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러시아 향한 북한...'미-북 3차 정상회담' 손짓하는 미국

  • 최원기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3차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북 교착 국면이 한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북한에게 3차 정상회담과 관련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북 교착 국면이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에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달 19일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김창선 부장은 4박5일간 모스크바에 머무르면서 크렘린궁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1일 평양을 방문한 콜로콜체프 내무장관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부일 인민보안상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러시아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초청장을 보냈음을 시인했습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3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초청장이 전달됐으며 현재 회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미국을 압박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왔다갔다 했는데, 러시아는 못 갔거든요, 그래서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방 3각관계, 중국, 러시아, 북한을 만들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고 또 기름 등 제재를 풀려는 것 아닌가.”

이처럼 북한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등 여러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 수뇌부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 한 달간 나온 북한의 언급과 움직임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핵, 미사일 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며 자신들의 불편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최선희 부상입니다.

[녹취: 최선희]”명백히 하건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선희 부상의 이런 발언은 과거 북한의 협상 행태와는 다른 겁니다.

과거 북한은 회담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회담 실패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며 격렬하게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을 자제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대회의 판은 깨지 않으면서도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한국 국가전략연구원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미국이 제재를 고집하면 비핵화 협상의 중단, 핵, 미사일 시험 중지를 재개할 수도 있다, 그런 발표를 김정은이 결심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아직 최선희가 발표한지 2주가 지났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는데, 결국 북한은 대화의 판은 깨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그런 상황인데…”

북한 수뇌부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을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평소 김 위원장은 2-3일에 한번 꼴로 공개활동이나 현지지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은 3월10일 최고인민회의 선거와 3월25일 중대정치지도원 대회 그리고 4월 3일 삼지연 현지지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만한 공개활동이 없었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정치국 회의가 비공개로 열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정치국 상무회의가 열렸을 것이고,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빈번하게 고위 관계자 회의가 열렸을 겁니다.”

북한 수뇌부가 이렇게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내부의 여론 흐름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전후로 회담 성공을 기정 사실화 하는 듯한 방송을 연일 계속했습니다. 3월5일 김정은 위원장의 귀국 소식을 전하는 조선중앙방송의 한 대목입니다.

[녹취: 중방]”제2차 조미 수뇌회담과 웯남 사회주의 공화국을 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돌아오시는..”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은 결렬되고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회담 실패를 시인할 경우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 얼굴에 먹칠을 하는 셈이라고 문성묵 통일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북한 정권과 체제에서 최고존엄은 김정은은 무오류인데, 이번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실수했다, 이런 것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거에요.”

주목할 점은 미-북 교착 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서로 유화 제스처를 주고 받았다는 겁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1일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선박 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미 재무부의 제재 발표가 나온 지 6시간 후인 22일 오전 9시 15분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한 측 인원을 전원 철수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의외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22일 인터넷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며 대북 제재를 철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로맨스’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I assume that Trump’s thinking is that he wants to indicate to Kim Jong Un that he still wants to preserve their romance. So for now, as a personal favor.”

그러자 평양에 있는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신호에 긍정적으로 화답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5일 북측 관리들을 연락사무소에 복귀시켰습니다. 이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아직 희망의 끈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강인덕 전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트럼프에 대한 희망의 끈은 아직 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한마디 하면 즉각즉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번 개성 연락사무소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아닐까.”

이렇듯 미국과 북한의 수뇌부가 유화적인 신호를 주고받는 가운데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중재에 나섰습니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오는 11일 워싱턴에서 미-한 정상회담을 갖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대화를 반드시 복원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원칙과 대화를 지속해 북미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만난 결과입니다. 한미 양국의 노력에 북한도 호응해 오기를 기대합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미-한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성묵 통일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문대통령의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 조율을 해서 그 카드로 김정은을 불러내서 작년 5월26일과 같은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해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려는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고, 김정은도 내심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싱턴의 대북 분위기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철회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미-북 3차 정상회담을 거론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달 29일 펜실베이니아 지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를 “가능한 한 신속히 해결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며 미-북 정상이 “몇 달 안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폼페오 국무장관은 5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3차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