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인도에 1천억 달러 투자 의향...로하니 "미-이란 긴장 최고조"

인도를 순방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2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향후 2년 안에 인도에 1천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할 전망입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상황이 지난 수십 년 양국 관계 중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중국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잇는 대규모 경제특구를 만드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인도에 대규모 투자 의향을 비쳤군요.

기자) 네,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7일,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는데요. 19일 밤 두 번째 방문국인 인도에 도착했습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20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인도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진행자)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빈살만 왕세자는 향후 2년 안에 인도에 1천억 달러 이상의 투자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우디와 인도가 경제 분야에서 협력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런 투자를 통해 양국이 더욱 돈독하고 유용한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인도 정부가 빈살만 왕세자를 매우 성대히 영접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빈살만 왕세자를 뉴델리 공항까지 나가 영접하고, 의장대 사열을 거행하는 등 성대한 환영식을 거행했습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궁지에 몰렸는데요.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공식 외교 행보에 나선 겁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파키스탄에 이어 인도에서도 극진한 환대를 받는 것으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진행자) 빈살만 왕세자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테러리즘에 관한 공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테러리즘은 공통의 우려 사안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테러리즘을 격퇴하기 위해 인도와 관련 정보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에 대해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모디 총리는 "이러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한 압박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는 줄곧 이웃국 파키스탄을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라고 비판해왔는데요. 모디 총리는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파키스탄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금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은 1947년 인도에서 파키스탄이 분리돼 나가면서 줄곧 앙숙이었습니다. 특히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양국 간 갈등으로 종종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으로까지 가곤 했는데요. 지난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경찰관을 태운 버스를 향한 자폭공격이 발생해 인도 경찰 40여 명이 사망했고요. 지난 18일에는 인도군과 카슈미르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반군 간 교전으로 인도군 7명 이상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인도는 이런 일련의 사건 배후에 파키스탄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파키스탄은 이런 의혹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빈살만 왕세자가 인도에 앞서 파키스탄을 방문했는데, 파키스탄에도 투자를 약속했습니까?

기자) 네, 빈살만 왕세자가 이번에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두툼한 투자 보따리를 들고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있었습니다. 카쇼기 씨 살해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소원해진 입지를 아시아로 눈을 돌리기 위한 속내라는 분석인데요. 빈살만 왕세자는 파키스탄을 방문한 동안, 파키스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약 200억 달러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군요.

기자) 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9일, 20여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이 윤리, 안보 관계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기자) 핵기술 개발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미국은 의회 승인 없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도 있는 핵기술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이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윤리, 안보 관계자들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일라이자 커밍스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위원장은 19일 백악관, 중앙정보국, 국방부, 재무부 등에 서한을 보내 관련 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네요.

기자) 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관계가 양국의 지난 수십 년 관계 중 최고의 긴장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20일 이란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미국이 모든 힘을 우리에 맞서는 데 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이란 관계는 지난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 혁명이 큰 분기점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이란은 이란 이슬람 혁명 전까지만 해도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었는데요.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축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같은 해 11월, 이란 대학생들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고 미국인 50여 명이 444일 동안 인질로 억류되는 사건을 계기로 두 나라는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이 미국의 대중동 정책도 비판하고 나섰네요?

