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요 언론 “핵 협상에 대한 불만 표출”…“중장거리 미사일 도발할 수도”

북한군이 지난 4일 함경북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주 미사일 도발에 이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한데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진전을 보이지 않자 북한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도발을 감행한 데 대해 미-북 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데 대한 북한의 반응으로 해석했습니다.

신문은 김영준 한국 국방대 교수가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2월 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 협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미국에 전달하려는 김 위원장의 시도"라고 말한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북한의 명백한 시도는 한계가 있다”는 브뤼셀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 한국 석좌 교수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군사 도발이 핵 협상에 임하는 워싱턴의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또 “이 같은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북한은 어느 시점에서는 도발과 실무회담 거부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문은 또, 북한 정권이 최근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미국을 화나게 할 것으로 보이는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북한의 발사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차분하게 대응하고 일본 역시 자국 영역에 대한 위험이 아니라고 발표한 것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변국들의 대응 전략이 김 위원장에게 더 많은 실험을 하도록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통신은 김지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절제된 반응으로 인해 북한은 이 정도의 실험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실험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실험은 미국의 대응 능력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CNN 방송은 북한이 쏘아 올린 무기가 발사체인지 마시일인지를 떠나서 무기 실험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핵 협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 분석가들의 반응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은 남북한과 미-북 간 협상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며,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경우 미국이 진로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방송은 내다봤습니다.

AP 통신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장소에 주목했습니다.

통신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장소가 평안북도의 구성이라고 밝히며, 이는 지난 2017년 5월 시험 발사에 성공한 중거리 미사일 화성 12호가 발사된 신오리 근처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오리는 북한이 노동미사일 기지를 운용하는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신은 이어 전문가들이 분석한 내용을 전하며 북한이 만약 금지된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할 경우, 이는 핵 협상 결렬 때문에 좌절한 북한이 외교와는 거리를 두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AP 통신은 또 북한의 이번 발사에 담긴 복합적인 의미를 설명하는 전문가의 견해도 소개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원은 AP통신에 “이번 북한의 도발은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 측에 더 강하게 전달하라고 남한을 압박하며 미국과 멀어지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 본토 보다는 남한 만을 직접 위협함으로써,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참을지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욕타임즈 신문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핵 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북한이 발사를 감행한 시기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인도적 차원에서의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은 단지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량 원조 보다 훨씬 더 큰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분석을 비중 있게 실었습니다.

CBS 방송은 첫 번째 발사와 두 번째 발사를 나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발사 당시만 해도 누구를 향한 메시지였는지 불분명 했지만, 두 번째 발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것이란 게 확실해 졌다는 겁니다.

즉, 이번 발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으로 조급해 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이며 핵 협상에서 트럼프 정부가 제재 완화를 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