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셉 윤 전 특별대표] "북한 핵동결·신고·비핵화 로드맵 없이 미 제재완화 안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중대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제재 완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조치에는 핵 프로그램 동결과 신고, 비핵화 로드맵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이 '전부 아니면 전무'와 같은 협상 방식을 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윤 전 대표를 만났습니다.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빅딜' 압박에서부터 재무부의 제재 발표와 대통령의 제재 철회 명령 등 여러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 기류를 어떻게 해석하고 계십니까?

윤 전 대표) 행정부 내에 대북 관여는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는 분명한 시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하노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에 국한된 조치는 완전한 비핵화 공약에 대한 의지로 보기엔 충분하지 않으며, 어떤 종류의 제재 완화를 위해서도 불충분하다는 게 트럼프 정부 내 일치된 견해이라고 봅니다. 영변에 관한 조치는 과거 제네바 합의, 6자 회담 등에서도 시도됐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게 미국의 판단입니다.

기자) 미국이 '빅딜'이 아닌 다른 방식의 대북 협상에도 열려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윤 전 대표) 미국이 원했던 것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중대한 조치'였습니다. 중대한 조치란 북한의 핵물질과 무기 생산에 대한 검증 가능한 동결, 핵무기· 핵물질· 관련 시설에 대한 신고 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로드맵'도 원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하노이에서 이런 종류의 어떤 것도 올려놓지 않았던 게 분명합니다. 저는 'all or nothing', 즉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의 접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입장은 '우리는 문을 계속 열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제안을 얻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주 미-한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한국 정부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제재 완화'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트럼프 정부가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윤 전 대표) '포괄적 합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요소들을 포함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신고, 검증 가능한 동결, 로드맵 등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미국 측에서 수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문서로 된 합의나 매우 좁은 의미의 것이라면 미국 측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진전을 위해 일부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윤 전 대표) 제 생각엔 미국 정부가 제재 완화와 같은 조치를 일방적으로 제공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 정부가 어떤 것에 앞서 그것을 먼저 고려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훨씬 더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모든 카드를 다 가지고 있는 한편 김 위원장에겐 경제 제재 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북한 주민들이게 경제적 안정과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죠.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 쪽으로 공을 넘긴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번주 미-한 정상회담에서 유엔 대북 결의 이행 등에 무게가 더 실린 성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윤 전 대표) 미국 측에 가장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과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고, 이것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입니다. 북한으로선 미국이 자신들의 안보 우려에 진지하고, 이를 위해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런 조치들이 취해지리라는 것을 분명히 하길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조치들을 모색할 겁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이 이런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재 해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윤 전 대표) 저는 모든 사람이 의심하고 있으며,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래 조건에 달렸겠죠. 하지만 아직 어떤 합의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김 위원장 역시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마치 '거래 조건이 괜찮으면 집을 팔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을 내주고 노숙자가 될 용의가 없다'와 같습니다. 저는 김 위원장도 자신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여부를 아직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단정할 수 없을 겁니다. 외교는 '단정' 하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기자) 폼페오 국무장관은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고 있는 데요, "몇 달 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윤 전 대표) 3차 정상회담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측 모두 좀 더 잘 준비해야 할 겁니다. 또 양측 간 어느 정도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겁니다. 그래서 두 정상이 만나서 실제로 서명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텐데요, 지금까지 그런 준비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3차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 비핵화 협상에서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보십니까?

윤 전 대표) 톱다운 방식이 초기에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선, 실무 수준의 대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상 간에는 대화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으므로, 실무 협상에서 더 많은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실무 수준에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면, 그 이후 정상 간 만남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 정부 기류와 향후 대북 협상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형주 기자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