기자) 네, 지난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미국과 폴란드 공동 주관으로 '중동 평화·안보를 위한 장관급 국제회의'가 열렸는데요. 미국은 회의에서 이란 정권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국제사회가 이란에 맞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이 국제회의가 서커스라고 폄하하면서 불참을 선언했고요. 러시아, 터키, 중국 등도 대표를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회의에 장관 대신 다른 관리들을 보냈는데요. 로하니 대통령은 바르샤바 회의는 미국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정부의 또 하나, 실패한 대중동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란 의회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의회의 중도 개혁파들이 지금 로하니 대통령을 탄핵하는 결의안을 추진 중인데요. 강경 보수파 중에서도 일부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이란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이 의회에 상정하려면 총의원 290명의 3분의 1 이상, 즉 97명 이상 서명해야 하는데요. 모즈타바 졸누리 의원이 지난 17일부터 대통령 탄핵 결의안을 발의하고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 6개국과 지난 2015년, 핵 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미국이 탈퇴하면서 제재가 복원됐고, 물가가 급상승하고 실업률이 다시 오르는 등 결과적으로 이란의 민생고가 더 심각해졌다는 비판입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총의원의 3분의 2, 194명 이상 찬성해야 하고, 또 가결되더라도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승인해야 합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일 기준, 탄핵안에 서명한 의원은 18명에 그치는데요. 졸누리 의원은 지지를 표명한 의원들이 80명에 달하지만 실제로 대부분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 재선에 성공할 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3년 대통령에 취임했고요. 2017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지지하면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로하니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될 전망은 적지만 이런 움직임은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로하니 정부에 대한 평가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의 야경.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새 경제특구를 만드는군요?

기자) 네. 오는 2035년까지 중국 남부 해안지역을 크게 연결하는 단일경제권이 탄생할 전망입니다. 국무원이 ‘웨강아오 따완취’ 구성 계획을 18일 공식 발표했는데요. 웨강아오는 광둥성과 홍콩·마카오를 통틀어 부르는 지명이고요. 따완취(대만구)는 ‘큰 만에 접한 구역’이란 뜻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중국 남쪽 해안 대도시들을 하나로 묶어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첨단 기술도시 선전과 국제 금융 중심인 홍콩,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를 결합해 세계적인 경제권으로 키우는" 계획이라고 신화통신이 설명했는데요. 다시 말해, 미국의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일본 도쿄 같은 해안가 일류 대도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구상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도한 국가전략”이라고 신화통신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이 지역이 뉴욕처럼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높이 본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따완취’에 속하는 지역의 경제력이 상당한데요.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따져보면, 2016년 기준으로 홍콩이 3천200억 달러에 달하고요. 광둥성 주도인 광저우는 2천800억 달러 이상입니다. 이 밖에 선전 2천800억 달러, 포산 1천200억 달러, 마카오는 약 450억 달러입니다.

진행자) 이게 어느 정도 되는 숫자인가요?

기자) 북한 전체 경제력의 50배 가까이 됩니다. ‘따완취’ 전체 GDP를 합치면 약 1조5천억 달러에 이르는데요. 북한 GDP가 300억 달러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 북한 사회과학원 통계인데요. 비슷한 시점에 마카오 한 곳만 놓고 봐도 450억 달러니까, 북한 전체보다 훨씬 많은 겁니다.

진행자) 지금도 경제력이 높은데, 앞으로 더 잘 될 거라고 판단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따완취 거주 인구가 남북한 전체와 맞먹는 7천만 명에 이르러서요. 여기에 유망기업들을 유치해 소비와 생산을 촉진하면, 앞으로 더 발전할 역량이 풍부하다고 중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따완취 일대를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겁니까?

기자) 차세대 기술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불러모을 계획입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로봇, 신소재, 생명공학 등을 중심 업종으로 국무원 시행 요강에 명시했는데요. 미국 실리콘 밸리에 필적할 첨단산업 지구로 만드는 게 ‘따완취’ 구상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서방 매체들은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과연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의) 구상처럼 될지는 미지수”라고 적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요. 먼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 기초체력에 의문이 붙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요구가 강해질수록 연구 저변이 허약한 중국 기술 기업들의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진행자)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광둥성에서는 반기는 여론이 많습니다. 지역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를 중국어권 매체들이 전했는데요. 홍콩이나 마카오에서는 정반대의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건데요. '한 나라, 두 체제'를 말하는 '일국양제'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항의 성명을 홍콩 민주파 진영에서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홍콩에서는 정치 문제로 받아들이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표면상으로는 경제특구 계획이지만, 독립을 시도하는 홍콩과, 별도 체제로 운영하는 마카오까지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묶어두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고 서방 매체들이 해설하는데요. 또한 최근 부진에 빠진 대외경제협력사업 ‘일대일로’를 살리려는 목적도 파악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전진기지를 해안에 구축해서,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전파하려는 복안을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