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압류 사실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몰수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 선박을 압류한 첫 사례로 기록됐는데,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북한이 보유한 선박 중 두 번째로 큰 화물선으로 알려져 북한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연방검찰이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자산 몰수를 위한 소장을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가장 큰 화물선 중 하나인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불법적인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는 데 이용되고, 북한으로 중장비를 운송했다”며 이 같이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유지보수와 장비, 개선 작업이 미국 달러와,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미국 은행을 통해 이뤄졌다”며 미국 정부가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몰수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에서 실은 석탄 2만6천500t, 약 299만 달러어치를 운송하다 같은 달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된 선박입니다. 최근에는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실린 북한 석탄이 베트남 선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호로 옮겨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현재 미국령 사모아섬으로 이동 중이라고 미 법무부가 9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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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자산 몰수 소장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지난해 7월17일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압류를 허가하는 영장을 발급했으며, 이후 현재까지 미국 정부의 통제 아래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을 맡은 미 연방법원의 판단에 따라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최종 몰수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연방검찰은 몰수의 근거로 와이즈 어네스트호와 관련 회사, 개인 등이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선주인 평양 소재 조선송이 무역회사의 대표 권철남은 석탄 운송과 관련된 비용 지불을 하면서 미국 금융기관에 연계된 계좌를 이용해 75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금융기관의 소재지가 미국 뉴욕이며, 권철남과 관련 인물들은 이 같은 거래가 미국과 국제 제재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소장에는 이들이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은 일부 내용이 공개됐는데, 권철남 등은 미국 달러가 아닌 중국 화폐로 거래를 시도하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제 3자가 보유한 미국 화폐 계좌를 이용한 사실 등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소장은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북한 석탄 외에도 중장비를 북한으로 운송한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6년 11월1일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항구에서 대형 분쇄기와 원심 분쇄기를 남포로 운송하면서, 내용물을 드릴과 원뿔형 분쇄기 등으로 명시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 석탄이 남포에서 실리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도 이번 소장에 공개됐습니다.
제프리 버만 뉴욕남부 연방검사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오늘의 조치는 국제 제재를 위반한 북한 화물선에 대한 최초 압류”라며, 북한의 제재 회피 사이클에 큰 지장을 주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기만적인 시도에 대한 탐지와 저지, 기소를 위해 모든 법 집행 도구를 활용할 용의가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는 미 연방수사국(FBI) 뉴욕지부가 맡아 진행했습니다.
FBI의 윌리엄 스위니 뉴욕지부장은 “미국의 대정보 활동 노력은 미국인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위니 지부장] "The FBI's counterintelligence efforts..."
그러면서 “이번 압류는 외국의 적들이 미국을 위협하는 데 사용되는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기 위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허용치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중량톤수(deadweight) 2만7천t, 용적톤수 1만7천61t에 이르는 대형 화물선입니다.
북한 깃발을 달고 있는 화물선 중 와이즈 어네스트호보다 중량톤수가 높은 선박은 단 1척뿐입니다. 두 번째로 큰 북한의 화물선이 몰수 위기에 놓인 셈입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노후 선박이지만 크기가 상당해 고철 값으로만 미화 3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3월, 5개국 출신 민간 전문가들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올라 선박의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선박에 남아 있는 유류를 빼내는 작업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VOA가 입수한 서류에는 이들 전문가들의 이름과 국적, 여권번호와 함께 ‘프로젝트 매니저’와 ‘선박 구난 전문가(Salvage Master)’, 구난 기술자 등 각자의 역할 등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당시 VOA는 이들 전문가들의 움직임이 몰수와 관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번 미 연방검찰의 조치로 미뤄볼 때 이들이 관련 활동을 벌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선박이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제 3국 정부의 북한 선박 몰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4년 멕시코 정부는 자국 해역에서 좌초됐던 북한 화물선 무두봉 호에 대해 몰수와 폐선 처리 절차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