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혐의 인물 모두 석방…영구미제로 남게 된 사건

북한 김정남 살해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재판을 받다가 풀려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 씨가 3일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베트남 여성이 석방되면서, 수감됐던 용의자들은 모두 자유인이 됐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지난 2017년 2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되자, 처음부터 의심의 화살은 북한을 향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에게 잠재적으로 적이 될 수 있는 이복형을 암살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세간의 의심과 달리 수사의 방향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애초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리지현 등 북한 국적자 4명은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를 벗어났고, 또 다른 용의자인 리정철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난 겁니다.

지난 2017년 3월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됐던 리정철(가운데)이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리정철은 이 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결국, 김정남과 직접 접촉한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만 붙잡혀 수감됐습니다.

그런 뒤 지난 3월 아이샤가 먼저 석방된 데 이어 3일에는 흐엉 마저 풀려나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남은 발생 2년 3개월 만에 용의자가 한 명도 남지 않은 ‘미제’ 사건이 됐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음에도, 미국은 북한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3월 “북한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 영상.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가운데)이 두 여성으로부터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직후 공항 보안 관계자와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정남은 이후 공항 진료소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했지만 진료소에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도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 이를 ‘정의’의 문제로 바라봤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t would not be justice for Kim Jong Nam. Real justice requires that Kim Jong Un and his true assassins be held accountable.”

김정은과 실제 암살범들의 책임을 추궁해야 정의가 실현된다는 겁니다.

반면, 북한은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정남 살해 당일 북한 국적자들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며, 더 나아가 사망한 인물은 북한 국적 외교관인 ‘김철’ 이라며 김정남의 사망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김정남은 사망 당시 김철 이란 이름이 기재된 북한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항간에서는 ‘김정남이 자유조선과 접촉 후 살해 당했다’는 추측과 ‘용의자로 알려진 4명의 북한 국적자들은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형됐다’, ‘풀려난 여성들의 신변 역시 위험할 수 있다’ 등의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사라진 자리에는 설만 남게 됐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