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문가들 “북한 단거리미사일 발사, 미국에 대한 압박… 식량지원에도 제약 따를 것”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했다면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하면서, 하지만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면서도 이번 발사로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자행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결국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켜서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이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대화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지금은 위기 관리 차원에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 센터장은 미국과 북한 간의 대치 상태가 계속 지속되고 남북정상회담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내년 초에야 자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며, 이는 북한이 그만큼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잇따른 발사를 미국에 대한 북한식 압박 전략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면서 약간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신중한 대응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이슬비에도 옷이 젖는다고 중저강도 압박이라도 누적이 되면 피로감이 증대되거든요. 여론이 반전될 수 있기 때문에...”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이 짧은 패턴으로 반복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실제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도 지난 4일 발사 때보다 강경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역시 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금지선을 넘지 않는 절제된 도발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의 도발이 대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세종연구소의 우정엽 미국연구센터장도 북한이 이번 발사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판 자체를 깨려는 의도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정엽 센터장] “아직까지 거리를 조절해서 자기네 내륙을 지나서 국제 공해상 이런 데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그런 선택을 한 것이잖아요.”

우 센터장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식량 지원으로 상황 개선을 모색하는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시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시간이 꼭 미국 편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압박을 느끼거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제재완화와 체제안전보장 등에 관심 없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 이번 두 번째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그렇게 가시적인 반응은 없을 것 같아요. 아마도 여기에 대한 또 한 번의 도발이 있지 않을까...”

김 교수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졌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북 협상을 다시 원래의 궤도로 돌리기 위해서는 북한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도발을 한다면 군사적 선택까지 언급되던 2017년 말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하지만 북한의 이번 발사로 어느 정도 제약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센터장과 세종연구소의 우정엽 센터장은 북한의 잇따른 발사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식량지원이 인도적 지원이라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계속 지원을 용인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이 이날 오후 4시 29분과 4시 49분경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각각 1발씩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10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전날 발사한 발사체가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이 발사한 것이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제재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또 그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도가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더 면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