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북 협상 재개, 북한의 폼페오 교체 주장으로 더욱 어려워져

  • 윤국한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회담을 가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을 비핵화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뜻을 밝히고 나서 주목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간 대화 재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비핵화 협상 상대인 폼페오 장관을 비난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아예 교체를 주장한 건 처음이지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이 오늘(18일) 이런 주장을 폈습니다. 권 국장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하노이 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폼페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한다”며, “폼페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폼페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 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대화 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앞으로 폼페오 장관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언급은 없습니다. 강한 거부감을 밝히면서 다른 인물이 “대화 상대로 나서기 바란다”고 한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이 나서는 고위급 회담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큽니다. 폼페오 장관이 지난해 10월 4차 평양 방문 이후 북한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았던 건, 북한의 이런 거부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미국 측 협상 책임자 교체를 주장하고 나선 건가요?

기자) 최근 북한이 대미 협상라인을 개편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파격적으로 승진했는데요, 앞으로 최 부상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대신 대미 협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지난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로 지칭한 것도 북한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망발’로 “저질적인 인간됨을 드러냈다”는 겁니다.

진행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협상 상대 교체를 주장하는 건 외교적 결례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권국가의 내정에 대한 간섭에 해당하는데요, 임명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무성의 김계관과 최선희 부상이 잇따라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됐던 미-북 정상회담 취소라는 강수로 대응했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은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도 북한이 역풍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지난해 양측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던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릅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면서, 협상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3차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이 “하자고 하면 한번 더 할 용의”가 있다며 올해 말이라는 시한까지 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주장이, 하노이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네요?

기자) 네.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주 시정연설은 한 마디로, 미국과의 협상에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 등 오랜 우방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로 관심을 돌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주 열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런 움직임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비핵화 협상 상대인 폼페오 장관에 대해 북한의 비난은 꽤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지요?

기자) 맞습니다. 가장 최근의 공격은 하노이 회담 직후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에서 나왔습니다. 최 부상은 “폼페오와 볼튼이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정상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다”며 회담 결렬의 책임을 돌렸습니다.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됐던 지난해 말에는 폼페오 장관이 “북-미 관계를 불과 불이 오가던 지난해의 원점 상태로 되돌려 세워보려고 기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그 전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관영매체의 논평 등을 통해 폼페오 장관에 대해 ‘낯가죽이 두터워도 여간 두텁지 않다”는 등 인신공격성 비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