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 실은 선박 말레이시아 향해 운항 중…17일 도착 할 듯

북한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D 선박이 현지시간으로 15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남단 지점을 운항하고 있다.

불법 환적 의혹을 받아 인도네시아 항구에 발이 묶였던 북한산 석탄이 제3국 선박에 실려 말레이시아를 향해 항해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압류됐어야 할 북한 석탄이 1년 만에 하역돼 이동하기 시작한 건데, 최종 목적지 항구를 갑자기 변경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선박에서 하역된 석탄이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항을 떠난 건 현지 시간 13일 오후였습니다.

VOA가 선박 추적시스템과 현지 소식통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D선박은 15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각 보르네오섬 남단 지점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이 선박은 중간 급유 등을 거쳐 이르면 17일 목적지인 말레이시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4월부터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달 27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인근으로 옮겨져 싣고 있던 석탄 2만6천500t을 바지선으로 하역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11일을 전후해 모든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석탄은 베트남의 D사가 선주로 있는 파나마 깃발의 D모 선박으로 옮겨져 출항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이 선박의 출항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VOA가 확보한 이번 북한산 석탄 거래에 대한 ‘선하증권(Bill of Lading)’에는 북한산 석탄 2만6천500t이 인도네시아 텔루크 발릭파판 항구에서 실려 말레이시아 파항 주의 쿠안탄 항으로 옮겨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는 D 선박이 입항을 예고한 항구가 쿠안탄 항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케마만 항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선박 업계 관계자는 15일 VOA에 “문제가 된 석탄을 싣고 이동을 하는 만큼 혼선을 주기 위해 목적지를 급하게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D사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정부 그리고 D 선박의 중간 급유지로 예상되는 싱가포르 정부에 문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최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보고서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에서 억류됐다며, 이 선박에 실려 있던 299만 달러어치의 북한산 석탄이 환적될 예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거래는 북한 국적자 정성호가 주도했는데, 선박이 억류될 당시 정성호는 인도네시아 브로커에게 이미 석탄 환적 비용으로 76만 달러를 선지급한 상태였습니다.

석탄의 최종 목적지이자 수령인은 한국의 E모 회사인 점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부분입니다.

특히 이 한국 회사 관계자가 인도네시아의 브로커에게 “해당 석탄을 구매하고, 비용을 지불했다”고 말한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는데, 비용이 실제로 지불됐다면 한국의 남북교류협력법과 외환관리법 등에 대한 위반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E사 관계자는 이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인도네시아의 브로커로부터 인도네시아산 석탄에 대한 거래 제안을 받은 뒤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이후 석탄 납품일이 지켜지지 않아 거래를 취소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브로커에게 석탄 구매 비용을 지불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구매 계약을 체결한 석탄의 운송이 지연돼 ‘돈을 냈는데 왜 보내지 않느냐’고 말한 것일 뿐 실제 석탄 값을 지불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북한산 석탄에 대한 말레이시아 수출은 인도네시아 법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약 1년 가까이 이 선박을 억류하고, 석탄 하역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지방법원이 인도네시아 브로커에게 북한산 석탄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선미 부분 사진. 석탄 하역 전인 지난달 27일 배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있지만(왼쪽) 하역을 마친 후인 지난 11일에는 배가 떠올라 아랫부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유엔 제재 위반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석탄의 판매대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전달될 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앞서 전문가패널은 보고서를 통해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2만6천500t의 석탄이 압류돼야 하며, 브로커들도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린) 석탄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