12 공동성명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겁니다.
핵 시설 폐기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강연에서 밝힌 비핵화 로드맵의 첫 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영구적 폐기가 북한의 ‘상징적 조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의미 있는 비핵화 진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입장입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중요한 조치로 간주하면서도,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걸림돌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This is the place where we know that they can produce Plutonium so dismantlement and stopping the capabilities of producing plutonium is certainly important.”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도 다른 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단계이지만, 이렇게 한 단계씩 나아가는 대신 이제 이정표에 해당하는 중대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This is the first step to the right direction, but at the same time, I would like remind people that, one should agree now on the milestones. Not to go it step by step, then have another negotiations and another step and another negotiations.”
계속 단계적으로 진행하다가는 이후에도 협상과 단계적 조치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문제연구소장은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접근만큼은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영변 핵시설 폐기는 ‘나쁜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무기 생산 시설의 일부일 뿐인 만큼, 잘게 잘라 “팔아 넘길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전 소장] “I am totally with the step by step approach, but that’s a bad step. It’s just part of their nuclear weapons production complex and they can’t sell if off piecemeal. It has to be a sense that they are ending all the production of plutonium and HEU for nuclear weapons.”
올브라이트 소장은 대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모두 끝내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영변에서는 매년 핵무기 1개를 만드는데도 충분하지 않은 플루토늄을 생산 중이고, 무기급 우라늄도 핵무기 2개를 제작할 만큼만 생산하고 있다며, 문제는 영변 외 시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ere’s not a lot of plutonium produced there every year, probably not even enough for a bomb a year, and weapon graded uranium is for a couple bombs a year. Maybe enough material for 3 nuclear weapons a year. We think another enrichment site could easily add two more of that that’s not in Yongbyun“
올브라이트 소장은 제 2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매년 핵무기 2개가 추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따라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그칠 게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을 모두 중단시켜야 의미있는 단계적 조치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 So if you want to have a meaningful step by step approach, then ending all the production of HEU, Plutonium all throughout North Korea that will be an important step. North Korea let in inspectors sample the radioactive debris at the nuclear test site so we know if they used plutonium or weapon grade uranium on their nuclear weapons.”
특히 북한은 핵실험장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 핵실험에 플루토늄이나 무기급 우라늄 중 무엇을 사용했는지 검증 전문가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핵무기를 겨냥한 조치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비확산 전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는 미래의 핵무기 생산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는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어떤 것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이미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우라늄 농축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계산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나랑 교수] “I would read it as a significant step to slow down future production. It doesn’t mean that they are willing to give up anything that they already have. Maybe their calculation is that they have produced enough plutonium. They can continue to enrich uranium that will meet their needs for their future nuclear arsenal size if they were not give up their reactor.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역시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결국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지만, 플루토늄은 이미 다른 곳에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협상의) 지렛대를 쥐고 있는 셈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Because it is an easy and logical part, because when you dismantle Yongbyun, you practically stop the production of new plutonium, but you still have the stock of the plutonium somewhere, so they still have leverage here and the Yongbyun doesn’t solve the problem of highly enriched uranium at all because most likely there are some other places.”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로는 다른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고,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과 핵무기 규모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