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반도 관련국 정상들이 잇따라 양자 회담을 합니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는 중국 베이징입니다.
'일대일로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 곳에서 푸틴 대통령은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납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되는 것을 경계해 왔습니다.
또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단계적 접근'과 함께 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북한에 힘을 실어 줬습니다.
그런 만큼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만나 김 위원장의 입장을 공유하고,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납니다.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 이후 처음 만나는 두 정상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못 박았습니다.
앞서 두 나라는 지난 19일 외교·국방 장관 회의(2+2)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녹취:폼페오 장관] "At the top of the list is our shared diplomatic efforts to achieve the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In cooperation with international community and in accordance with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미국과 일본은 또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했는데,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북측에 납북자 문제를 제기해온 아베 총리는 최근엔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아베 총리] "납치 문제는 일본과 북한이 직접 마주 앉아 확실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이 북한과 관련한 강경한 표현을 삭제한 '외교청서'를 최근 공개하면서, 북-일 관계의 변화 여부도 주목됩니다.
북-러 정상회담 직후 열리는 미-일, 중-러 정상회담은 북한이 향후 대외 행보를 정하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이후 누구와 만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일찌감치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을 만난 뒤 "북한의 입장을 조속히 알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북한은 아직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 측의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더욱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재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가 전혀 감지되지 않은 데다, 북한이 남북 회담보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겁니다.
일부 언론은 그동안 미뤄졌던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이 5~6월경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시 주석이 북한에 줄 '선물'이 마땅치 않은 데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점과 맞물려 있어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정부는 5~6월경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5∼28일 일본 국빈방문 일정을 확정한 가운데, 6월 말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간을 전후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의지를 확인한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촉진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구상입니다.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잇따른 정상외교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멈춘 '비핵화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