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5G 화웨이 배제 않기로...인도 "저궤도위성 격추 시험 성공"

유럽연합(EU) 깃발에 위에 그려진 화웨이 로고. 일러스트레이션.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 화웨이사의 5G 장비 사용을 배제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도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저궤도위성 격추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고요. 중국 당국이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를 비리 혐의로 기소하는 소식,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군요.

기자) 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6일, 중국 화웨이사의 차세대 이동통신(5G) 시스템을 둘러싼 안보 논란과 관련해 자체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회원국들에 화웨이사의 5G 사업 참여를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은 화웨이사의 5G 시스템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장비 사용을 배제해달라고 동맹국들에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사가 네트워크에 이른바 '백도어(Backdoor)'를 설치해 불법으로 전산망에 침투해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겨주는 간첩 행위를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검찰은 현재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 재무책임자(CFO)와 자회사 두 곳을 10여 개 혐의로 기소한 상태고요.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 사용 배제에 협조할 것을 요청해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EU가 이날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화웨이 시스템의 위험성을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주요 매체들은 "EU가 미국의 권고를 무시했다, 화웨이의 승리"라는 제목을 뽑아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EU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보안 평가를 하게 한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6월 말까지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관한 보안 위험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고요. 회원국 간의 정보 공유를 거쳐, 유럽 사이버안보기구(ENISA)에 10월 1일까지 안보위험 평가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2월 말까지는 EU 차원의 일괄적 조치에 대해 합의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EU의 결정이 나오면 회원국들은 모두 따라야 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강제적인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EU 회원국들은 EU의 판단을 정책의 근거로 삼는 편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지침에서, 각 회원국은 특정 5G 장비나 서비스,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회원국 각국이 보안 요건을 개선하고, 공급자와 사업자에 관한 의무를 강화하는 등 네트워크 보안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지침에는 안보 위협 평가 대상 제품으로 화웨이를 따로 특정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다양한 장비 제조업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권고가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화웨이는 EU의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EU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화웨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5G 보안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EU의 접근 방식을 환영한다"며 "유럽 규제 당국이 갖고 있는 사이버 보안 우려에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는데요. 그동안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 배제를 적극 홍보해온 미국에는 타격이 된다는 분석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EU의 이번 조치는 화웨이를 보이콧하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에 로비를 벌여온 미국의 노력을 후퇴시킨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화웨이사 장비를 공유하면 동맹국들과 정보 공유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리처드 그리넬 독일주재 미국대사가 이달 초, 독일 경제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독일의 5G 사업에 화웨이와 중싱통신(ZTE) 등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미국과 독일이 예전 같은 협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안전한 통신장비는 국방과 정보 협력의 필수라면서, 중국 통신장비는 이런 협력의 기밀성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미국 정부가 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EU의 이번 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ㅑ

27일 인도 수도 뭄바이의 가전제품 상점의 TV화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국민 연설하는 모습이 보인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인도가 저궤도위성 격추 미사일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인도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저궤도위성을 격추할 수 있는 수준의 대위성 미사일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7일 TV 연설을 통해 "최근 인도 과학자들이 미사일 시험에서 운행하는 저궤도 위성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인도가 세계에서 네 번째라고 했는데, 또 어떤 나라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중국, 러시아입니다. 모디 총리는 이제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이 같은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며 이로써 인도는 우주 과학 분야에서 '슈퍼리그'에 포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인도가 최근 몇 년 새, 우주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라고요.

기자) 네, 인도는 지난 2008년 달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자체 제작한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을 화성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는데요. 오는 2022년 이전에 첫 유인우주선 발사를 목표로, 관련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저궤도위성 격추 미사일 시험은 어디서 진행됐습니까?

기자) 네, 오디샤 공군기지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이 진행됐다고 모디 총리가 밝혔습니다. 격추된 위성은 지상에서 약 300km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모디 총리는 인도의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오전 TV 담화를 갖기 전, 트위터에 매우 중대한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이례적인 예고를 했고요. 인도의 주요 방송사들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대한 발표가 예상된다며 정규 방송을 끊고 모디 총리의 담화를 생중계했습니다.

진행자) 인도는 그간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과 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이번 시험은 다만 평화적인 것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인도는 사거리 700km의 미사일 '아그니 1'부터 사거리 3천500km에서 4천km 수준인 '아그니 4'까지 보유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사거리 5천km에 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아그니 5'의 실전 배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얼마 전에는 파키스탄과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인도 공군이 48년 만에 카슈미르 통제선(LOC)을 넘어가 파키스탄 바리코트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인도 경찰 40여 명이 사망한 자살 폭탄 테러의 배후가 파키스탄 테러 단체라는 명목에서였는데요. 이에 파키스탄도 바로 다음 날 인도 공군기 2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두 명을 생포하는 등 양측 간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인도의 이번 저궤도위성 발사 시험과 관련해 모디 총리가 안보를 선거 운동에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인도 총선이 언제입니까?

