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모 “아들 죽음은 김정은 책임”

지난 2016년 1월 미국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에서 열린 오토 웜비어 군의 장례식에 아버지 프레드 씨와 어머니 신디 씨 등 웜비어 군 가족이 참석했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죽음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책임이라고 웜비어 씨 부모가 말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웜비어 사건을 알지 못했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믿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지난 2017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부모는 아들의 죽음이 김정은 정권의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웜비어 씨 부모는 1일 성명을 통해, “정상회담 과정 중에 우리는 존중해 왔다”며 “이제는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과 그의 사악한 정권이 우리 아들 오토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그의 사악한 정권은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과 비인간성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어떠한 변명이나 과장된 칭찬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그의 말을 믿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슨 부국장] “In a totalitarian state like North Korea, Chairman Kim would be informed of all aspects of the Warmbier case.”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같은 전제주의 국가에서 김 위원장은 웜비어 사건의 모든 측면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우정을 구축하기 위해 웜비어 씨와 그 가족을 희생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위해 변명을 하는 대신에 웜비어 사건의 진실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을 위해 인권을 무시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로서 미국이 대표하는 것에 인권이 포함돼야 한다는 초당적인 외교정책 목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북한 같은 나라에서는 최고 지도자 모르게 웜비어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특사] “Particularly when you dealing American citizen who is being held in an effort to provide some leverage..."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 문제를 그렇게 다룬 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웜비어 사건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책임을 면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국민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북한 같은 나라들을 다룰 때 인권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담 부차관보는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가 북한에서 발생하는 반인도 범죄는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 It is not just the person who commits the crime that is guilty but it is those that either order it…”

범죄를 직접 자행한 사람 뿐 아니라 지시하고 감독한 사람, 알면서도 예방하지 않은 사람 모두 죄가 있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말을 믿는다는 사실은 인권에 대한 우려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와 개인적인 관심사를 인권 범죄에 대한 우려 보다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가끔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씨가 북한에 억류됐을 때 3번이나 웜비어 가족에게 전화를 했고, 웜비어 씨를 집으로 데려오기를 열망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웜비어 씨의 비극을 거론한 것을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전달했다며, 그 같은 환경에서 김 위원장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면, 우리는 곧바로 ‘화염과 분노’로 되돌아 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웜비어 씨는 2016년 1월 평양 방문 도중 호텔에서 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국가전복음모죄로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억류 17개월 만인 2017년 6월에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웜비어 씨는 집으로 돌아온 지 며칠 만에 숨졌습니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북한 정권에 대해 웜비어 가족에게 5억113만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