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어제(12일) 공개한 보고서는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반 행위가 제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의 제재 위반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선박 간 환적을 통한 석탄 수출과 정제유 수입이 대표적인 위반 사례로 꼽힙니다. 석탄은 제재 이전까지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고, 정제유는 군 장비 운용과 산업활동에 절대 필요한 전략물자입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전문가 패널의 휴 그리피스 씨는, “지난 15년 간 해상 밀무역을 추적하는 일을 해왔지만, 북한처럼 정교한 방법을 동원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위원회가 주요 위반 사례로 지적한 행위가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중동 지역 국가들에 대한 재래식 무기 판매와 사치품 밀수, 현금을 노린 전 세계 은행 해킹 등입니다. 특히 국제금융체제상의 제재가 가장 집행이 허술하고, 북한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라고 위원회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밖에 영변에서의 핵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위원회의 지적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위반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행자) 그렇다면, 유엔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위반 행위가 갈수록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위원회는 북한이 “해상에서의 잦은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해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석탄 수출과 원유 수입 제한으로 북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가 전반적인 제재의 효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가요?
기자) 이에 대한 제재위원회의 판단은 분명치 않습니다. 위반 사례를 지적하고 있을 뿐, 위반 행위가 제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가령, 선박 간 불법 환적을 적발하더라도 거래 규모는 파악이 불가능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요?
기자)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제재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핵화 상응 조치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증거라는 겁니다. 제재의 효과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납니다. 한국 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한해 전보다 87%, 수입은 33%가 줄었습니다. 중국이 북한 전체 수출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제재가 북한의 대외교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기자) 미국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국경 지역에서 이뤄지는 밀무역을 좀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드러나지 않게 제공하는 대북 지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외교역이 크게 준 상황에서도 북한의 장마당이 여전히 활발한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대북 제재는 미-북 비핵화 협상의 핵심 쟁점인데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만 해도 미국은 제재 완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특히 폼페오 장관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밝혀, 그런 관측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고, 이런 입장은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추가 제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비핵화 협상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북 추가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대북 제재를 추가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