기자) 다음 달 11일부터 19일까지 인도 전역에서 실시되는데요. 모디 총리는 재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모디 총리의 지지율은 올 초 주춤했는데요. 파키스탄과의 군사충돌 이후 크게 올랐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모디 총리 정부가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안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 당국이 전직 ‘인터폴’ 총재를 기소한다고요?

진행자) 네. 지난해까지 ‘인터폴(Interpol)’을 이끈 멍훙웨이 전 총재를, 중국 공산당이 기소 대상에 올렸습니다. 당 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상임위원회를 열어, 멍 전 총재를 제명시키고, 공직 제적을 결정했다고 27일 관영 인민일보가 전했는데요. “불법 소득 몰수와 함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이송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불법 소득’이라면, 비리를 저질렀단 이야기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혐의가 크게 두 갈래인데요. 그 중에 큰 게, 멍 전 총재 본인과 부인을 포함한 가족 비리입니다. 기율위는 멍 전 총재가 과거 중국에서 공직에 있을 당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공표했고요. 정부 공금을 유용해, 부인과 함께 사치 행각을 벌였다고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혐의는 뭔가요?

기자) 직권 남용입니다. “특권 의식에 따라 권한을 남용”했고, “당 중앙의 결정을 거슬렀다”고 기율위가 지적했는데요. 멍 전 총재를 둘러싼 논란이 국제사회에서 불거진 지 6개월여 만에,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혐의를 밝힌 겁니다.

진행자) 멍 전 총재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뭐죠?

기자) ‘인터폴’을 지휘하던 인물이 갑자기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멍 전 총재는 현직에 있던 지난해 9월 말,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을 떠나 중국으로 출장 갔다가 행방불명 됐는데요. 멍 전 총재 부인은, 남편이 위험에 처했다는 마지막 연락을 받았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지난주에도, 시진핑 주석의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남편의 소재을 밝혀달라는 서한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진행자) 행방이 어떻게 파악됐나요?

기자) 실종 일주일이 지난 작년 10월 초, 중국 사정 당국에 붙잡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율위 지시에 따라, 중국 공안이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중국 측의 이 같은 발표 직후, 인터폴은 멍 총재가 사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인터폴’이 어떤 조직인가요?

기자)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가 공식 명칭인데요. 한 나라의 힘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범죄를 맡는 국제기구입니다. 나라와 나라를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기 위해 지난 1923년 설립했는데요. 각국 경찰기관 사이의 협력으로 운영되는 ‘국제경찰’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국제적인 경찰 기구를 중국인이 이끌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멍 전 총재는 중국 공안부 부부장을 지냈는데요. 중국인 최초로 인터폴 수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재임 기간 활동이,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017년, “정치범 탄압으로 유명한 중국 공안부 부부장이 인터폴 총재가 돼서, 조직의 신뢰성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멍 전 총재가 어떤 식으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받았다는 건가요?

기자) 멍 전 총재 재임 중, 인터폴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 소수민족 활동가를 ‘적색수배’명단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 로이터통신 등이 지적했습니다. 적색수배란, 인터폴 회원국들이, 국외 도주 용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인데요. 자기 나라에 적색수배자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면 해당 국가에 통보하고, 송환할 수 있도록 협조하게 됩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멍 전 총재를 고리로, 인터폴을 국내 문제에 활용했다는 주장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는 정황이 최근 몇 년 새 여러 경로로 드러났는데요. 이들을 적색수배에 올리는 것은, 정치· 군사· 종교· 인종 사건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한 인터폴 헌장 3조(article 3)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인터폴 회원국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 194개 나라가 가입했습니다. 193개 회원국을 가진 유엔보다 큰데요. 유엔 회원국 중에는 북한을 비롯한 극히 일부만 인터폴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멍훙웨이 총재가 물러난 뒤, 인터폴은 누가 이끌고 있나요?

기자) 한국인이 자리를 넘겨 받았습니다. 멍훙웨이 체제에서 선임 부총재를 지낸, 김종양 총재인데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총회에서 새로운 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러시아 내무 관료 출신 알렉산드르 프로코프추크 부총재와 표결에서 이겼습니다.

진행자) 한국인 후보가 러시아인 후보를 이긴 배경은 뭘까요?

기자) 미국이 김 총재 당선을 적극 도왔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직접 지지 회견을 했고요. 미 의회와 전· 현직 수사기관장들은, 프로코프추크 부총재가 당선되면, 러시아가 인터폴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