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2차 정상회담서 구체적 비핵화 합의 가능성 낮아…부분적 비핵화에 그칠 수도”

25일 베트남 하노이에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있다. 회담은 27, 28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다.

미 하버드대학교 소속 전직 고위 관리들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구체적 비핵화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며, 부분적 비핵화 합의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도출해야 할 최소한의 결과로서 “상세한 협상 윤곽과 합의된 비핵화 정의”를 꼽았습니다.

셔먼 전 차관은 25일,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에 소속된 전직 관리 등 동료 전문가들과 함께 내놓은 ‘2차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전망’에서 “구체적 단계는 그 다음이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어 향후 북한과 미국이 주고 받을 수 있는 현실적 상응 조치들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이 모든 영변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는 데 동의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상세한 신고를 약속하며, 미군 유해 송환을 보장하고 계속되는 협상에 관여한다면 미국이 동의할 조치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 경우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력해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와 경제발전 증진을 위한 소규모 유예 조치를 한국에 허용하고, 종전선언 절차를 규정하는 데 동의할지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탐 도닐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차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도닐론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핵화 길에 관한 세부 논의에 가장 준비가 부족한 인물”로 평가하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대일 만남을 순조롭게 마음껏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7월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중과 의회,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여전히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됐는지 완전한 이해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와 경험이 심각히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정상 간 일대일 개인적 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은 미 국가안보에 실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어떤 국가안보 전문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과 일대일로 만날 것을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번 2차 정상회담이 구체적 진전을 이룰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풍계리 핵 실험장에 대한 미 전문가 방문과 같은 상징적 조치를 넘어선 상당한 구체적 결과를 양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또 이번 정상회담은 올해 말 열릴 수 있는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맞춘 “큰 거래” 협상 약속에 불과한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유로는 미-북 간 이견이 크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제재 해제를 대가로 영변 핵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김정은의 제안을 수용하길 바라고 있지만, 미국은 큰 경제적 보상을 주지 않고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 조치를 얻으려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 핵 6자회담 협상에 참여했던 윌리엄 토비 전 국가핵안보국 부국장은 미-북 양측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알려진 (핵) 시설에 대한 부분적 제거 합의”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에 관한 포괄적 로드맵 합의가 이상적인 결과지만, 여기에 훨씬 못 미치는 “북 핵 무기와 핵 물질 생산 역량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부분적 비핵화는 비핵화가 아니라며, 이번 회담이 종전선언으로 이어진다면 북한에 경제, 정치적 이득을 줘 미국보다 북한의 이익을 더 진전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미-북 협상에 보다 긍정적인 견해를 내놨습니다.

북한에 일부 핵무기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고 있고, 미 본토에 대한 위협 제거가 우선이라는 주장입니다.

존 박 선임연구원은 2017년 ‘화염과 분노’ 전쟁 위협과 비교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최근 서한 교환은 싱가포르 회담 후속 협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먼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고 그 뒤에 비핵화하는 방안은 일련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대북제재 완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미-북 정상은 각각 성공에 관한 주관적 정의를 고안하는 데 능숙함을 입증해왔다며 이는 “하노이 회담과 그 이후 정상회담에서도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적 발전을 포용하고 최소한의 핵 억지력을 보유하는 한편,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은 주요 당사자들 사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실험 중단을 통해 계속 미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일부 핵 억지력을 보유하는 방안을 용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입니다.

앨리슨 교수는 미 국가이익의 우선 순위는 먼저 미 본토에서 핵 실험이 없는 것,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역량을 갖지 않는 것, 그리고 또 한 번의 전쟁이 없는 것이라며 “이런 모든 사안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 핵, 미사일 실험 중단을 강조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버릴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미국은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